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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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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거제 뱃길여행

  • 기사입력 : 2006-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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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따라 갈매기도 따라오네


    전날 내린 가느다란 빗줄기에 가을이 씻겨 간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쌀쌀함을 넘어 한기를 느끼게 된다. 집안에 모셔둔 두터운 외투를 꺼내야 할 때다.

    꼭 이맘때면 겨울바다 생각을 하게 된다.

    경남은 남해안을 곁에 두고 있어 행복하다. 언제든지 마음만 잡는다면 곧장 달려갈 수 있어서다.

    28일 겨울바다를 보러 훌쩍 진해 속천부두로 향했다.

    먼 바다는 아니더라도 멀리서 바라보는 산과 도심. 푸른 물결. 갈매기들을 만날 수 있다. 배를 타는 맛도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 된다.

    ▲진해 속천~거제 실전

    창원과 진해를 잇는 안민터널을 지나 2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보면 하수종말처리장이 나오고. 우측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속천부두가 눈에 들어온다.

    그 곳에 ‘진해-거제 카훼리 여객선터미널’이란 간판을 내건 선착장이 있다. 여기가 진해 속천에서 거제 실전까지 배편이 운항되는 곳이다.

    속천부두에 도착한 첫 느낌은 도심에서 너무 가깝다는 것이었다. 창원 신월동에서 20여분 거리였다. 여행은 땀을 흘리며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가깝게 있으면서도 찾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겹친다.

    선착장은 썰렁했다. 터미널 간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다. 주변에 조그만 어선들을 빼고는 여객선으로 볼만한 배들이 보이지 않는다. 큰 여객선터미널처럼 부두에 정박한 여객선이 한 척도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은 2대의 여객선으로 거제 실전부두까지만 왕복운항하는 터미널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속천~길전 전문 여객선터미널인 셈이다.

    재미난 것은 거제 실전에서 진해 속천까지 돌아오는 배편의 운항시간표도 똑같다는 것. 그래서 항상 속천과 실전의 정중앙에서 두 여객선은 조우를 한다.

    오후 1시. ‘부우웅~.’ 뱃고동이 울린다. 여객선이 꿈틀거린다.

    진해에 도착해 30분 가량 휴식을 취한 여객선이 다시 거제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힘차다’는 말보다는 ‘여유롭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느긋한 출발이다.

    이제 서서히 진해만으로 들어선다.

    제법 물보라를 일으키는 폼이 배를 탄 기분을 나게 한다. 멀어져가는 장복산과 속천부두가 마음을 설레게도 한다.

    그리고 반가운 손님들이 뒤따른다. 갈매기들이다. 무슨 일인지 열심히 배를 따른다.

    순간. 앗~ 이것이구나 싶은 장면이 연출됐다.

    배 한편에서 한 승객이 바다로 과자를 던지기 시작했다.

    ‘켁~ 켁~’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갈매기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승객들을 보채는 녀석도 있다. 승객과 눈을 마주치며 노골적인 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손을 뻗어 덮석 잡을 수 있는 거리도 서슴지 않고 날아들었다.

    과자를 계속 주면 아마 거제까지 따라올 녀석들이다.

    이렇게 15분여 동안 갈매기들은 배를 따라왔다. 정확히 말하면 과자를 따라왔다.

    선상에서 갈매기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뱃길의 한 가지 즐거움이다.

    진해만 가운데서 시계를 안 봐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거제에서 오는 여객선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시계 역할을 한다. 속천과 실전의 거리는 10마일.

    평균속도 10노트. 딱 1시간 거리다.

    속천과 실전에서 동시에 출발했으니 맞은편 여객선과 만난 곳이 두 곳의 정중앙이고 30분이 지난 셈이기 때문이다.

    배를 따라오며 보채던 갈매기들도 잠잠해지고 시간도 어느 정도 흘렀다.

    멀리 진해만을 품에 안고 있는 장복산으로 눈을 돌려본다.

    진해와 창원을 경계로 길게 능선을 드리우고 서있는 장복산은 나지막한 산이다. 그래서 오히려 진해와 창원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제 어느때고 마음만 먹으면 가족들과 혹은 연인들과 가볍게 오를 수 있어서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진해만으로 흘러내린다.

    햇살을 받은 바닷물은 은빛으로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고 그렇지 못한 곳은 짙푸른 녹색이 됐다. 이렇게 바다색은 햇살을 따라 수시로 색깔을 바꾸고 있었다.

    40여분 선상에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추위가 느껴진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난다. 비로소 여객실로 들어섰다.

    매점도 있고 커피자판기도 있고. 크기는 작았지만 화장실도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다만 여객실 안에서는 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 속도도 느린데다 이날 따라 파도가 잔잔해 배가 물위에 떠 있는지 앞으로 나가는지 여객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드디어 칠천교가 눈 앞에 보인다. 실전부두는 칠천교 바로 밑쪽에 위치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진해 안골~거제 농소

    진해와 거제를 오가는 뱃길로는 진해 안골과 거제 (장목)농소 코스도 유력하다.

    운항시간은 30분 가량. 1시30분에서 2시간 간격으로 배편이 있다. 여객선에는 50여대의 차량을 탑재할 수 있다.

    자기차량을 이용해 거제도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일정에 맞춰 여객선터미널에 차량 탑재를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거제 농소에 도착했다면 장승포항까지 내려가 유람선을 타고 외도를 비롯해 와현. 구조라. 학동. 도장포. 해금강을 둘러볼 수 있다.

    다만 거제 실전과 마찬가지로 농소에서도 자기차량 없이는 여행이 불편하기 때문에 연계된 대중교통 차편을 꼼꼼히 챙겨야한다.

    진해 실전·안골와 거제 실전·농소의 뱃길여행은 바위섬과 무인도. 굴·홍합 양식장 등 주변의 바다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단시간 코스로 적당하다. 해안가에 차를 세워놓고 바다와 갈매기를 벗삼아 명상에 잠겨도 좋을 듯하다. 박영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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