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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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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7) 독후감형 논술 쓰기

  • 기사입력 : 2005-09-05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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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개학을 앞둔 지난주에 글샘의 사이트엔 독후감 쓰는 법을 묻는 학생들이 몰렸단다. 그 중에 아주 황당한 질문을 한 초등생이 있었어. `방학숙제로 내준 환경 독후감을 대신 써 줄 수 없느냐'는….

     글짱: 요즘 그런 애들도 많을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글샘: 남의 글을 내 글처럼 하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꾸짖었지. 그런 뒤에 초등생 독후감 쓰기의 기초를 가르쳐 줬단다.

     글짱: 다음 기회엔 초등생이 독후감을 쓸 때 꼭 알아야 할 방법도 논술탐험에서 다뤄 주세요. 제 동생이 읽어보도록요.

     글샘: 그래야겠구나. 참, 지난주에 `논술공부형 독후감'에 대해 탐구했지? 오늘은 반대로 `독후감형 논술'에 초점을 맞춰 볼게.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쓴 독서논술을 주요 단락만 소개하마.

     
       우리의 삶이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진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그만큼 행복해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 답을 ‘호밀 밭의 파수꾼’과 ‘태평천하’에서 찾고자 한다.

       ‘호밀 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세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멍청하거나, 똑똑하지만 썩 좋지는 않은 사람으로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수녀님이나 무대 위에서 작은 북을 치는 소년에게는 호감을 갖게 된다. 또 그는 가족에 대해서만큼은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사회’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이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그의 고백에서 알 수 있다. (…줄거리 요약 부분 생략…)

        홀든은 여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가 여동생이 자라 직면하게 될 세상에 대한 희망과 현 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태평천하에서는 어떨까. 태평천하의 서술자는 윤직원의 가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태평천하의 주인공 윤직원은 오로지 돈밖에 모르고, 일제 치하에서 일본인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는 등 그릇된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

       태평천하의 서술자는 윤직원과 그의 가족 대부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종학’이라는 인물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호밀 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이 보는 세상을 보는 관점과 ‘태평천하의 서술자’가 주인공의 가족을 보는 관점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둘 다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사이에서 희망의 싹을 어렵게 건져 올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를 바라볼 때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홀든이 세상을 바라볼 때,  태평천하의 서술자가 주인공 가족을 바라볼 때 그랬듯 우리는 지금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이제는 어떤 관점으로 어떤 자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짱: 완전히 논술인데요?

     글샘: 이 글은 주어진 논제에 따라 쓴 글이라고 하더구나. 논제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평천하'의 서술자가 주인공 윤직원의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교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해 보라〉였지.

     글짱: 그러면 책 두 권에 나오는 내용을 다 알아야 하잖아요?

     글샘: 당연하지. 주로 출판사가 주최하는 독서논술대회에 이런 문제가 나오지. 미리 책을 지정해준 뒤 쓰도록 하는 거지.
     만일 독서논술이 아니라 대입논술의 출제문이라고 한다면 논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단다. 대체로 학생들이 독후감처럼 자기 느낌 위주로 쓰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지.

     이 학생의 글머리는 논제와 동떨어져 있어. 일반 독후감에서 쓰는 전개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지. 〈나는 ∼인정한다〉식의 개인 주관에 치우친 표현도 보이잖아.
     특히 〈그 답을 `호밀 밭의 파수꾼'과 `태평천하'에서 찾고자 한다〉식 전개 방법은 논제를 완전히 벗어난 표현이란다. 출제자가 요구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글머리엔 `관점'이나 `시각'에 대한 총론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눈'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볍게 언급한 뒤, 출제자가 요구하는 글을 써 나가는 게 바람직하지. 글머리에 이어 〈주인공 홀든은 세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식으로 쓰라는 뜻이야.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런 대로 무난하게 처리했어.
     하지만 〈∼∼끝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식 표현은 논제에 맞춰야 한단다. 〈∼∼라고 생각한다〉식 표현은 `나의 관점'을 밝힐 때 써야 해. 여기서는 〈∼∼끝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식으로 단정적인 표현이 필요하단다.

     두 소설의 관점 비교는 출제자의 요구이므로, 주인공과 작가의 관점을 각각 평가한 뒤 시대상황에 따른 문제의식을 덧붙이는 게 적절하겠지.
     `관점(시각)'부분에 어울릴 만한 소설 속 대목이나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유형의 글을 글샘이  정리해 줄 테니 참고하거라.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룰 때〉
     물질적 가치만 내세우는 비인간적인 세상에 반발하는 홀든….
     어른들의 세상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홀든….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살려는 사람을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보는 세상의 시각….
     세상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홀든의 시각에서 정립되지 않은 가치관의 부재를 엿볼 수 있다.

      〈`태평천하'를 다룰 때〉
     가치관 상실, 향락 추구, 바람둥이, 소박맞은 과부, 사회 부적응자 등 부정적 인물로 묘사된 등장인물.
     윤종학은 윤직원이 가장 믿는 손자였지만 그 시대의 이단아인 사회주의자로 설정해 `가문의 몰락'을 암시.
     작중 인물을 겉으로는 치켜세우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추악한 일면을 폭로.
     가족이라는 가치관을 상실함으로써 가정이 어떻게 허물어져 가는가를 보여 준다.

     〈두 소설에 개인 관점을 넣을 때 필요한 문장〉
     청소년은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아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존재한다.
     때론 천사의 마음을 보기도 하고 때론 이들을 굴복시키는 게 현대사회의 이면이다.
     대가족 윤리의 붕괴는 오늘날 핵가족 시대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훈으로 남는다.
     자신이나 가문의 이익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글샘: 이런 글감을 토대로 작가나 주인공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설명하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접목하면 `돋보이는 독서논술'이 될 수 있을 거야.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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