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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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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단풍이'의 가을편지

  • 기사입력 : 2005-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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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 만나려면 지금 와"

      다시 보려면 1년이 걸릴테니…


      “와 별가사리다.”

      꼬마들은 가끔 날 보고 그렇게 부르지.

      동화 속에 나오는 별 모양과 바닷가에 사는 불가사리랑 모양이 비슷해서 그런가 봐. 물론 지금 같은 가을엔 색깔도 유사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아이들의 순진한 발상이 너무 귀엽기만 해.

      사람들은 우리를 그냥 ‘단풍’이라 얘기해.

      사실 우리는 전 세계에 200여 가문이 넓게 퍼져 살아. 단풍나무, 아기단풍, 시닥나무, 섬단풍나무, 은단풍, 설탕단풍, 좁은 단풍, 꽃단풍, 왕고로쇠, 산고로쇠, 복장나무 등등. 다들 시조가 틀리지. 살아오면서 서로 다른 종끼리 결혼해 혼혈가문들이 많아졌어.

      내가 사는 곳은 지리산 피아골. 굳이 주소를 묻는다면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정도.

      임진왜란부터 한말(韓末) 격동기, 여순 반란사건, 6 ·25전쟁 등 많은 싸움으로 인해 흘린 피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피아골이라고 한대. 참 슬픈 일이지. 하지만 원래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지. 당시에는 피밭골이라 불렸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 이름으로 바뀐 거지.

      아무튼 우린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선 꽤 알아주는데 사는 편이지. 설악산이나 인근 내장산에 사는 애들은 자기들이 더 고급(?)동네 산다고 우기기도 해.
     참 우습지. 좋은데 사는 걸 자랑하고 싶은 건 사람이나 우리나 똑같은가 봐.

      이 참에 우리 동네 자랑 하나 할까. 봄이면 진달래, 여름이면 짙은 녹음, 겨울이면 설경까지 아름답지. 그 중 지금처럼 가을엔 천하제일의 경치를 볼 수 있지.

      수백년 전, 아마 조선시대지. 당시 인물 중엔 꽤 존경받고 유명한 사람이었나 봐. 이름이 조식이라던데. 이곳에 사는 우리를 보고 그랬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봤다고 말하지 마라”고. 핏빛보다 붉다고 지금은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해.

      그뿐만이 아냐. 인근에는 내가 봐도 훌륭한 절경들이 많아. 온 산이 붉게 타서 산홍, 물도 붉게 비치게 해 수홍,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인홍이라고 해 옛날부터 사람들은 삼홍의 명승지라 불렀어.

      직전마을에서 선유교 거쳐 삼홍소에 이르는 길은 정말 매력적이지. 연주담과 통일소 등 푸른 소와 커다란 바위들, 그리고 화사한 우리 단풍들. 사람들은 뛰어난 자연미에 쏙 빠져들 수밖에 없지.

      어때. 한번 와보고 싶지. 이왕이면 28∼30일 사이에 와. 우리 동네에서 단풍제가 열리거든. 이때는 일년 중 우리들이 사람구경 제일 많이 할 수 있는 날이지. 그래서 우리도 예쁜 색동옷으로 다 갈아입어. 손님을 그냥 맞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 가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한번 놀러와. 서로 구경 좀 하자.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이쪽으로 전화해. ☏061­783­9100∼2.(지리산 남부사무소) 글·사진=최승균기자 july9th@knnnews.co.kr


      ▲지리산 피아골 단풍 산행코스


      ★직전마을- 피아골 산장- 직전마을(3~4시간)= 승용차를 가지고 간 원점회귀 산행의 경우. 버스 종점이 있는 직전마을에서 주차를 한 후 삼홍소를 거쳐 피아골산장까지 갔다가 내려온다. 피아골 단풍은 연곡사로 주릉을 향해 40여리 이어지지만 그 가운데 직전마을에서 연주담- 통일소- 삼홍소까지 1시간 거리 구간이 특히 빼어나다.


      ★성삼재- 노고단- 임걸령- 피아골 코스(5~6시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로 성삼재에서 노고단. 돼지평전을 거쳐 임걸령 못 미쳐 삼거리나 임걸령에서 피아골로 하산한다. 5~6시간 소요.


      ★피아골- 임걸령- 뱀사골 코스= 피아골 못지 않게 뱀사골 단풍도 볼 만하다. 피아골에서 산행을 시작해 피아골산장을 거쳐 주능선 임걸령에 올라 뱀사골로 하산한다. 임걸령에서 반야봉을 올랐다가 뱀사골로 하산할 수도 있다. 1박 2일로 잡고 버스 종점인 직전마을에서 민박을 한 후 이 코스를 잡으면 여유가 있다.

      ▲가는 길

      피아골 직전마을 구례= 직전마을 군내버스가 1일 8회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첫차는 오전 7시20분. 막차는 오후 6시30분. 구례시외버스공용정류장(☏061-780-2731)

      ▲산행 문의

      ★지리산남부사무소 ☏061-783-9100. ★연곡매표소 ☏061-783-9110. ★탐방안내소 ☏061-783-9106. ★피아골대피소 ☏061-783-1928. ★산내농협지도계 ☏063-636-3072. ★산내면사무소 ☏063-620-6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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