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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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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을 찾아 (19) 진해 안골장

  • 기사입력 : 2005-07-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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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선 장 "우리한테 요~는 희망인기라"


      #15년만의 부활
      신항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진해 용원·안골 일대.

      15년 전만 해도 지금의 용원동 원남마을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보부상 장옥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5일장이 꽤나 큰 규모였다. 당시만 해도 유랑극단과 차력사를 대동한 만병통치 약장수. 천막 치고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여주던 이동영화관 등 장날이면 동네는 축제분위기로 휩싸였다고 한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녹산 국가 산업단지 배후 주거단지로 지정되고 산업화 되면서 어느 순간 ‘5일장’도. 보부상 장옥도 자연스레 사라져버렸다.

      청안동 부영아파트 맞은편 공터에 문창살처럼 펼쳐진 도로를 따라 늘어선 안골장.
      촘촘한 파라솔. 천막들이 제법 ‘장터’ 틀을 갖추고 있다.

      ‘안골장’은 새로 생긴 지 불과 3년.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기화로 흩어졌던 장꾼들이 자발적으로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15년만의 부활. 모든 재래시장이 어려워 문을 닫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신도시 즉석 할인마트
      자주색 약감자 2천원. 국산 햇양파 2천원. 고추 피망 1천원. 장터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채소시장을 방불케 하는 싱싱한 채소들이 늘어서 있다.

      “좀 깎아주이소. 아님 좀 더 넣어주든가.” “아따. 아지매 잘 알민시롱. 이러면 됐지예.”
      40대 채소전 주인아저씨는 마지못해 고추를 한 움큼 더 얹어준다.

      여느 장터가 그렇지 않으랴만은 안골장에도 물건값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재미죠. 사는 사람은 깎거나 더 달라고 조르고 파는 사람은 남는 거 없다며 입씨름을 하죠. 그러다 보면 정도 쌓이고 기분 좋으면 즉석에서 ‘파격할인’을 해주기도 하죠.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직접 농장을 경영하면서 일흔 노부모님과 함께 채소를 파는 김종호(45)씨의 설명이다.

      최근 물밀듯이 들어서는 대형마트와 소규모 할인마트의 치열한 상권 경쟁의 틈바구니에 있는 안골장.
      푸근한 입담과 사람들 간의 정에서 우러나오는 즉석할인으로 정찰제를 시행하는 일반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新도시 新할인마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산업화로 사라졌던 5일장

      3년전, 흩어졌던 장꾼들이 다시 뭉쳤다

      15년만의 부활인 셈

      70% 이상이 현지주민… 서로가 서로의 고객이다

      물밀듯 들어서는 대형마트의 틈바구니서

     꿋꿋하게 맥을 이어가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현재 재래시장은 5일장만 도는 전문 장꾼화 돼 있는 게 추세. 실제 현지인들이 장터에 나와 물건을 파는 장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안골장을 꾸려가는 장꾼들은 100여명. 재미있는 건 이들 중 70% 이상이 인근 현지 주민들이다.

      “저쪽 한 편에 소쿠리를 들고 늘어서 있는 할머니들은 거의 인근 사람들이죠. 그 외 장터내 고정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아파트 주민이거나 밑에 동네에서 올라온 분들이죠.”  동네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영아(33)씨의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장터보다 물물교환도 활발히 이뤄지고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어색함도 전혀 없다고 한다. 대부분 오랜 세월 한 동네에서 부대끼고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들은 곧 물건을 파는 장꾼이자 서로 고객이기도 한 셈이다.

      #살아있는 교육의 장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인근. 그래서인지 아직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앳된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장터구경을 나온 광경이 눈에 자주 띈다.

      “엄마 이건 뭐야?” “고등어란다.” “이 딱딱한 고기는 뭐야.” “그건 새우라는 건데 새우깡 알지? 그거 만들 때 들어간단다.”

