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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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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신항', 그 야심과 '꿍심'

  • 기사입력 : 2005-1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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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진해 용원과 부산 강서구에 걸쳐 건설중인 신항만의 명칭이 ‘신항’이란다. 10년이 지나도 구항아닌 ‘신항’이고. 새 항만이 건설되면 ‘신신항’으로 해야할 판이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작명이다. 작명을 주도한 해양수산부는 “신항만은 항만법상 부산항의 하위 항만이고. 대외적으로 ‘부산 신항(Busan Newport)’으로 홍보돼 왔지만 지역 갈등이 첨예한 점을 고려해 ‘부산’이라는 지역명칭을 빼고 ‘신항’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이 주장해온 ‘부산·진해신항’은 무역항으로서의 부산항과 혼돈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배제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여기에 음모는 없는가. ‘신항’이 부당한 이유를 몇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신항’은 애비. 에미도 없는 자식의 이름이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호의 의미가 아니라 창조의 의미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존재의식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신항’은 갓 태어나 작명을 하기전에 ‘아가야’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씨가 누구인지도 몰라 성을 붙이지 못할 경우다. 해수부 설명대로라면 ‘부산항의 신항’쯤 된다. 그러나 이에 따르더라도 족보를 제대로 세우려면 ‘부산항의 진해신항’이 바른 작명이다. 그런데 국산이름은 ‘아가야’이면서 영문이름은 ‘Busan New port’다. 가방끈 짧은 사람도 세월이 가면 ‘부산신항’으로 부를 공산이 크다. 사실상 ‘부산신항’으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눈가리고 아옹한 격이다. 백번 양보해 애비. 에미의 씨가 그렇고 밭을 보더라도 ‘부산·진해신항’이 제격이다.

        둘째. ‘신항’엔 흑심과 야심이 도사리고 있다.
        그간 검은 속셈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하다. 어떻게든 ‘진해’를 넣지 않아야 할 저의가 숨어있다. 부산시는 부산항이 한계에 이르자 1995년 4월 가덕도에 국한한다는 명목으로 신항만건설계획 용역을 발주한다. 이에 앞서 1989년 1월 경남땅이었던 의창군 천가면(가덕도)을 부산 강서구에 편입시키며 교두보를 확보했다. 1997년 신항만건설촉진법이 시행된 후 가덕신항만건설사업의 명칭이 ‘부산신항’으로 바뀌고 건설예정지로 진해시까지 지정·고시된다. 이때부터 부산시의 1차 야심이 드러나 뒤늦게 안 경남과의 지루한 명칭싸움이 시작됐다. 부산이 굳이 ‘부산신항’을 고집하는 것은 향후 행정구역 획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항만 부대사업권과 항만노조운영. 배후도시 관할권을 부산항만공사를 앞세워 독차지 하려는데 있다. 여기에 부산이 정치적 고향인 김영삼 전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에서부터 정치적 고향이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확실히 가세한다. 지난 9월 진해쪽 북항컨테이너 부두와 배후부지의 임시관할권이 부산시로 지정된 것이 검은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였다면. 이번 명칭결정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쳐 독식하면 얹힌다. 경남이 알고도 그냥 삼키도록 둘 것 같은가.

        셋째. ‘신항’엔 정치적 ‘꿍심’이 엿보인다.
        이번 명칭결정 과정에서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이 심상찮은 행보를 했다. 오장관은 내년 부산시장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여기에다 지난 16일 관계장관회의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참석한 것을 기화로 ‘신항’으로 굳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노정권이 내년 지방선거와 향후 정권재창출을 위해 부산과 경남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자명하다. 경남은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 시군 단체장이 한나라당 일색이다. 노대통령이 태어난 김해에서 조차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1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미운 오리(?)나 다름없는 경남보다 부산쪽에 공을 들이고 올인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다. 계산된 책략일 수 있다는 말이다.

        끝으로 노대통령은 사인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신항’을 철회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까지 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이 기간 사이좋던 두 이웃의 갈등과 반목은 뻔하다. 이 시점에 한 가지만 강조한다. ‘나라님’은 부산의 ‘나라님’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나라님’이다. 덧붙여 이순신 장군님이 보호하사 ‘부산·진해신항’이 무역안전항으로서 국익이나 경쟁력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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