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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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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13) 김삼순 신드롬

  • 기사입력 : 2005-08-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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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미국에는 브리짓 존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삼순이 있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대한 매체들의 평가였어요.

    “죽는 걸 알면서 살잖아”.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등의 삼순. 삼식 어록을 만들면서 방영 초기부터 시청률 30%를 넘긴 ‘내 이름은 김삼순’은 우리가 대중문화와 얼마나 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 주죠. 드라마가 끝나도 각종 음식점이나 상품의 상표로. 심지어는 문화강좌의 교양강좌로까지 이름을 알릴 김삼순.

    과연 우리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수용자일까요? 아니면 그냥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것에 웃고. 울고 하는 수동적인 수용자일까요? 오늘은 여러분들과 드라마 이야기를 통해 능동적인 수용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도록 할게요.

    ‘내 이름은 김삼순’은 신데렐라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로 여느 다른 드라마와 별반 다른 점이 없었어요. 백마 탄. 그것도 아주 잘 생긴 왕자님이 나타나는 것도 사랑의 삼각구조라는 것도. 시청자들이 이렇게 열광한 것은 무엇이 달랐기 때문일까요?

    다른 방송사의 비슷한 이름의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를 알죠? 이 드라마의 제목을 한번 살펴볼까요? ‘굳세어라 금순아’는 타자의 응원형태로 지어진 제목이에요. 어리고 착한 금순이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하는 제목이죠. 힘들어도 네 곁에 ‘매일매일’ 우리가 있을테니 용기를 잃지 말라는 메시지가 이미 제목에 들어있는 셈이죠.

    하지만 삼순이는 달라요. 제목 그대로 주인공 이름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예요. 당당함이 느껴지나요?

    하지만 이 이름에도 두 가지 뉘앙스가 있다는 것을 살펴 볼 필요가 있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고 말할 때 ‘어쩌다가 나는 삼순이인가?’와 ‘어쩔래 그래도 나는 삼순이다?’라는 자신감이 동시에 있어요.

    먼저 ‘어쩌다가 나는 삼순이인가?’는 그녀의 피할 수 없는 결점을 자학하고 내로라 하는 푼수 기질의 태생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여자예요. 드라마 속에 보이는 삼순이의 연기는 다른 여배우들이 기피했던 캐릭터라 자기 것으로 승화시킨 삼순이 김선아의 프로정신. 그냥 넘기지 마세요.

    두 번째 ‘어쩔래 그래도 나는 삼순이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사랑이자 자신감으로 가득 찬 여자예요. 그걸 말하기 전에 종종 어쩌다가와 어쩔래가 부딪히며 끝없는 자학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런 자기 자학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을 그녀는 가지고 있어요. 바로 어쩔래의 삼순이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바로 그녀가 갖춘 전문분야 여성으로서의 성실함과 능력 때문이랍니다.

    사장에게 그렇게 당당하게 욕설을 퍼부을 수 있는 이유도. 말도 안되는 사랑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것도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때부터라는 점도 놓치면 안되죠.

    정리하자면 ‘내 이름은 김삼순’은 궁극적으로 자학에서 자존심 회복으로 나아가는 드라마예요. 세상의 삼순이들을 대표해서 자존심을 지켜주는 그 통쾌함이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인 셈이죠.

    세상의 물꼬가 막혀있을 때 우리는 그 물꼬를 터주는 사람에게 열광하죠. 이번에 김삼순이었어요.

    “나 그냥 생긴 그대로 살테니까 인정해 줘”하고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에 여러분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나요?

    외모에 대한 편견. 학벌에 대한 편견.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편견 앞에서 당당해지는 삼순이를 우리는 보았지만 그녀의 불안한 뒷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실제 모습을 보았을거예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거나 늘 궁시렁대는 그녀의 모습에서 말이에요.

    “당신의 매력은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지 못하는데 있다”는 삼식의 대사. 우리 모두를 향한 외침이 아니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보석을 가지고 있어요. 삼순이가 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사랑의 힘이지만 그 사랑이 삼순이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우리 모두가 희진이가 아닌 삼순이로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나를 사랑합니다.”

    다 같이 소리쳐 보세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 대중매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미디어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요. 미디어 교육의 목표는 능동적인 수용자를 기르는 거예요. 오늘의 주제는 이 미디어교육 관점에서 NIE를 풀어 보도록 할게요.

    1. 대중매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장단점을 조사해보세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스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을 알아보고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신문의 프로그램 안내면에서 우리 가족이 즐겨보는 드라마를 조사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 보세요.

    3. 즐겨 보는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분석하여 인기 비결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면 삼순의 모친 박봉순 여사는 사윗감에게 “형광등 갈아 봤어?”라는 질문으로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킨다. 헨리 김: 끝없는 배려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랑을 한다 등등)

    4. 인기 드라마들이 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석해 보고 드라마가 시대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또는 시대의 모순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토론해 보세요.

    5. 신문을 보고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기사를 선택하여 기사문을 소설로 바꾸어 드라마 기획서를 제작해 보세요. 등장인물을 설정하여 맞는 배역을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를 분석하여 설정하여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성적 등으로 인해 우리의 청소년들의 자기 부정성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보석을 찾아보고 자기긍정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7. 드라마 속 여성캐릭터의 변화를 조사해보고 사회나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토론해 보세요.

    8. 드라마에 ‘모모’라는 책이 소개되었어요. 직접 읽어보고 삼순이의 대사를 찾아 이야기 나누어보고 들어주는 역할의 중요성을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연결하여 토론해보세요.

     ▶필자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 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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