      어물전 앞에 늘어선 생선들을 바라보는 한 아이의 올망졸망한 눈은 호기심이 가득하다. 앙증맞은 손으로 일일이 만져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어디 어물전뿐이랴. 아이는 지나가는 곳마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물어본다. 또다시 아이의 물음에 친절히 설명해주는 엄마.
      안골장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진귀한 경험과 생생한 지식을 알려주는 또다른 학교임을 새삼 깨닫는다.

      <장터사람들>
      ★안골장 최연소 장꾼 김병환·노현보씨

      스물여섯 동갑내기 생선장수 "아줌마 손님 꽉 잡았죠"

      ‘쓱싹쓱싹’. ‘바글바글’
      이들이 운영하는 어판 노점을 표현하자면 이 두 마디가 ‘딱’이다.

      고등어의 딱딱한 외투를 단숨에 벗겨내는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 귀여운 얼굴. 상냥한 목소리까지. 앳된 청년의 모습에 아줌마들이 일부러 생선을 사는 듯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김병환(26)·노현보(26)씨. 안골장에서 가장 최연소 장꾼이다. 족보를 굳이 들추자면 사촌지간에 동갑내기 생선장수.
      스무 살 되던 해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도 그만두고 이곳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98년 IMF로 인해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업장이 부도가 났기 때문.

      “뭐라도 해야 했죠. 처음엔 레스토랑. 편의점 등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병환씨의 회상이다.

      병환씨는 그 이후 ‘생선장사 할 사람 구함’이란 신문광고를 보고 생선과 연을 맺었다. 차로 이동하며 사람들에게 생선을 권했지만 몸만 피곤하고 돈벌이도 영 시원찮았다.

      이때부터 리어카에 생선궤짝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오일장을 돌아다녔다. “재래시장도 자릿세가 굉장히 비쌉니다. 리어카를 들고 시장 내를 왔다 갔다 하면 세를 낼 필요가 없죠.”

      2년 정도 했을까. 마침 일손도 달리는 탓에 사촌 현보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역시 IMF로 당시 집안 사정이 극도로 어려웠던 현보씨. 즉시 달려왔다. 군대를 제대한 지금은 안골장을 비롯해 경화장. 구포장. 언양장. 울산장 등 굵직한 5일장을 둘이서 바쁘게 움직인다.

      장날 가져오는 물량만 20상자. 고등어. 오징어. 낙지. 갈치 등 10여 종류. 마릿수만 해도 1천 마리가 넘는다.

      “빨리 돈벌어서 여자친구랑 결혼할 겁니다.” “번듯한 횟집 하나 차려 부모님을 도우는 게 일차 계획이죠.”
      그들의 소박한 바람과 지극한 효성에 절로 유쾌함이 묻어난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특별한 먹을거리는 없다. 장터 인근 상가에 많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아무래도 바닷가인 탓에 횟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외 고깃집. 분식집 등 입맛에 맞게 들어가서 먹으면 된다.

      <주변 볼거리>

      ▲해안로= 탁 트인 해안선을 따라 놓여진 20km에 이르는 해안관광도로는 남해안의 절경과 시원한 해풍을 즐기며 하이킹이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김달진 생가= 1930년대 서정주 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한 김달진 시인의 생가가 소사동에 새롭게 복원돼 있다.

      ▲성흥사 대웅전= 도지정 유형문화재 제152호로 대장동 산 180에 위치해 있다. 원래 신라시대 무렴국사가 웅동지방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친 것을 보은하는 뜻으로 구천동 관남리에 지었다고 전해온다. 사찰뿐만 아니라 계곡의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주말 열리는 장>
      ▲7월16일=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 산청장. 거창 거창장. 합천 묘산장.

      ▲7월17일= 진주 지수장. 통영 중앙장. 김해장. 밀양장. 창녕 대합장(십이리장)·남지장. 고성 영오장. 남해읍장. 하동장. 함양장. 거창 신원·위천장. 합천 야로·삼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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