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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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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고향의 손길이 그립다

  • 기사입력 : 2006-07-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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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배 (마산중앙중학교 교장.시인)


      우리 모두에게 고향은 소중하며 추억과 어린 꿈이 송이송이 맺힌 인정과 사랑이 숨쉬는 곳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 정답던 고향 마을과 친지 친구 모습이 떠오르며 세상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고달프고 괴로울 때는 고향으로 달려가 그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고 싶은 마음을 자주 갖기도 한다.

      참으로 소박하고 그리움이 가득한 시골 풍경. 고추잠자리가 머리 위로 빙글빙글 돌고 허수아비와 참새들이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을 한번쯤 보고 싶다. 밤이면 매캐한 모깃불 연기 냄새 속에서 평상이나 멍석에 누워 할머니 팔을 베개로 삼고 옛날이야기에 깊이 빠져 밤을 보내던 시간도 그리워진다.

      그 때가 없었더라면 무슨 사연들이 우리 가슴 속을 채울 것인가. 해마다 설날과 추석이 오면 그 지긋지긋한 교통전쟁 속에서도 경쟁이라도 하듯 고향에 빨리 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볼 때 역시 우리의 고향은 신비로운 마력을 지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평소보다 두 서너 배의 긴 교통지옥의 터널을 빠져 나오면 모두가 지쳐 짜증. 불만 등이 쏟아져 나오지만 막상 고향의 어귀가 가까워지면 그 옛날의 다정한 모습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 축 처졌던 몸뚱이가 생기를 찾아 일그러진 얼굴이 밝은 모습으로 바뀌어 피곤함도 잊게 하는 것이 고향의 매력이고 포근한 품이 아닌가 싶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이런 삶의 모습과 정이 그대로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난 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때는 이렇게 함께 모여 인정을 얘기하고 이웃끼리 오순도순 살면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나고 추억을 가꾸어온 고향을 그리워한다. 보고 싶은 고향. 가고픈 고향이 있으면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고향의 맑고 밝은 얼굴처럼 가슴을 활짝 열고 인정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겠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주민들이 시골 고향에서 그리고 텃밭에서 기른 무나 배추 과일 들을 가지고와 서로 나누어 주고. 가정에서 손수 만든 음식을 함께 먹으며 정을 쌓는 광경을 자주 보곤 한다. 인정스런 나눔으로 인해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늘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

      작고 하찮은 것 같지만 바로 이것이 옛날 우리가 살아왔던 고향의 정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보석보다 더 값진 의미가 아닐까. 이런 하나하나가 모여 정을 쌓고 신뢰로 다져간다면 우리의 메마른 이웃은 어머니 같은 고향. 정이 넘치는 가족으로 만들어 갈 것은 분명한 일일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내가 조금 손해 보고. 기다려주고. 좀 더 일하고. 욕심을 버린다면 불신의 벽은 허물어지고 인간적인 분위기는 금방 살아나리라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한걸음 물러서서 우리 이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보자. 그들에게 눈길을 돌려 안아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우리 모두가 될 때 미움의 눈길은 사라지고 함께하는 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들과 미소로써 인사를 해 보자. 그러면 함께 웃는 우리가 될 것이다.

      고향의 음성이 메아리치는 것 같다.

      품앗이 정신으로. 따스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랑을 받기 보다는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오늘 하루 간절하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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