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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43) 서울대 논술 푸는 열쇠는?

  • 기사입력 : 2006-12-06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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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분석

    글짱: 이번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가 공개된 뒤 친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요.

    글샘: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겠구나. ‘호동왕자 일화와 김부식의 삼국사기 논평’에 관한 글을 제시문으로 준 뒤. 수험생 자신이 ‘삼국사기’를 다시 쓴다고 가정하고 답안을 작성하라는 문제였지. <*서울대 논술시험문제 원문은 맨 마지막에 부분에 있음>


    글짱: 쉽게 출제됐다고들 하던데 막상 제가 서술해 보려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글샘: 어떤 흐름으로 풀어갈 것인지가 고민일 테고. 3시간 안에 2천500자 분량을 쓴다는 게 부담이 될거야. 또 시험장에서는 긴장하기 때문에 중요한 대목을 빼먹는 실수를 하기 쉽지. 김부식의 논평을 다룬 제시문을 수험생이 평가하라는 게 서울대 출제위원의 요구 사항이야. 또 호동왕자와 김부식의 딜레마도 글에 담으라는 주문도 있음을 알 수 있어. 특히 호동왕자의 대응과 김부식의 논평에 나타난 가치관과 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는 것도 필수 사항이란다.


    글짱: 이 주제로 머릿속에 글의 얼개를 그릴 때. 주요 글감으로 어떤 걸 잡아야 하나요?


    글샘: 논술이 창의적 글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 틀’은 구상해야겠지. 그 구상에 따라 김부식의 논평을 평가하는 주요 논점이 나올 테고 말이야.


    글짱: 이 논술 문제를 글샘이 쓴다면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갈 거예요?


    글샘: 나는 초점을 서너 가지 정도로 잡을 거야. 논술은 제시문에 실마리(힌트)가 있는 법이야. 대략 떠올릴 수 있는 건. ‘죽음을 부추기는 외부 환경과 그에 따른 대처’나 ‘가치관의 혼란에서 비롯되는 딜레마(Dilemma)’. 그리고 ‘가정 문제로 인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성숙된 자아’ 등이라고 할 수 있어. 여기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오늘날 관점에서 적용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야겠지.


    글짱: 제시문만 읽고도 그런 걸 떠올려야 하나요?


    글샘: 요즘 강조하는 통합논술형 글로 완성하려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까지 덧붙일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해. 예를 들면 제시문의 내용처럼 ‘자살’이 주요 논점의 하나일 경우엔. 나도향의 소설 ‘물레방아’에 나오는 주인공 ‘방원’의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을 글감으로 써먹어도 괜찮을 거야. 물론 자기가 써나가는 글의 논지와 연관성 있는 내용으로 전개가면서. 주제 중심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분석해야 한단다.


    글짱: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 같은 이론을 접목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글샘: 아마 이번에 그 이론을 대입해 쓴 수험생도 있을 거야. 제시문의 주제어 중 하나로 ‘딜레마’라는 용어가 보이니까 ‘옳거니’하면서 글감으로 넣었겠지.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를 끌어들이는 건 위험할 수 있어. 자칫 쓸 거리가 없어 학원에서 암기식으로 익힌 이론 하나를 대입한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지. 사실 그 이론은 알다시피 ‘서로간에 정보 소통의 길이 막힌 두 죄수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최적의 방안을 선택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잖아. 호동왕자와 왕비의 관계를 그렇게 설정해 논술하다간 자칫 출제 측이 요구한 논제를 벗어날 우려가 있단다. 


    글짱: 그 지적을 들으니. 평소 학원에서 배운 걸 써먹는 것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샘: 그러면 식의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글샘이 다양한 유형으로 활용할 만한 글을 만들어 소개해 볼게. 그러나 논술은 수험생 자신이 쓰는 글인 만큼 적절한 대목에 논리적인 주장과 함께 잘 엮어 나가야 함은 명심해야 한단다.


    <활용 글 1 - `오늘날 청소년 문제'와 접목해 서술하기>

    가족간 갈등 문제에서 비롯된 가치관 혼란으로 인해 ‘효’라는 사회의 도덕률마저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에 따라 충동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 호동의 행위는. 오늘날 세태에 견주면 나약한 의지 때문에 쉽게 죽음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자살의 전염현상을 일컫는 정신의학 용어인 ‘베르테르효과(Werther Effect)’처럼 역사적 인물인 호동왕자의 갈등해결 방식을 자신의 여건과 동일시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살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기 때문에 ‘전염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활용 글 2 - `사이먼의 `만족화 행동 원리' 인용>

    사이먼의 ‘만족화 행동원리’에 따르면.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과정에서는 순수한 합리성이 아니라 주관적인 합리성이 추구될 수 있을 뿐이며. 대안을 선택할 때도 최적 대안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만족스러운 대안’이 선택될 수밖에 없다.

