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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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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반한 봉우리 "넘버 원"

  • 기사입력 : 2005-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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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균기자의 헐레벌떡 산행기 - 가덕도 연대산


     


        까마득히 몰랐다. 설악산의 암릉 절경과 지리산의 수려함. 게다가 푸르게 넘실대는 바다의 상쾌함까지. 이들 장점만 축소시켜 놓은 멋진 곳이 지척에 있었다는 걸….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기자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지난 주말(3일) 취재차 가덕도 연대산을 찾았다. 기자의 고향은 가덕도가 바라보이는 진해 용원. 어릴 적부터 늘 바라보던 곳이다. 물론 낚시를 하기위해 자주 들락거리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행은 이번이 처음. 낙타 등처럼 굽이굽이 솟은 봉우리들을 거치는 ‘山맛’을 보고서야 가덕도의 ‘참맛’을 느낀다.

        #10여년만의 조우(?)
        “눌차행 10분 후에 출발합니다.” 확성기 사이로 카랑카랑한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오전 10시 30분. 부산 녹산 선착장. 가덕도로 들어가는 도선을 탈 수 있는 곳이다.

        표를 끊기 위해 매표소로 들어선다. 그런데 부스 안에서 안내원 아줌마가 한참을 빤히 쳐다본다.
        “어? 안녕하세요.” “승균이 맞제. 아이고. 하나도 못 알아보겠네.” “아 예. 건강하시죠?”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고향 아주머니. 10여 년 만이다. 반갑기 그지없다. 거기까진 좋았다. 중요한건 아주머니가 안내방송 마이크를 켜놓은 것.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선착장 일대에 널리 울려 퍼진 것이다. 마치 애국가처럼~.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긴다. 단지 뒤통수가 아주 따가웠다는 것. 그리고 얼굴에 열이 난다는 것. 이 두 가지만 밝혀둔다.

        고향 아주머니와의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배에 올랐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눌차선착장에 도착한다.

        #짧고 굵게 ‘강금봉’
        선착장에서 내려 내눌과 외눌마을을 지나면 영화촬영지로도 손색없는 방파제 길이 나온다.

        방파제 안쪽의 둥근 만에는 굴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일종의 바다 밭. 도시인들이 보기 드문 볼거리다. 방파제를 따라 끝까지 가자 강금봉으로 오를 수 있는 동선새바지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 소나무집이라는 페인트로 칠한 집을 조금 지나치자 시멘트길이 나온다.

        산 입구에는 ‘등산 주의’라는 낡은 안내 표지판과 철조망 문이 눈길을 끈다. 등산로일까 싶을 정도로 희미한 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코스 시작. 강금봉 정상까지는 길도 좁고 아주 가팔랐다. 뱀도 만났다. 모기에게 헌혈도 한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빠르게 스퍼트를 올린 지 20분. 돌담이 둘러싸인 넓은 터를 지나 이내 정상에 오른다. 짧고 굵은 코스다. 가깝게는 신항만 공사현장. 멀게는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부산 다대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바다위에 떠있는 돛단배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선착장~강금봉~연대봉 5~6시간 코스

        매부부와 친구되고 산딸기로 목 축이고

        바위벼랑·억새밭 지나 어느새 선착장에…

        주말 가족나들이로 그만

     

        #바위덩어리 응봉산
        강금봉에서 나와 능선을 따라 지난다. 10분쯤 갔을까 응봉산을 앞에 두고 큰 바위 턱이 있다. 삼면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칼로 자른 듯 깎아지른 바위벼랑은 보기만 해도 땀을 씻어준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정상을 향해 금방 올라챈다. 사면이 내려다 보이는 아주 너른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름도 전망대다.

        요기 하는 사이 매 두 마리가 머리 위를 한참동안 맴돈다. 사냥을 나온 모양이다. 가사분담이 정말 공평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평등부부상 감이다. 산 아래쪽으로 길게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일행은 몸을 일으킨다. 응봉산을 내려오면 석굴을 통과한다. 마치 지리산의 통천문 같다. 동쪽 해안가 쪽으로 기암절벽을 따라 15분 정도 내려가자 널따란 평지의 누릉령이 나온다. 부러진 굵은 노송들이 세찬 비바람의 흔적을 대변한다.

        #산딸기 별미- 매봉~용사추모비
        매봉으로 가는 길은 어찌 보면 지겹다. 조망이 없는데다 양쪽으로 울창한 나무숲을 지나야하기 때문. 정상에는 방치된 산불감시소가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매봉에서 내려오자 임도가 나온다. 여기서 바로 직진해 산로를 오르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 상큼한 향기. 혀를 자극하는 새콤달콤한 맛은 이내 목마름을 풀어준다.

        20여분 정도 가자 용사추모비와 여러 기의 국군무덤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산행을 온 노인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10분쯤 갔을까. 제법 잘 정돈된 공터가 나온다. 마지막 코스인 연대산을 오르는 입구다.

        #NO.1- 연대봉
        연대산으로 오르는 길은 좋다. 통나무 계단에 밧줄도 친절히 매어져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높은 바위벼랑을 가진 바위 턱에 오르자 바위봉우리가 우뚝한 연대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엄지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치켜 든 모양이다. 마치 일행을 향해 “넘버 원”이라며 칭찬해 주는 것 같다.

        툭 터진 남쪽 바다와 거제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잔디밭 아래는 억새밭이 펼쳐져있고 멀리 대항마을이 보인다.

        정상에는 3단으로 둥글게 쌓은 7~8m 높이 연대(烟臺)가 잘 복원돼 있다. 조선시대에 연기를 피워 왜군의 침입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억새밭 사이길 가파른 비탈을 한참 내려가면 길은 어느새 넓어지고 스펀지처럼 푹신하게 변한다. 등성이를 따라 30분 정도를 내려가자 선착장이 있는 대항마을에 도착. 때를 맞춰 응봉산에서 봤던 매부부가 배웅하러 나온 듯 일행 주위를 맴돌곤 사라진다. 5시간의 산행. 하루 발품팔기에는 더없이 좋은 하루였다.

        주말 인근 섬산으로 떠나보자. 큰 비용이나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을 쐬고 와도 상관없다. 행여나 한걸음 한걸음 오르면 결국 산 정상에 도달하듯 세상의 이치도 이러함을 깨닫는다면 금상첨화다.
    글=최승균기자july9th@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그 외 코스
        가덕도 산은 그물망처럼 길이 여러 갈래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봉우리만을 독립적으로 산행할 수 있다는 게(지도 참조) 특징이다. 해안의 절벽이 장관인 서쪽해안 산행 코스 외에 신항만 공사현장과 주변 섬을 바라볼 수 있는 동쪽코스(선창~ 갈마봉~구곡산~웅주봉~매봉~연대봉)로도 산행할 수 있다. 다만 산행시간이 서쪽코스보다는 1~2시간 단축된다. 서쪽코스든 동쪽코스든지 연대봉에 올라 되돌아가면 6~7시간의 가덕도 산을 일주할 수 있다.

        ▲교통편
        부산 녹산 선착장(051-831-9664)에서 가덕도로 들어가는 도선을 탈 수 있다(표 참조). 섬으로 들어가면 마을버스가 각 마을까지 운행한다. 녹산 선착장은 진해방면에서 올 경우 105번 시내버스를 타고 용원으로 와서 58번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부산방면에서는 지하철 1호선 하단 역에서 58번 버스를 타면 도착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용원사거리로 들어온 뒤 녹산국가산업단지 쪽으로 진입해 부산경제자유구역청을 조금 못가 우회전하면 된다. 산행문의 : 천가동 동사무소 051-972-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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