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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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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8) 바칼로레아와 우리 논술

  • 기사입력 : 2005-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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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지금 프랑스에선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한창이라더군.
     특히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는 `논술의 모범'이라고 정평이 났지.

     글짱: 정답 없는 문제를 출제해 논리적 사고를 측정한다던데 우리나라 논술과 비슷한가요?

     글샘: 아니지. 문제는 대개 한 문장뿐이야. 이번 바칼로레아 논술 문제를 볼까? `자유롭다는 것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는 뜻인가'라는 문제와, `윤리와 도덕률에 관한 칸트의 텍스트를 설명하라', `인간은 기술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등이 논제로 나왔어. 거기에 비하면 우리 논술은 장문의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걸맞은 서술을 해야 하니까 너무 어렵지? 독해조차 어려운 제시문과 논제로 수험생을 괴롭힌다는 불만도 있을 법하지.

     글짱: 옳은 말씀이네요. 안 그래도 출제 유형따라 글을 전개하는 게 고역이에요. 바칼로레아 논술처럼 출제되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텐데 말이죠.

     글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렴. 바칼로레아 논술문제가 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답안을 작성하려면 쉽지만은 않아.

     글짱: 하지만 우리 논술은 제시문 때문에 제약을 너무 많이 받아요.

     글샘: 그러면 유형별로 해법을 요약한 내 메모장을 보거라. 오늘은 `제시문을 분석하고 의견을 논술하라'식의 논제에 접근해 보자.

    ◆ `제시문 분석과 의견 논술'형 해법

     대체로 이런 문제의 제시문은 특정 주제로 함축되어 있다. 여기서 `분석'이라는 말은 수험생이 제시문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알아본다는 뜻이므로, 각 지문의 연관성을 찾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즉 공통 주제를 도출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먼저 용어나 개념 정의를 통해 제시문에 드러난 논의가 무엇인지 요약하면서 분석 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물론 제시문을 짧게 줄이는 게 아니라, 재구성한 `새로운 글로 요약'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의견'이라는 말은 수험생의 가치관과 창의력을 측정하겠다는 출제자의 의도로 봐야 한다.
     채점위원들은 수험생이 논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어떤 논리로 비판(또는 찬성)하는지 살핀다. 창의적 생각이 담긴 글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독창성을 보여주는 게 좋다. 신문 사설에서 본 듯한 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발상이 필요하다.
     제시문이 함축하고 있는 요지를 엮어 나만의 주장으로 완성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 유형인 셈이다.
     따라서 수험생의 의견은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주장으로 서술해야 한다. 특히 이 문제가 오늘날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나는 어떤 견해를 갖는가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짱: 이런 방식의 해법을 다른 유형의 문제와 별개로 봐야 하나요?

     글샘: 아니지. 종착점은 같다고 봐야지.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야. 일부 대학의 정시논술에서 바칼로레아식 논제가 나오기도 하지. 우리 논술의 여러 유형과 바칼로레아 논술은 수험생의 논리적 사고를 측정한다는 점에선 같은 셈이지. 그래서 좋은 글을 쓰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문제의식을 갖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단다.  심강보(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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