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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는 세상] `어탕국수' 로 더위사냥 나서 볼까

  • 기사입력 : 2007-06-28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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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겁다 그러나 시원하다

    민물고기 뼈째 고아 국수 넣어 매콤 칼칼 담백한 맛 일품

    단백질 지방 칼슘 풍부해 숙취해소 등 도움 최고 보양식



    목욕탕 안. 피부가 새빨개질 정도로 뜨거운 고온탕에 몸을 담그곤 “아이고. 시~원하네”를 연발하는 아주머니들.
    여름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탕 한그릇을 비우곤 “시~원하다”를 외치는 아저씨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이상하단 생각으로 바라봤을 법한 광경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한국인 특유의 감탄사인 ‘시~원하다’가 절로 이해되기 마련.
    더욱이 입맛 없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여름철이면 그 감탄사가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팔팔 끓여나오는 탕과 밥을 먹자니 목구멍이 텁텁해 잘 안 넘어간다.

    이런 까칠한 여름 입맛을 사로잡는 여름철 별미를 소개할까 한다.

    여름 인기메뉴인 면에. 칼칼한 민물 생선탕을 합한 ‘어탕국수’.
    강을 낀 지역에서 자란 이에겐 친숙한 음식이겠고. 이름조차 생소한 이도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 어탕국수를 먹기 시작했는진 모른다.
    다만. 시장에 ‘어탕국수’란 메뉴가 등장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음식을 즐겼다는 강가 근처 토박이들의 증언으로 추정해 볼 수밖에.

    원조 어탕국수를 맛 볼 수 있다는 산청군 생초면을 찾아 함안. 거창 쪽을 향해 지리산 자락을 굽이굽이 따라 들어간다. 서늘한 강내음이 코끝으로 말을 건다.
    산청 경호강의 맑은 강가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춤을 추는 민물고기들은 예부터 어탕국수의 재료로 활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생초면에 경호강을 끼고 도는 이면도로가 생기면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어서리의 민물고기 음식촌이 눈에 들어온다.

    원조 어탕국수 맛을 보기 위해선 길가의 음식점을 통과해 동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허름한 집이 원조 맛집이다’란 속설을 증명하듯 허름한 듯. 비위생적인 듯 보이는 어탕국수집 두 채가 마주보고 있다.

    생초면 토박이로 일평생을 어탕국수와 함께한(?) 박점순(59·제일식당 주인)씨.
    “어탕국수는 어린시절 동네에서 흔히 먹던 흔한 음식이자 동네 문화였다”며 옛 추억을 회상한다.

    40년 전. 동네 주민 여럿이서 족대나 투망질해 잡은 물고기를 강변에 차려놓은 큰 솥에 넣고 팔팔 끓인 뒤 국수를 넣어 한소끔 끓이면 동네사람들 모두 한그릇씩 먹을 수 있는 ‘부페’였다고.

    강가 곳곳에서 먹기 시작한 어탕국수는 전국 미식가들을 통해 별미로 취급되면서 이제 도심 곳곳에서도 맛 볼 수 있다.

    “도심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맛을 개발해내 여기 현지하곤 맛이 달라. 이 맛에 길든 사람들은 밖에껀 못 먹겠다며 일부러 멀리서도 찾아와. 또 도심맛에 길든 사람들은 그 맛을 더 좋아하기도 하더라고.”

    40년 손맛이 밴 어탕국수를 맛보기 위해 한 그릇 주문했다.

    어탕을 끓이는 방법은 추어탕과 거의 비슷하다.
    맑은 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깨끗이 씻은 후 뼈째로 중불에서 푹 곤다. 생초면 어서리에서 주로 취급하는 민물고기는 붕어. 경호강이 오염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민물고기 수효가 줄었다는 것. 타지에서 가져오기도 하지만. 순수 자연산 고기만 쓴다. 자연산이 아니면 제맛이 안나기 때문. 국물이 뿌옇게 우러나면 체에 걸러 가시를 추려낸다.

    식사시간엔 손님이 계속 밀려 오기 때문에 육수를 내는 작업은 미리 해 냉장보관한다. 그렇지 않고선 손님들을 다 치러낼 수 없다고.
    미리 완성한 육수를 한바가지 떠내 큰 솥에 넣고 다시 끓이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끓이고 나면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뒤 국물에 촌국수와 근대를 넣고 끓인 후 산초가루와 함께 그릇에 담아낸다. 각 식당 주들의 손맛에 따라 양파나 마늘. 된장이 들어가기도 한다.주방이 훤히 보이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바라 본 요리과정은 지극히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그 맛은 간단치가 않다.

    시골밥상같은 밑반찬과 함께 뜨끈한 김이 술술 올라오는 어탕국수 한 그릇.
    국물을 한 술 먼저 떠먹어 본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릿한 맛이 전혀 없다. 매콤한 시원함에 육고기 육수에선 맛 볼 수 없는 담백한 끝맛이 일품이다.

    국수도 건져올려 한 입 베어본다. 언뜻 퍼져 보이는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쫄깃하다. 육수의 맛이 밴 칼칼함과 근대잎과 산초의 알싸한 향이 은은하게 입안 가득 퍼진다. 면발이 말 그대로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먹을 수록 감칠맛이 돈다. 국수를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을 쭉 들이켜 보자. 구수한 내음에 씹힐 듯 말 듯한 어육이 목구멍을 간지럽힌다.

    어느새 그릇의 바닥이 보인다.
    국수 한 그릇 먹었을 뿐인데. 제대로 된 보양식 한 그릇 먹은 듯 속이 든든하다. 가격은 3천원. 이 가격에 이 맛과 영양을 어디서 맛 볼 수 있을까.

    맛을 봤으니 어탕국수 자랑도 한 수 해야겠다.

    어탕국수는 민물고기의 단백질과 지방. 칼슘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최고의 영양식품으로서 보양효과가 있다. 숙취 해소를 위한 해장국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다. 예부터 식은땀을 많이 흘리거나 피로가 심하고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많이 먹였으며 특히 위가 좋지 않아 고생하는 이들에게 효과가 있다.

    7·8월 장마철이 지나면 더 깊고 빨라지는 경호강은 여름휴가에 안성맞춤이다. 래프팅도 좋고. 계곡 물놀이도 좋다. 산청에 들르거나 지나게 되면 꼭 어탕국수 한 그릇으로 더위사냥에 나서보자.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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