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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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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장산숲

  • 기사입력 : 2005-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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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은 들녘 홀로 선 가을숲

      '나'를 찾는 사색여행

      개구리 울음소리, 시골 할머니들의 구수한 사투리, 황금 옷으로 갈아입는 벼 이삭들.

      여름 태풍을 고스란히 이겨낸 시골정경은 벌써 가을이 여물었음을 느낀다.

      고성군 마암면 장산마을에 위치한 장산숲.

      넓은 들녘 한가운데 홀로 단아하게 서있는 숲도 마찬가지다. 서서히 익어가는 듯한 울창한 수목들은 마치 사막위의 오아시스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숲 속으로 들어가 본다. 두 팔로도 감싸 쥘 수 없는 굵은 몸매의 고목들이 수백 년 동안 터득한 호흡법으로 청량감을 한 아름 안겨준다.

      장산숲의 나무들은 대부분 서어나무지만 느티나무. 긴이팝나무. 쥐똥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25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수목들은 다 볼 수 있어 조그만 수목원을 연상케 한다.

      “태풍 매미때 나무들이 많이 부러졌지. 그래도 여름이면 사람들로 앉을 틈이 없어. 우째 알고 찾아오는 지. 허허”

      이곳을 관리하는 허정팔(79) 할아버지의 말이다.

      남해안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2003년 태풍 ‘매미’도 역시 이곳에 생채기를 남겼다고 한다. 고목 일부를 받쳐놓은 쇠막대기가 당시의 상황을 가늠케 한다.

      장산숲(경상남도 기념물 제86호)은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조선 태조 때 정절공(貞節公) 호은(湖隱) 허기(許麒)가 조성한 인공림이라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만든 숲이라는 뜻으로 비보(裨補)숲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래 장산숲은 앞산과 뒷산의 마루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만들었지. 바다가 마을에 비치면 마을에 액운이 낀다는 풍수지리학에 근거해 그랬다는구만.” 할아버지는 어릴적부터 전해들은 얘기를 그대로 전한다.

      실제 숲 밖에서 마을을 보면. 마을은 숲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조선시대에는 멀리 바다에서 왜구가 출몰해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성 당시에는 숲의 길이가 1㎞ 이상 달했다고 하나 현재는 약 100m. 너비는 60m 정도. 면적은 연못을 합해서 약 6천㎡ 밖에 남아있지 않아 서운함마저 든다.

      그래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 연꽃 등 수중식물로 뒤덮인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에는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곳곳에 놓여진 정자와 전망대. 연못. 쉼터는 옛 선인들이 생활 속에서 가졌던 풍류와 은유의 멋을 짐작케 해준다. 게다가 구들까지 갖춘 돌 평상은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숲 내부에 세워진 김해 허씨 소유의 비각과 재실도 옛 영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혹 고성으로 간다면 장산숲에 들러보자. 느릿하게 걸어도 10분이면 족할 숲길. 잠시나마 도원경(桃源境)으로 빠져볼 수 있다. 글·사진=최승균기자july9th@knnews.co.kr

      ▲찾아가는 길

      마산에서 통영으로 가는 국도 14호선을 따라 쭉 가다보면 고성 배둔면이 나온다.

      배둔 사거리에서 500m가량 지나면 오른쪽 편(지방도 1007)으로 연화산 도립공원 혹은 옥천사 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편도 1차선을 따라 가다보면 화산마을이 나오고 1.5㎞정도 가면 마암면사무소가 왼쪽편에 보인다. 1㎞정도 더 가면 길 왼편에 장산 숲을 만날 수 있다.

      차는 맞은편 장산마을회관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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