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7월 18일 (목)
전체메뉴
  • 경남신문 >
  • 글자크기글자사이즈키우기글자크기 작게 프린트 메일보내기

그 추억을 찾아 (21) 함양장

  • 기사입력 : 2005-07-26 00:00:00
  •   
  •   "天嶺서 나는 귀한 약초 전국서 알아준다 아이가~"


      함양의 옛 이름은 천령(天嶺)이다. 하늘과 맞닿을 만큼 높은 고개가 많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래서 귀한 약초가 많이 난다. 물론 함양장에도 쌉싸래한 약초가 으뜸이다. 지리산과 덕유산에서 채취한 각종 약초는 전국의 한약상들에게 인기가 높다.

      함양군 보건소 입구부터 장은 시작된다. 외지에서 온 상인들이 옷. 이불. 자동차 용품들을 펼쳐놓고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상설시장 들머리에는 온통 마늘 세상이다. 네다섯 명의 상인들이 트럭째 가져와 팔고 있다.

      한접에 1만 2천~2만원 정도라고 한다. 경북 의성에서 가져 온 마늘이 제일 비싸다면서 까서 보여준다. 육쪽마늘이다.

      시장 안은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깨끗하게 정돈이 잘 되어 있다. 2년 전 차광막 시설을 완공하여 비가 와도 불편함 없이 장사할 수 있게 환경을 개선했다. 인근 지리산과 덕유산에서 캔 오가피. 더덕. 느릅나무. 어성초. 황기 등 다양한 약초를 가지고 나온 할머니 약초상들이 시장 중앙에 전을 펼쳐 놓고 있다. 대부분 20~30년간 장사를 해온 전문가들이다.

     

      함양은 팔랑재 고개를 턱으로 하여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함양장에는 전라도 장꾼들이 많이 온다. 이러한 지리적인 환경으로 경상도-전라도 사투리가 뒤섞인 새로운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간판부터가 수더분하다. 흰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통일되어 있어 이색적이다. 장의 크기도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아 한바퀴 휘 둘러보기 적당하다.
      “여름배추씨 조금만 줘.” “아무리 적게 팔아도 2천원어치는 돼야 함미더.”

      채소 종묘전에서 흥정이 붙었다. 한 할머니가 낱개로 몇알만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결국 할머니의 완승이다. 500원어치만 사가지고 간 것.
      “할머니들이 와서 막무가내로 앉아버리면 할 수 없어부러.” 팔랑재를 넘어 인월에서 왔다는 이 아주머니 상인은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는지 미소를 짓는다.

      동향무. 강화순모. 진주대평무. 팔광무 등 채소 종묘가 수십가지가 넘게 보인다. “이 김장배추씨 얼만교.” 한 할머니가 와서 또 앉는다.

      시장통엔 오가피 더덕 느릅나무 황기… 할머니 약초상들 전 펼치고

      경상도-전라도 사투리 섞인 '함양 말' 시장통 안을 구성지게 메우는데… 

      산골이라서 그런지 생선도 산 것보다는 간갈치. 간고등어 등 소금에 전 것이 많이 보인다.

      어물전 끝 부분에는 농기구를 팔고 수리하는 곳이 있다. 주인 조용언(67)씨는 큰 수리는 못하고 톱날. 칼. 낫 등을 갈아 주면서 소일거리 삼아 나온다고 한다.
    마침 장에 나왔던 두 노인이 옆에 앉아 낫을 만지작거린다. 약주를 한잔 한 듯 기분이 좋은 표정들이다. “낫 자루가 길어야 한다” “재질이 어떻다” 등 서너 종류를 놓고 흥정을 벌인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개똥도 호박 구덩이에 잘 묻어야 호박이 열린다”면서 핀잔을 한다. 흥정을 잘해야 장사를 잘할 수 있다는 뜻일게다.
    장 복판에 순대국밥집이 여럿 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붐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한 모습의 아주머니가 일을 하고 있다. 함양 농촌총각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이라고 한다. 네댓 살 정도 되는 아이도 2명 있는 것을 보면 정착한지 꽤 된 것 같다.

      말투도 경상도-전라도 말이 섞인 ‘함양장터 언어’다. 모습만 조금 다를 뿐 영락없는 시골아낙이다.

      이 집 주인은 이 여성이 얼마 전까지 이 곳에서 일을 했는데 아이들 키우느라 그만두고 오늘은 국밥을 먹으러 왔다가 손님이 많은 것을 보자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어른이나 아이나 국밥을 잘 먹는다. 우리 농촌의 현실을 실감케 하는 모습이다. 김덕조(60) 번영회장은 “조선시대부터 시장이 형성된 함양장은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인근 남원의 인월. 산청 금서. 생초에서도 이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장터사람들
      <싸전 한우명수씨> "信義 하나로 40년 버텼지"

      “싸전을 시작한 지 한 30년 됐나?”
      용평 쌀 상회 한우명수(72)씨는 콩을 만지작거리면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봐도 이상하다. 군대 갔다와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재 나이와 계산을 해보면 최소한 40년 이상은 된 것 같은데….

      옆에서 지켜보던 한 아저씨가 40년 넘게 이런 일을 하다보면 세월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그렇다고 귀띔을 한다.

      요즘은 매상곡과 계약재배 때문에 싸전에서 쌀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 콩이나 팥. 찹쌀 등 잡곡류를 사러 온다. 그것도 매기가 없어 재미가 신통찮다.

