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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칼럼] 망산, 자연 그리고 부동산

  • 기사입력 : 2007-06-22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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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임식(한국토지공사 경남지역본부 고객지원차장)


    거제 망산(望山·397m)에 올랐다. 2001년 8월 거제산악회에서 등산로를 개척하여 새롭게 탄생한 숨은 진주같은 명산이다. 왜구들이 너무 괴롭혀서 주민들이 산에 올라 망을 봤다고 해서 명명한 것이 망산이라고 했다. 수천리를 달려 온 거대한 산줄기가 거제도 남단에서 마지막 용틀임을 하며 토해 낸 산이다. 쉬엄쉬엄 능선길을 걸어 3시간만에 도착한 정상에는 그야말로 천하 제1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럽도록 푸른 바닷물 위를 춤추며 너울대는 파도. 그 파도의 애무에 겨워 마냥 행복해 하는 한 떨기 섬들. 그 섬들 넘어 일망무제의 수평선을 영원한 침묵으로 지켜보고 있는 태평양…. 조물주가 일필휘지로 멋진 형태의 거제도를 빚어내고 남은 먹 몇 방울이 앞바다에 떨어져 매물도. 병대도. 가왕도. 욕지도. 비진도. 소지도. 장사도. 대덕도…. 너무나 예쁜 섬들이 된 것이리라.

    작년 여름 방문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 뚤룸 앞바다의 그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반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화산지형의 석회질이 만들어 낸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희박한 어종과 단조로운 해안선은 보는 이를 금방 식상케 하지만. 우리 남해안은 그야말로 신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불멸의 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토는 이처럼 전국 구석구석이 아름다움의 극치요 창조주의 선물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은 산을 산이라 아니하고 물을 물이라 아니한다. 산과 물은 영원한 자연이지만 인간은 이기심과 탐욕으로 이들을 소유하려고 한다. 인간이 자연을 소유할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돈으로 화체된 욕망은 자연을 마음대로 재단한다. 억겁의 세월을 지키고 있는 자연에 대하여 찰나를 사는 인간이 들이댄 욕망의 대표적인 표현이 ‘부동산’이다. 탐욕이라는 정글에서 뒹굴고 있는 군상들이 그 천박한 쾌락을 위하여 자연을 자연이 아닌 부동산이라 하며 이리저리 희롱하고 있다. 아름다운 망산은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산128-1외’라고 인위적인 선이 그어지고 개별공시지가 ㎡당 337원이라는 욕망의 한계가 표현된다. 무한한 욕망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완충지대에서 그나마 조정과 절제를 보여준다.

    땅에 대한 인간의 축록전(逐鹿戰)은 유사 이래 치열해 왔지만 우리처럼 거의 모든 이들이 ‘자연’이 아닌 ‘부동산’으로 인식하고 국부를 쏟아 붓는 민족이 또 있을까? 가계자산의 81%가 부동산에 들어가 있듯이 경제활동의 과실이 고스란히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부동산에 들어간 자본은 더 이상의 ‘자연’을 거부한다. 소중하고 은혜로운 국토는 자본의 끝없는 탐식으로 병들어 간다. 정녕 산과 물은 산과 물일 수 없는가? 내 몸과 마음을 씻어 준 아름다운 망산만은 탐욕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하고픈 작은 소망을 실어 본다.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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