     

    <활용 글 3 - 소설 `물레방아'를 끌어들여 비유하기>

    소설 물레방아에 나오는 방원의 아내와 신치규의 탐욕은. 호동왕자의 계모인 왕비가 자신의 경쟁자를 없애 지위를 영위하고자 하는 탐욕에 비유된다.

    방원은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자학에서 문제의 해결 방식을 ‘아내 살해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호동왕자는 자신의 무능함보다는 ‘효’라는 가치관을 그릇된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왕비의 탐욕에 맞서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활용 글 4 -호동왕자의 선택은 최적 대안이었는가?>

    자살에 대한 편향된 해석은 위험하다. ‘자살’이란 글자의 순서을 바꾸면 ‘살자’가 된다. 이렇듯 호동왕자 역시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자신이 죽는 길이 아버지나 왕비에게 효도라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김부식의 주장처럼 아버지를 설득하는 것은 당시 그가 처한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만족스러운 대안이 아닐지언정 ‘은둔’과 같은 제2의 최적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부식은 사회통념상 이론적인 대안을 제시했지만. 오늘날 세태에서 우리가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되는 가정문제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택’에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과연 피해자의 처지에서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활용 글 5 - 김부식이 간과한 것을 `비판적 사고`로 짚어보기>

    김부식이 호동왕자의 선택에 대해 비난을 가하고 있지만. 그 조언 역시 호동에겐 실제로 행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끼리 집단 자살을 시도한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릇된 조언’이 오히려 죽음을 부추겨 자살을 방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김부식은 간과한 것이 아닐까.

    김부식이 자살의 갈림길에서 갈등한 호동왕자에게 진정한 조언을 하려면 ‘상담자와 자살기도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 자체’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했다. 호동왕자의 당시 나이를 감안한다면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의 갈등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청소년에게 아버지를 계도해 해결책을 찾으라는 조언은 오늘날 시각에서 볼 때 오히려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활용 글 - `햄릿형 인간'으로 비유한 인간의 갈등 심리>

    셰익스피어의 소설 주인공 ‘햄릿’은. 결심은 했지만 막상 실행하기를 주저하게 되는 심리의 전형을 보여 준다. 햄릿의 이러한 심리가 당시 호동왕자의 갈등 심리가 아니었을까. 오늘날 가정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직면하는 이러한 문제도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심리적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이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식의 편리함’ 때문이다. 그 때문에 ‘차선의 대안’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햄릿처럼 ‘죽느냐 사느냐’식의 단순화된 사고로 인해 자살이라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어쩌면 김부식은 이분법적 사고가 다양한 가능성들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활용 글 7 -지금 내가 `대한민국 史記'를 쓴다는 마음으로>

    가뜩이나 자살 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오늘날 세태에서 볼 때. 호동왕자와 같은 역사적 저명인물의 자살은 보통 사람들에게 ‘저런 사람들도 죽는데’라는 식의 충동을 심어주기 쉽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자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와 같은 ‘자살 미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자살 방조’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내가 김부식처럼 오늘날 호동의 일화를 담아 ‘대한민국사기’를 쓴다면. 어떤 길이 자식으로서 진정한 효인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고 호동을 질타할 것이다. 또 가치관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노력은 왜 하지 않았는지 되물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대신에 차라리 부모님 곁을 떠나야 하는 아픔이 있더라도 산으로 들어가 종교에 귀의하는 게 옳았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글샘: 우선 이 정도만 소개할게. 논술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므로. 위 예문보다 더욱 논리적이고 독창적인 글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오늘 논술탐험의 목적은 서울대 논술 답안을 알아보자는 게 아니야. 어떠한 유형의 제시문이 주어지더라도 평소 독서와 신문읽기 등을 통해 익혀 온 자신만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맘껏 펼쳤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주제를 다뤄 보았단다. 물론 글짱처럼 논술 작성에 대해 막막함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말이야. 다음 시간에 만나자. <편집부장 >

     

    ■ 서울대 2007학년도 수시모집 논술 문제 예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실려 있는 글이다.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고 가정하고. [제시문 가]의 사실에 대해 [제시문 나]와 같은 성격의 글을 작성하라.(단. 아래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

    호동과 김부식은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떠한 가치들이 갈등하는 문제인지 딜레마의 형태로 그 문제를 정의하라.
    호동의 대응과 김부식의 논평에 드러난 양자의 가치관과 가치 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라.

