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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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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경남도

  • 기사입력 : 2005-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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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잔에 마음이 즐겁고 두 잔에 정신 맑아지니…


      한 잔을 마시니 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이 밝아 마신 이의 마음이 즐거워 그 뜻이 천지에 가득하네.
      두 잔을 마시니 나의 정신이 맑아져 홀연히 비가 와서 티끌까지도 씻어버린 것 같구나
      세 잔을 마시니 마음을 깨쳐서 편안하니 어찌 마땅히 애써서 번뇌를 타파하지 아니하리.
      이 차는 맑고 고귀하여 자연이 정한 것임을 알아야 하는데. 이로써 누구나 다도가 모든 진리의 근본임을 알 수 있나니. 오직 신선이 사는 단구에서만 얻을 수 있도다. -중국 당나라 교연대사의 음다시-

      정좌된 자세. 절제된 동작.
      모든 게 조심스럽다. 찻잔을 천으로 닦아내는 동작부터 차 한 잔을 따르기까지. 한눈에 보기에도 온갖 정성이 들어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투명한 에메랄드 빛 녹차는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마음을 맑게 정화시킨다.
      지난 22일 창원전문대 6호관 무용실에서 다도 시연을 보이는 학교 산하 평생교육원 전통차예절지도사 과정. 다도교육지도사 과정 회원들.

      상보를 벗긴 다음 고이 접어 옆에 놓는 모습부터 심상치 않다.
      조심스레 차행주로 차솥을 닦고 차 솥뚜껑을 열어 뚜껑 받침 위에 놓는다. 이내 표주박으로 탕수를 떠 물식힘사발과 다관. 찻잔에 부어 정화시킨다.

      잠시 후 차행주로 찻잔을 두세 번 돌려 가며 깨끗이 닦은 뒤 차를 넣은 다관에 물을 붓고 차가 알맞게 우러나면 찻잔에 옮겨가며 고루 따른다.

      여러 명의 같은 동작이 마치 깨달음을 수행하는 사원의 수도자 같다. 심금 울리는 대금소리와 멋들어진 수가 놓인 병풍은 오히려 이런 경건한 분위기를 더욱 받쳐준다.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세 번에 나눠 색과 향. 맛을 음미한다.

      정성으로 닦고 끓이고… 30분 이상 행다법 거치니

      건강한 마음 올바른 생활습관이 절로

      세 번에 나눠 마시며 색·향·맛 음미 "茶道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

      “무엇보다 건강에 좋죠. 3년 전 심장병 수술을 했는데 지금은 피가 보통사람들보다 아주 맑은 편이라는 의사선생님의 얘기를 들었어요.”
      8년째 다도를 배우고 있는 정창순(44)씨의 자랑이다.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에게 다도 수업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다도 수업을 해보니까 동적·즉흥적이고 산만하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나 행동하는 게 아주 차분해졌어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탄산음료를 좋아해 충치는 하나씩 달고 있는데 전통차는 충치 예방에도 확실히 도움이 돼요.”

      다도 2년차 이옥순(45)씨는 정서적인 면을 강조한다.

      “나 자신을 위해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주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바쁘게 살다보니 참 많이 거칠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에요.”

      허경순(29)씨도 마찬가지.
      “친구들이 ‘네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라는 말을 자주 해요. 굉장히 말괄량이에 환절기면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성격도 차분해진 것 같고 감기도 다도를 배운 뒤로는 한 번도 앓은 적이 없어요. 여드름도 없어지고 피부미용에 얼마나 좋다고요.”

      올해 결혼을 앞두고 미국으로 간다는 그녀는 미국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해볼까 생각 중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다도’(茶道). 회원들은 여기에 인생이 담겨있다고 한다.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보통 30분간의 행다법을 거친다. 차 마시는 일만큼 쉬운 일이 없는데 인생살이야 오죽하랴.
      중국 명나라 장원의 다록에는 “차를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하고 저장은 건조하게 하며. 우려낼 때는 깨끗하게 하나니 정성. 건조. 청결. 이것이 다도의 전부”라고 축약한다.

      이처럼 다도는 건강뿐만 아니라 차를 끓이고 마시며 대접하는데 있어 따르는 정성과 예의에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기를 수 있다.

      지도교수인 김철수 교수는 “예부터 약용으로 사용됐을 만큼 기호 음료로 즐겨왔다. 최근엔 웰빙 열풍에 힘입어 차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며 “정신적 건강적으로 좋은 우리 전통다도에 대한 체계적인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올 겨울 전통차의 문을 두드려 보자. 차를 마시는 멋과 더불어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도 꽤 의미 있을 듯싶다. 글=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전통차 두 배로 즐기기
      차를 우릴 때는 예열된 빈 찻주전자에 차를 넣는다. 차의 양은 사람 수에 따라 이미 주전자의 크기가 선택된 만큼 눈대중으로 5분1 정도 차도록 한다. 싱거운 것을 좋아하면 양을 적게. 짠 것을 즐기면 좀 더 많이 넣으면 된다. 귀때그릇의 물이 알맞은 온도인 60~70도까지 식었으면 찻주전자에 붓는다. 세 사람이면 석잔이 나올 만큼만 부으면 된다. 차가 우러나는 시간은 물의 온도에 따라 다르나 보통차에 70도쯤의 물을 부으면 2분이면 충분하다.
    차를 마실 때는 찻잔을 왼손바닥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잡고 마신다. 차는 색향맛을 음미하는 게 기본. 그래서 3~4번에 걸쳐 나눠 마신다. 찻잔에 전해지는 차의 온기와 도자기의 질감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 차를 입안에 넣고 머금었다가 삼켜야 차의 다섯 가지 맛을 고루 볼 수 있고. 풍취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차의 은은한 여운인 여향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차는 차갑게 마시는 것보다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고. 다소 귀찮더라도 그때그때 우려마시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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