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이크!" "에크!" 매력만점 전통무예

  • 기사입력 : 2005-09-09 00:00:00
  •   
  •   택견


      ‘이크’. ‘에크’
      짧고 강한 기합소리. 전통 춤사위처럼 흔들리는 몸동작. 하얀 무명저고리에 버선발.

      모든 게 다르다. 절도 있는 동작과 타격을 원칙으로 하는 기존 무예와는 판이하다. 마치 옛 저잣거리의 남사당패를 연상케 한다.

      지난 6일 밤 9시 창원시 상남동 대한택견협회 경남본부전수관. 초등생 꼬마아이. 20대 아가씨. 40대 아줌마·아저씨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전통국악소리와 관장의 구령에 맞춰 연결된 동작을 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각양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화음을 이루면서 조그만 수련관을 진동시킨다.

      “막상 해보니 여자한테 아주 적합한 운동이에요. 격렬한 다른 운동과 달리 동작이 부드러워 다칠 위험도 없고 아들도 너무 좋아해요.”
      허약한 아들을 등록시키러 수련관에 나왔다가 같이 매료된 주부 박순조(45·창원시 신월동)씨의 자랑이다.

      “학교폭력이 많다고 아빠가 배우라고 권유해 나왔어요. 한 달 정도 됐는데 막상 해보니 다이어트도 되고 키도 3㎝나 커졌어요.”
      “병원에서 몸무게 30㎏이하는 가루약을 주는데 이제 조금만 더 배우면 (살이 계속 찌니까) 알약을 먹을 수 있어요.” 옆에 있는 한수연(13·여·창원외동초6)·지효(10·창원외동초3) 남매도 덩달아 한마디 거든다.

      짧고 강한 기합에 맞춰 춤추듯 흔들흔들

      1주일이면 기본 품밟기 마스터

      초단 따기 1년이면 충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보호장비 없이 안전하게 배울 수 있어

      택견은 지난 83년 중요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됐을 만큼 한국의 전통무예로 이미 대중화됐다. 특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존 타격계 스포츠와 달리 부드러우면서 순간의 힘을 발출하는 동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적합하다.

      게다가 현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이라는 요소를 100% 충족한다. 복싱이나 태권도 등 타격계 스포츠는 보호 장비를 갖춰야 하지만 택견은 상대방이 다치면 반칙으로 인정할 만큼 안전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보호 장비도 전혀 착용하지 않는다.

      대한택견협회 경남본부전수관 부관장이자 대한택견협회 심판부위원장인 김상재(34)씨는 “택견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세계 어느 타격계 스포츠를 찾아봐도 이런 스포츠가 없다”며 “차전놀이처럼 일종의 전통놀이로 선조들이 고도로 발전시켜온 대중 스포츠다”고 말한다.

      택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품밟기 동작. ‘굼실 능청 우쭐 으쓱’의 토속적 용어의 네 가지 동작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제 동작이 연쇄되고 결합되면 ‘힘이 없다’. ‘처지다’. ‘풀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는질거리는’ 기법이다.

      굼실은 무릎을 움츠리는 준비자세. 능청은 몸을 활처럼 펴서 내지르기. 우쭐은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밀어 넘어뜨리는 동작이다. 으쓱은 품을 밟으며 어깨를 치들며 멋을 부려 뽐내는 모양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택견은 1주일이면 기본 품밟기를 어느 정도 마스터할 수 있다. 초단을 따는데는 10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3단 이상이면 지도자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족 최대 명절을 맞이하는 만큼 민족 전통무예 택견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잘 여민 한복의 섭을 휘날리면서 기합을 지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글·사진=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택견의 유래= 택견은 조선 정조 연간(1977~1800)에 간행된 재물보에 ‘탁견’으로 나와 있고. 1920년 조선총독부 간행 조선어사전에 ‘택견’으로 기록돼 있다.

      택견은 조선시대 이미 널리 성행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고려사에는 “수박 경기로 재물을 내기하는 자 곤장 1백이며 이를 금지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여산군에서 해마다 7월 15일에 가까운 전라. 충청 양도의 백성들이 한데 모여 수박으로 승부를 다투는 풍속이 전해온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일제시대 때 명분상 택견이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몰아붙여 택견판을 열지 못하게 했다. 광복 이후에는 조선시대 마지막 택견꾼으로 알려진 송덕기옹에 의해 유지됐으며 그를 사사한 신한승에 의해 체계화 됐다.

      ★송덕기옹의 택견 열한 가지 기본수
      깍음대리= 발 장심으로 상대방의 무릎을 찬다.
      안짱걸이= 발등으로 상대방의 발뒷굽을 안에서 잡아 끌어 벌렁 나자빠지게 한다.
      안우걸이= 발바닥으로 안복사뼈를 쳐서 옆으로 들뜨며 넘어지게 한다.
      낚시걸이= 발등으로 상대방의 발뒷굽을 밖에서 잡아끌면 뒤로 훌렁 넘어진다.
      명치기= 발장심으로 명치를 찬다.
      곁치기= 발장심으로 옆구리를 찬다.
      발따귀= 발바닥으로 따귀를 때린다.
      발등걸이= 상대방이 차려고 들면 발바닥으로 발등을 막는다.
      무릎팍치기= 상대방이 차서 들어오면 손으로 그 발뒷굽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옷을 맞붙잡아 뒤로 넘어지면 발로 늦은배를 괴고는 받아 넘긴다.
      내복장갈기기= 발장심으로 가슴을 친다.
      칼재비= 엄지와 검지를 벌려 상대방의 목을 쳐서 넘긴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