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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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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거창 안의삼동 정자 여행

  • 기사입력 : 2006-12-07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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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복잡할 땐 훌쩍 떠나

    옛 시간 속을 거닐어 보세요

    달력이 마지막장을 보이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차분하게 지나온 1년을 되돌아볼 곳은 없을까.
    전국에서 가장 빼어날 뿐 아니라 100여개 정자가 있는 함양과 거창의 안의삼동 계곡이 떠오른다.

    안의삼동 계곡은 구한말 안의군에 속해 있던 화림동계곡. 용추계곡(옛이름 심진동계곡). 월성계곡(원학동계곡)을 말한다.

    안의군은 일제시대 행정구역개편으로 안의면으로 바꿨고 속해 있던 7개 면은 함양군에. 5개 면은 거창군에 포함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고 하다.
    계곡을 따라 자연이 되어버린 정자를 둘러보고 정자에 올라 물소리를 듣고 바람의 향을 느끼고 있노라면 한 해를 뒤돌아보고 정리하기에 제격이다.

    ▲ 화림동 계곡

    창원에서 출발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대전간 고속도로(35번)에 오른다.
    화림동계곡만 둘러볼려면 지곡IC에서 내려 24번 국도로 안의면에 도착. 26번 국도로 갈아타고 서하면. 서상면 방면으로 가는 게 낫다.

    하지만 일행은 거창군 월성계곡도 둘러볼 심산이라 코스를 조금 달리했다.
    지곡IC를 지나 서상IC에 내려 서상면. 서하면. 안의면을 둘러보고 용추계곡을 거쳐 월성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남강의 상류)이 아래로 흘러 내리면서 냇가에 기이한 바위와 담소를 만들고 농월정에 이르러서는 반석 위로 흐르는 옥류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무릉도원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먼저 서상IC를 빠져 나와 우회전을 하고 5분여를 내려오니 ‘거연정’을 만난다.

    거연정은 흐르는 옥빛 계곡물 사이. 하얀 치아를 드러낸 듯한 화강암 위에 자리잡았다. 삐걱거리는 화림교를 지나 거연정에 올라서니 차가운 계곡 바람에다 물소리에 세상 시름을 잊게 하는 듯하다.

    이름 그대로 힘찬 산세와 아름다운 경관을 벗삼아 자연에 머물렀던 선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밑에는 거연정을 보기 위해 세워졌다고도 하고 정여창 선생이 수양을 하고 후학을 양성한 곳을 기념해 지었다는 ‘군자정’이 놓여있다. 규모는 작지만 짙게 빛바랜 기둥들을 보며 세월의 무상을 탓한다.

    이곳 군자정에서 또다시 5분여를 내려가면 ‘동호정’이다. 정자 앞에는 해를 가릴 만큼 넓은 바위란 뜻의 ‘차일암’이 버티고 누워 있다. 맞은편 괘관산과 천황봉. 도숭산으로 오르는 큰 디딤돌인 것 같다.

    지난해 정자와 차일암. 맞은편 등산로를 잇는 다리가 떠내려가 한참 다리를 놓고 있었다. 주변의 늘려 있는 붉은 철제들은 자연과 동화되려고 했던 선조들의 생각과는 맞지 않아 아쉬웠다.

    동호정에서 경모정과 황암사를 지나면 ‘농월정’이다.

    한국 정자 예술의 최고봉으로 불렸던 농월정이지만 2003년 10월 불에 탄 뒤로 주춧돌과 시끄먼 나무 몇조각만이 옛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달밝은 고요한 밤에 암반 위 냇물에 비친 달빛을 한 잔의 술로 희롱하던 선조들의 풍류와 멋이 새겨진 곳. 농월정은 없었지만 작은 웅덩이를 품고 있는 월연암과 소나무숲. 반석 위로 물이 흘러 그 앞에 탁 트인 화강암들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 용추계곡

    농월정의 옛 모습을 그리며 용추계곡으로 향했다. 계곡 바로 앞 입구가 ‘심원정’이다. 조선 명종과 선조시대에 거제부사 돈암 정지영이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와서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선조들은 정자를 억지로 짓지 않았다. 바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울퉁불퉁하면 한 대로 정자를 지었다. 그래서인지 계곡 정자들의 다리는 길이도 두께도 제각각이다.

    ▲ 월성계곡

    3번과 37번 국도를 타고 20여분 거창을 달리면 수승대를 만난다. 월성계곡에 자리한 수승대는 자연의 선경 외에도 여름철 거창국제연극제로 유명한 곳이다.

    ‘수승대’는 본래 수심에 차서 송별하는 곳이란 뜻의 수송대로 불렸다. 그러나 조선시대 대학자 이황 선생이 이곳의 풍경을 보고 시를 한 수 읊은 뒤로 수송이 수승으로 바뀌게 됐다고 한다.

    수승대 인근에는 거창의 정자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들이 있다. 요수정이 있고 모자를 닮은 바위에 지어졌다고 하는 모암정이 있다. 숲 속의 정자를 보려면 갈계숲을 찾으면 된다. 그곳에는 갈계 선생이 후학을 가르쳤다는 크고 작은 3개의 정자가 줄지어 섰다.

    선조들이 만든 정자에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그래서 벽이 없는지도 모른다. 정자를 지으면서 자연과 하나될 수 있는 곳을 찾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박영록기자 pyl21c@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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