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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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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32)소수자(Minority)

  • 기사입력 : 2006-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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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소수자가 만드는 다수자의 세상

    소수자(Minority).
    이제는 이 말을 일상적 용어로 쓰고 있어요. 트렌스젠더 하리수씨를 볼 때. 외국인 노동자를 볼 때. 보행권을 주장하는 장애인들의 투쟁을 볼 때. 우리는 이 말을 떠올리곤 하죠.

    한번 생각해 봐요. ‘소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누군지.
    여성. 이주노동자. 아동. 초중고교생. 장애인. 동성애자. 에이즈환자. 노인. 소수 인종. 장기수. 혼혈인. 비정규직 노동자. 미혼모. 이혼녀. 심지어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왼손잡이 등 열거하기에도 너무 많은 소수자라 불리는 이들이에요.

    소수자라 부를 수 있는 범주가 너무 넓고. 내 주변의 사람. 그리고 나 자신도 소수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셈이죠. 단지 숫자가 적다고 소수자가 아니예요. 숫자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소수자라고 해요.

    199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회의가 각국에 수립을 권고한 인권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2003년 10월 정부기관 협의에 따라 인권위원회가 권고안을 작성하고 정부가 이에 기초해 중장기 인권계획을 세우도록 결정한 바 있어요. 그런데 바로 지난주 9일 국가인권위가 3년 동안 준비한 인권정책 청사진을 제시했어요. 이 안을 정부가 받아들여 유엔에 보고할 경우 국제사회에 구체적인 인권 개선 약속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권고에 비해 비중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권고안에는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성적 소수자.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11개 범주로 구분해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했어요.

    한 가지만 살펴보면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 및 학교 종교행사 참여 강요에 의한 학생권리 침해와 관련해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학교 종교행사 때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등의 권고사항을 담고 있어요.

    우리 주변에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대립되어 사용되는 언어들이 있어요. White는 ‘흰’ ‘백색의’ ‘결백한’ ‘순수한’인 반면 ‘Black’은 ‘검은’ ‘흑인의’ ‘사악한’ ‘어두운’ ‘불길한’ 등의 의미가 있어요. 우리말에서도 여러분도 알고 있는 것처럼 ‘오른’은 ‘옳은’을 의미하며. ‘오른손’은 바른 일을 하는 ‘바른손’이라고 불리며. 반대로 ‘왼’은 항상 부정적인 것을 의미해요. 이뿐인가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식의 여성에 대한 언어 사용도 지극히 부정적이죠.

    이런 이분법적 대립에서 항상 악. 불행. 부정과 같은 이미지의 몫은 항상 소수자의 것이에요. 따라서 소수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내는 거예요. 이유가 뭘까요?

    조선시대에 천주교. 동학의 평등사상에 기존질서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양반들은 천주교. 동학을 반대하고 국가의 기틀을 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첫번째 이유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특정한 계층과 계급은 손해를 보는데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소수자에게 이 짐을 떠넘기게 되죠.

    둘째. 효율성 유지인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더 단순화시키고 더 많이 생산하는 대량화가 필수적인데 10%의 왼손잡이를 위해 물건을 만든다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극소수 장애인 승객을 위해 버스 승하차 부분을 개조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셋째. 획일성 유지를 위해서인데. 특히 군대라는 공간. 집단의식이 필요한 공간에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이나 양심이 필요 없죠. 사회적 평균인만 필요한 사회가 요구하는 다수자.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은 소수자인 셈이죠.

    네 번째. 집단 또는 국가정체성 유지 때문인데. 모든 집단이나 사회는 자신들만 공유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 정체성은 일종의 코드로 적합한 자는 수용하고 적합하지 않은 자를 적합한 자로 바꾸려고 하고. 전환 불가능한 자는 사회적 왕따가 되는 셈이죠.

    중세 말에 진행됐던 마녀사냥은 성경의 재해석을 시작한 신흥 종교집단. 집시. 소수 인종들이 그 대상이었어요. 히틀러도 이런 이유로 유태인 학살을 했죠.

    단일 민족이라는 정체성으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 소수 민족과 소수 인종. 조선인과 고려인. 혼혈인에 대한 다양한 억압과 차별이 우리 안에 있는 다수자의 횡포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이러한 편견과 차별은 극단적 저항으로 표현된다는 건 일반적인 진리인 셈이죠. 작년에 있었던 런던테러. 프랑스 이민자 소요사태는 바로 이런 평범한 진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에요.

    소수자를 다수자 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자들을 인정하고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을 지켜줄 수 있을 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한 인권 청사진의 내용을 살펴보고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 조사해 보세요. 이번 권고안의 내용 중 사회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나는 어떤 부분에서 사회적 소수자인지 친구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소수자로서 받는 편견과 불이익은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3. 다수결의 원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러분이 만약 소수자라면 다수결의 원리가 어떻게 보일까요?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만약 다수결의 원리로 소수자의 권익을 지킬 수 없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4. 각 시대마다 소수자의 유형은 달랐어요. 시대별로 소수자의 유형을 정리해 보고 왜 그런 종류의 소수자가 소수자 지위를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5. 현재 각 국가마다 소수자의 유형은 각기 달라요. 대표적인 몇 개 국가를 선정하여 소수자의 유형을 조사하고. 그 국가에서 왜 그런 소수자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6.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소수자를 선택하여 왜 그들이 소수자인지 어떤 편견과 억압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토론해 보세요.

    7. 최근 상영되고 있는 <청연>은 시대를 넘어 하늘을 날고 싶은 여성의 꿈을 그림 영화이지만 친일 논란의 벽에 부딪혀 <청연> 관람 거부 인터넷 카페까지 개설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현재 민항기 여성 조종자는 6명 정도 있고. 아직 여성 기장은 없고. 공군사관학교는 1997년에야 여성들에게 개방되었어요. <청연>의 주인공 박경원은 살았어도 죽었어도 남자와 민족주의에 걸려 넘어져야만 하는 소수자가 아닐까요? 영화를 보고 친구들과 토론을 해 보세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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