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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싸가지 없는' 유시민

  • 기사입력 : 2006-0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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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훈(사회1부 차장)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X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지난해 4월 열린우리당 전국대의원대회 당시 386그룹의 좌장격인 김영춘 의원이 공개편지를 통해 밝힌 이 한마디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동료의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의 언변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직설적이다. 토론을 할 때는 상대를 거침없이 쏘아붙이고. 그러다가 냉소적인 웃음을 짓기도 한다. 쌀쌀맞기 이를 데 없다. 상대의 기분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다. 재주는 있으나 덕이 모자라는 ‘재승박덕(才勝薄德)’형이다.

        어떤 이들은 유시민의 언행을 경박하고 저급하다고 한다. 이는 결국 당을 분열시키는 요소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에게는 ‘곤란한’ 사람이며. 껄끄러운 사람이다. 유시민도 자신이 ‘싸가지가 없다’는 이유로 당에서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라는 것도 시인한다. 그런데도 꼭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9월 홈페이지에 올린 ‘아침편지’에서 “정치를 바꾸는 바로 그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원칙주의자’인 유시민은 의제마다 ‘실용주의적’ 동료의원들과 충돌했다. 국가보안법. 당의 노선. 기간당원제 등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 연말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설이 나돌 때. 열린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유 의원이 장관에 임명된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청와대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가 막상 지난 2일 장관 내정을 발표하자. 전대에서 공개편지를 띄웠던 김영춘 의원을 비롯한 18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유감스럽다는 말과 함께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5일로 예정됐던 청와대와의 만찬회동에 불참키로 했다. 이쯤 되면 막가는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도 유시민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의 입각과 관련한 당·청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다. 또 유시민이 장관이 되든 안되든 그것 또한 관심 밖의 일이다. 한국에는 유시민 만한.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들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시민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알고 싶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유시민의 입각을 그토록 반대하고. 또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왜 맞장구를 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시민과 한 배를 타고 있는 여당 의원들은. 유시민의 거침없는 언변과 튀는 행동 등이 결국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장관이 되려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는 너무 급진적이고 전투적이다. 어긋난 언행 한마디가 정부 정책 전체를 흔들 수 있어 불안하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에서 보여 준 그의 말과 행동. 또 그것 때문에 점점 고착되는 이미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대부분이다. 그가 한 말의 내용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 형식에 대한 비방에 가깝다. 야당도 장관으로서의 됨됨이가 아니라. 여당의원들마저 반대하고 있는 인물을 기용하려는 노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그가 지난달 모 대학 강연에서 “PD수첩 프로듀서가 황우석 교수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다”라고 한 발언과 그러한 의식을 문제삼는 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으로 합당할 터인데. 이것을 거론하는 이는 찾아 보기 힘들다.
        20년 전 서울대 학원프락치 사건 항소이유서에서 그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글을 맺었다. 유시민이 ‘싸가지 없는’ 이유가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80년대와 같은 슬픔과 노여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때문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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