    [제시문 가]
    여름 4월에 왕자(王子) 호동(好童)이 옥저(沃沮)에서 유람하고 있는데. 낙랑왕(樂浪王) 최리(崔理)가 길을 나섰다가 마주쳐서 물었다.
    “그대의 얼굴을 보니 예사 사람이 아니오. 북국(北國) 신왕(神王)*의 아드님이시지요?”
    그러고는 함께 돌아가서 자기 딸을 아내로 삼게 했다. 뒤에 호동이 귀국해서는 사람을 시켜 최리의 딸에게 몰래 전갈했다.
    “만약 그대 나라의 무기고에 들어가서 고각(鼓角)을 부숴버리면 내가 혼인의 예(禮)를 갖추어 맞이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겠소.”
    예전부터 낙랑에는 적병이 올 때마다 스스로 소리를 내는 고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부수도록 시킨 것이다.
    이에 최리의 딸이 예리한 칼을 가지고 무기고 안에 몰래 들어가 고각을 부수어 버리고 호동에게 알려주었다.
    호동은 왕에게 권해 낙랑을 기습하게 했다.
    최리는 고각이 울리지 않으니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구려 군대가 성 아래까지 엄습해 온 다음에야 고각이 부수어진 것을 알고. 딸을 죽이고. 나와서 항복했다.
    (다른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왕이 낙랑을 멸망시키고자 청혼하여 그 딸을 호동의 처로 삼아 데려 왔다가.
    뒤에 낙랑에 돌아가서 고각을 부수도록 시켰다고 한다.)
    같은 해 겨울 11월에 왕자 호동이 자살했다.
    호동은 왕의 차비(次妃)인 갈사왕(曷思王) 손녀의 소생이다. 아주 잘 생겨서 왕이 매우 사랑하고. 그래서 이름을 호동이라 했다.
    원비(元妃)는 왕이 적자(嫡子)의 자리를 빼앗아 호동을 태자로 삼을까 염려해 왕에게 참소(讒訴)했다.
    “호동이 저를 예(禮)로 대하지 않으니. 왕실을 어지럽히려고 할지 모릅니다.”
    왕이 말했다.
    “당신은 남의 자식이라고 미워하는 것 아니오?”
    원비는 왕이 자기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을 알고는. 장차 화(禍)가 자신에게 미칠까 염려해 눈물을 흘리면서 고했다.
    “대왕께서는 은밀하게 조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제가 죄를 받겠습니다.”
    이에 대왕은 호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장차 죄를 주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호동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어찌 스스로 밝히려고 하지 않는가?”
    호동이 대답했다.
    “내가 밝히면 어머니의 잘못을 드러내게 되고. 그러면 대왕에게 근심을 끼치게 되니. 효도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는 칼에 엎어져 죽었다.

    * 북국(北國) 신왕(神王) : 고구려 제3대 왕 대무신왕(大武神王)


    [제시문 나]
    (나 김부식은) 논(論)하여 말한다.
    이 대목에서 왕이 참언(讒言)을 믿어 죄가 없음에도 사랑하던 아들을 죽였으므로 그 어질지 못함은 논할 여지도 없다.
    그러나 호동도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째서 그러한가?
    자식으로서 아비의 책망을 받을 때는 마땅히 순(舜) 임금이 아버지 고수에게 하듯** 해야 한다.
    작은 매는 맞되 큰 매는 달아나 아버지를 불의(不義)에 빠뜨리지 않게 해야 하는 법인데.
    호동은 큰 매를 피해야 함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죽지 말아야 할 곳에서 죽었다.
    이는 소절(小節)에 집착하다가 대의(大義)에 어둡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 순(舜) 임금이 아버지 고수에게 하듯 : 순의 아버지 고수와 계모는 순을 학대했다. 고수는 순을 매일같이 때렸는데. 순은 참고 맞다가 큰 몽둥이로 때리면 도망갔다. 그것은 큰 몽둥이에 맞아 죽으면 아버지에게 불효가 될까 해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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