      한씨는 18살 때부터 장에 나와 일을 했다고 한다. 삼촌밑에서 비단일을 배우다 미곡을 시작했다.

      “30년 전만 해도 ‘되쟁이’라고 불리는 미곡중매인이 있었지. 한 되씩 깎아서 파는데 속이는 것 같아 몇번이나 다시 해달라고 해도 그 사람들은 또 깜쪽같이 남기더군.”

      예전에는 함석 지붕으로 된 임시장옥에서 장날 미곡을 팔았다. 5일만에 한번씩 나와 장사를 하다보니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싯날(장이 열리지 않는 날)에는 외장(다른 곳의 장)인 생초. 화개. 전라도 인월까지 나가 쌀을 내다 팔고 물건을 사오곤 했다.

      그러다 시장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점포를 얻어 매일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까지 미곡상을 계속할 것인지 묻자. “고생을 해 본 사람이니 여지껏 이런 장사를 하지. 부모 덕 본 사람이 이런 것을 하겠습니까”라면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내(임분순·69)와 함께 이 곳에 나오겠다고 한다.

      아침 6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까지 일을 한다는 한씨는 “여기 오는 손님은 나를 믿고 온다”면서 미곡상의 생명은 신의다고 강조했다.

      <약초전 서연자씨> "몇년새 약초박사 다됐어예"

      “이것은 간에 좋고. 저것은 입맛 없을 때. 요건 정력(?)에….”

      ‘지리산 약초’ 여주인 서연자(54)씨가 여러가지 약초를 손에 들고 열심히 설명을 한다. 한쪽 벽에는 남편 정성만(56)씨가 재작년에 캔 산삼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걸려 있다.

      “저는 초보고 이 양반이 진짜 꾼이죠.”
      정씨는 40년간 약초를 캐고 다니는 전문가이다. 오봉산. 삼봉산 등 지리산. 덕유산 줄기를 돌아다니면서 버섯은 물론 재수 좋으면 산삼까지 캔다.

      가게는 아내 서씨가 6년째 맡고 있다. 40년간 하던 어머니의 일을 며느리가 이어받아 하고 있는 것.
      느릅나무 뿌리. 오가피. 겨우살이. 익모초. 어성초 등 각종 나무뿌리와 가지. 잎 등 수십 종류의 약초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이게 삼지구엽초입니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감초. 오가피를 넣고 끓여 먹으면 남자들한테 좋죠.”
      설명하는 품새가 초보 수준은 훌쩍 넘었다. 지금은 도라지. 더덕이 많이 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또 여름철 보양식 닭백숙을 만들기 위해 황기나 옻껍질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 아주머니가 들어와 어성초를 찾는다. 어디에 좋더라는 정보를 듣고 온 것이다. 해독작용에 도움이 된다고 하자 한바구니 사 가지고 간다.

      “황기. 익모초. 인진쑥. 대추. 감초 등을 푹 달여 먹으면 더위를 이길 수 있고 입맛을 돋웁니다” 여름철 권할만한 약초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이 술술 나온다.

      나이 드신 분들은 황기와 익모초를. 젊은 분들은 삼지구엽초를 많이 찾는다며 환하게 웃는 서씨의 모습이 함양장처럼 건강하게 보인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장터구경도 식후경
      함양장은 순대국밥이 유명하다. 장 중앙에 대여섯개의 국밥집이 나란히 있다. 대부분 40~50년 정도 국밥집을 하고 있다. 병곡식당 김정애(42)씨는 어머니 권순이씨가 40년간 하던 것을 이어받아 3년째 국밥을 끓이고 있다. 내장을 섞어 내는데 푸짐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한 그릇에 4천원.

      ▲함양장은
      함양장은 서부경남과 전북의 남원. 장수 지방의 산거래 중심지로 조선조 말께 장이 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3년 5월 목조건물을 짓고 함양 공설시장을 개장했다.

      2. 7일에 정기적으로 장이 크게 서고 있어 5일장으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사업으로 2002~2003년도에 7억여원을 들여 차광막 시설을 완료. 시장환경을 개선했다.

      ▲추억을 열며
    본지 86년 4월 4일자에는 40년째 각종 농악기구를 팔거나 수리를 해 주고 있는 상인을 소개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에도 변함없는 것은 전국의 한약상을 끌어 들일 만큼 산약초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

      ▲주변 볼거리
      △상림공원= 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잡은 호안림이며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숲이라고 전한다. 울창한 이 숲은 소나무. 노간주나무 등의 나자식물과 더불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느릅나무 등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식물이 분포되어 있다.

      ▲주말 열리는 장
      7월 30일= 진주 미천장. 진해 마천장. 사천 사천·곤양장. 김해 진례·불암장. 밀양 송백장. 양산 물금장. 의령 칠곡장. 함안 가야장. 창녕 영산장. 남해 무림장(이동). 하동 횡천·계천장. 산청 차황·단성장. 함양 마천·안의장. 합천 가야·초계장.

      7월 31일= 창원 신촌·가술장. 진주 금곡·대곡장. 사천 완사장. 밀양 무안장. 의령 궁류장. 함안 대산장. 고성 고성장. 하동 화개·악양·고전장. 산청장. 거창장. 합천 묘산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