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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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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졌다 하면 '찌리릿' 오감만족 '손맛 사냥'

  • 기사입력 : 2006-03-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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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칼에 쓱싹 즉석 놀래미회

      직접 뜯은 돌미역에 둘둘말아 '꿀꺽'

      산해진미 안부럽네

      숭어떼 만난 '행운의 뱃놀이'

      들채로 퍼담으니 순식간에 수십마리

      수족관이 따로없네


      한마디로 `로또'였다.
      밑밥 뿌리고 미끼를 끼우는 그런 낚시가 아니었다. 양어장이나 수족관에서 뜰채로 뜨는 그런 형국이었다.

      숭어 20마리. 놀래미 등 잡어 15마리. 씨알이 작아 방생한 것까지 치면 50여 마리는 족히 넘는 조과를 올렸다.

      그곳이 어디냐. 신항만 공사가 한창인 부산 가덕도와 진해 솔섬 일대이다. 주초 새벽 6시에 진해 안골에서 이 일대로 선상낚시를 떠났다. 10년 경력의 고승원(31)씨, 5년 경력의 서주민(31)씨와 동행했다. 당초 목표는 거제 이수도 방향으로 감성돔을 낚을 예정이었지만 다소 바람이 많이 불어 가까운 곳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오전 6시30분.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가덕도 등대 앞 200m 여밭 인근의 선상 포인터. 이미 낚싯배 두 대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늘에 다소 구름이 깔려 있었지만 파도는 잔잔했다. 이미 앞서 도착한 배에서는 30㎝ 정도 되는 감성돔과 씨알 좋은 놀래미의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일행도 서둘러 준비했다. 수심은 25m. 조류는 다소 빨랐다. 3호짜리 막대찌와 2.5호 원줄, 1.5호 목줄, 감성돔 바늘 2호로 릴 채비를 마쳤다. 선상은 굳이 멀리 릴을 던질 필요도 없다. 그냥 바닥의 밑걸림없이 자연스럽게 흘려보내 수중여 주변을 탐색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10분이 지나자 주민씨로부터 첫 조과 소식이 들렸다. 손바닥보다 큰 놀래미였다. 5분 뒤 또다시 놀래미와 20㎝가 넘는 보리멸이 연거푸 올라왔다.

      그런 흐뭇함도 잠시. 그게 끝이었다. 2시간이 지나도 입질 하나 없다. 조류가 빠른 것도 원인이지만 자주 조류방향이 바뀌었다. 참다 못한 승원씨가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동의.

      첫 포인트에서 1㎞ 정도 떨어진 가덕도 끝쪽 해안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곳은 돔보다는 씨알 굵은 놀래미가 많이 올라오는 곳이라며 아예 채비를 대낚시로 바꿨다. 미끼도 크릴에서 갯지렁이(청개비)로 바꿨다. 조류가 빨라 쓰지도 못한 밑밥을 여기다 왕창 뿌렸다.

      `푸드득'. 금방 찌릿한 신호가 왔다. 승원씨와 주민씨에게도 똑같이 입질이 왔다. 동시에 건져올렸다. 씨알 좋은 세 마리의 놀래미였다. 이후 1시간 동안 10여 수의 놀래미 조과를 올렸다.

      “놀래미가 잡어지만 회맛은 돔 못지 않죠. 잠시만 기다리시죠.”
      승원씨가 배를 바다위 톡 튀어나온 여 앞으로 대더니 칼로 주섬주섬 뭔가를 뜯기 시작했다.

      “여기 미역은 일반 미역하고 틀려요. 자연산 돌미역이죠. 이걸 놀래미와 같이 싸먹으면 맛이 환상이랍니다.”
      회 치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금방 10여 마리의 놀래미가 옷을 벗고 먹음직스런 회로 둔갑했다.

      “한번 잡수보슈. 횟집에선 이런 맛 보지 못할 겁니다.” 미역에 회를 싸 초장을 듬뿍 싸 권했다. 한입 꿀꺽∼.
      부드러우면서도 꼬돌꼬돌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후 1시. 회와 라면까지 곁들여가며 점심을 때우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였다.

      승원씨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진짭니꺼. 알았습니더. 30분만 기다리이소.”

      진해 솔섬 앞바다에 숭어떼가 들어왔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낚싯대도 필요없이 그냥 뜰채 하나로 퍼 담으면 된다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서 그물도 아니고 뜰채로 뜬다고?.'

      믿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그런 경험은 물론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보통 숭어는 10월부터 2월까지 산란을 하죠. 아마 산란을 마친 숭어떼가 가끔 연안으로 올라오곤 합니다.” 일행은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내달렸다. 진해 솔섬 연안으로 들어서자 눈을 의심했다. 정말 숭어들이 바닷속을 헤엄치고 다니는게 보였다. 이미 갯바위에선 몇몇 사람들이 낚싯대는 팽개친 채 뜰채로 숭어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씨알도 굵었다. 보통 40∼50㎝는 족히 돼 보였다.

      배를 천천히 움직였다. 선두에 선 주민씨가 뜰채로 숭어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옛날 만화 영화에서 보던 `코난' 같다.
      한마리, 두마리, 다섯마리, 열마리, 스무마리. 갯바위쪽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빛으로 쏘아보기 시작한다.

      1시간여. 모두 잡아올린 숭어는 40마리에 가까웠다. 씨알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숭어는 모두 방생했다. 승원씨가 연락을 준 사람에게 이리저리 인심을 쓰고도 족히 스무마리나 됐다. 배 한편의 수족관(?)에 숭어들이 꽉 차버렸다. 수십마리씩 조과를 올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그건 현실이었고 가능한 일임을 실감했다.

      `만선'의 기쁨이 이러하던가. 늠름하게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동안 부진한 조과 탓에 얼마나 서러움을 받았던가. `초짜'라고.

      이번 출조를 통해 난 그렇게 믿기로 했다.
      `역시 낚시는 실력보단 운이야. 흐흐.'  글·사진= 최승균기자 july9t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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