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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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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보시(布施),그 나눔의 묘한 이치

  • 기사입력 : 2007-03-21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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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오고 있습니다. 재약산 갈댓잎 사이 사이로 용케도 찾아오는 봄. 행여 좌선하는 선방스님들께 들킬세라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고 오는 봄. 중생들의 희망을 가지고 오는 봄은 이미 산사에 가득한 향기를 뿌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반야(般若)의 지혜를 품은 계절. 봄이 온 것입니다. 겨우내 얼어 있다가 구제받지 못한 세상의 모든 유정물을 위해 분별을 초월하여 나타난 봄은 자비와 보시의 마음으로 포근하게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청정하고 참된 보시-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로 말입니다.

    이처럼 모든이에게 골고루 희망을 나누어주는 봄의 계절 같은 것을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나눔의 공덕이라는 걸 표시하고 있는데 보시(布施)가 그것입니다. 물론 기독교나 천주교에서도 베품을 중요시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보시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 베풀었다라는 것을 드러냄 없이 조용한 자비심으로 베풀어주는 것을 뜻합니다. 선행을 행하고도 그것을 자랑하거나 과보를 바라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는 마치 하늘의 태양이 온 천지에 따뜻한 빛과 에너지로 인간에게 끝없는 혜택을 베풀면서도 그 은혜에 상응한 보수를 바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불우이웃 돕기를 한답시고 라면박스를 건물더미 만큼이나 쌓아놓고 ‘내가 남을 위하여 베풀었다’는 사진을 찍어 보이기 위한 전시용 보시는 진정한 보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는 내가 베풀었다는 의식으로 집착만을 남기게 되고 궁극적으로 타인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보시가 될 수 없는 것이므로. 허공처럼 맑은 마음으로 보시하는 무주상보시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눈에 보이듯 보여주기만을 위한 보시에 몰두하는 일부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새겨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나눔의 공덕과 배려. 그 나눔의 묘한 이치인 보시는 무엇을 주었다는 티를 내지 말고 주는 것이지요. 소리 없이 와서 우리에게 희망과 포근함을 주는 봄과 같이 오로지 자비심으로 전하는 그것이 참 보시가 아닐까요.

    우리 주위에는 경제적 어려움. 가난과 질병. 외로움.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을 겪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사는 사람은 너무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너무 못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하니 경제수준이 아무리 높다한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어찌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겠습니까.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부탄이라는 나라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은 반면. 국민소득이 상위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행복지수가 꼴찌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것은 혼자만 잘살겠다는 욕망으로 나눔의 보시가 없는 결과로 보아야 합니다. 이제는 고루고루 나눠 살아갈 때입니다. 우리 모두 세상에 공존하는 생명체로 서로에게 따뜻한 자비심을 베풀어야 빈부격차가 줄어들며 평등한 대비심이 온누리를 감싸지 않을까요. 결국 보시행으로 우리들의 어리석음과 탐욕으로 생기는 괴로움의 바다에서 벗어나며 나눔의 공덕으로 지혜와 자비로 가득 찬 복된 세상으로 다함께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청정하고 참된 나눔의 보시를 행하려면 첫째로. 누구든지 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능력에 따라서 재물을 베풀고. 스스로 인색하고 탐욕한 생각을 버려야 하며 둘째로. 명예나 이익이나 존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모두의 이익과 남의 구제를 위하여 이익을 줄 수 있게 되기만을 염원하면서 나눔을 행할 것이며 셋째로. 주위의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여 곤경에 처했을 때 자기가 스스로 그 난을 받아 감당하고 그 사람을 곤경 속에서 구출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한다면 보시의 공덕으로 소외된 이웃이 웃음을 찾게되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나눔의 공덕인 보시를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대는 항상 보시하기를 즐겨하라. 왜냐하면 보시할 때 그 사람은 항상 기쁜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몸이 순박해지며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며 온갖 좋은 공덕을 두루 갖추게 되니 참다운 공양을 여실하게 알게 되느니라.”

    아무쪼록 봄이 오는 길목에 개인적 차원에서는 공덕을 쌓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개인적 부를 사회적으로 환원하기 위해 아름다운 보시의 공덕 쌓아 우리 인생 옥토 같이 기름지게 가꾸어 봄이 어떠할까요. 해마다 우리 가슴에 아무도 몰래 찾아와서 기쁨을 주는 봄처럼 말 없이 그리고 조용히 보시의 공덕 쌓아봅시다. 법이나 아상을 떠난 무주상보시로 말입니다. 청운스님(밀양 표충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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