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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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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삶- 가을 고성 옥천사의 초대

  • 기사입력 : 2005-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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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스레 우울하다. 몸도 천근만근이다.
      ‘이게 웬 늦가을에 늦바람이람.’
      오싹할 정도로 차가워진 바람이 오히려 좋아진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은 어디론가 떠날 것을 종용한다.

      여행을 떠나보면 목적지보단 그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즐겁다. 고성 옥천사를 가는 길도 그렇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도. 붉게 타오르는 산도. 무료하게 볕을 쬐고 있는 할머니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풍경은 금세 자신을 어린시절로 돌려놓는다.

      상념에 젖어있기도 잠시. 어느새 연화산 도립공원 내 옥천사 길목에 도착한다.
      잘 닦여진 산길로 무성한 갈참나무 숲이 늘어서 있다. 산길을 오르다보면 큰 착각에 빠진다.
      산새소리에 귀가 트이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마음이 맑아진다. 붉은 단풍에 눈이 즐거워지고 흐트러진 낙엽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산사엔 도착도 하지 않았건만 이미 온갖 고뇌와 번뇌를 뒤로 한다.
      속세의 때 묻지 않은 맑은 공기를 들이쉬고 가슴의 응어리까지 떨쳐주는 약수를 마시면서 오르기를 10분.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과 극락교가 눈에 들어오면서 옥천사에 도착한다. 계단을 오르자 눈이 번쩍 뜨인다.

      ‘샛노란 세상’.
      산사 앞마당은 수백 년 된 거목의 은행잎들로 이불을 폭 뒤집어 쓴 듯하다. 어떤 물감으로 칠해도 저런 색을 낼 수 없으리라. 산사의 건축물과 울긋불긋한 나무들의 선명한 대비는 한 폭의 명화다.
      화엄십찰의 하나로 신라 문무왕(676)때 화엄대사가 창건한 옥천사. 사찰의 이름처럼 곳곳에서 나오는 약수는 마음을 금방 정화시킨다.

      색 바랜 사찰들과 이끼 잔뜩 낀 돌담은 그 동안의 세월 흔적을 고스란히 느낀다.
      옥천사의 구조는 특이하다. 대부분 사찰의 대웅전이 정면에 위치하면서 가장 웅장함을 드러내는 게 일반적이라면 이곳은 7칸짜리 자방루(도유형문화재 53호)를 지나야 대웅전이 나온다. 규모도 초라할 정도로 작다. 심검당. 적묵당. 명부전. 팔상전. 독성각. 칠성각 객실 등 15동의 건물은 사이좋게 촘촘히 붙어있다. 꽤 큰 사찰일거라는 애초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옥천사는 임진왜란 때 터만 남고 모두 불탄 전력이 있다. 다만 이러한 특이한 양식은 조선시대 후대에 들어서 토족양반들의 수탈과 횡포가 배경이 됐다고 한다. 당시 토족 양반들은 무단으로 경내에 들어와 술과 안주를 요구했고. 스님들에게 횡포를 부렸다고 한다. 이러한 수탈속에서 가급적 외부의 침입에서 안전하도록 건축물을 방어적 수단으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옥천사 7칸짜리 자방루의 지극히 폐쇄적인 모습이나. 입구를 적묵당 부엌으로 왜소하게 만든 이유도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다보니 옥천사 대부분 건축물이 문화재로 많이 지정돼 있다. 사찰 우측에 새로 건립된 유물전시관인 보장각에는 보물 제495호로 지정된 임자명반자를 비롯해 각종 불화와 고문서. 대종 등 불교유산이 빼곡히 담겨있다.
      사찰에서 만난 보명 스님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세가 연꽃을 닮았다하며 붙여진 연화산. 그 중 물 흐르는 소리가 암곡을 울린다하여 붙여진 옥천의 사찰 옥천사.
      이곳을 오르기만 해도. 고즈넉한 사찰을 한 번만 둘러봐도 ‘해탈’이라도 한 듯 싶다. 글=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찾아 가는 길= 마산에서 통영으로 가는 국도 14호선을 따라 고성에 들어서면 배둔 사거리에서 500m가량 지나면 오른쪽 편(지방도 1007)으로 연화산 도립공원 혹은 옥천사 가는 길로 따라가면 된다. 편도 1차선을 따라 가다보면 화산마을이 나오고 1.5㎞정도 가면 마암면사무소가 왼쪽편에 보인다. 10㎞정도 가다가 좌회전 하면 연화산 도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된다. 사찰까지 차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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