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 선출 1주일만에 대선과 내년 총선을 지휘할 시스템을 갖췄다.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이방호 사무총장 등이 면면이다. 친정체제 강화와 화합. 실용 보수를 기치로 당 세력을 교체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경선에서 이 후보를 도운 공신이라는 동질감외에도 영남에 정치적 뿌리를 둔 강성이라는 점에서 유대를 느낄 지 모를 일이다.

이 후보 측이야 “큰 선거가 있고 당 기반이 약하니 불가피하다”고 강변하겠지만 “끼워넣기에 무늬만 탕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우기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쏠림현상 마저 있는데다 충신이 넘치니 반대 목소리가 사라질까 두렵다.
박희태 전 경선 선대위원장이 인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정관정요>의 당 태종(이세민)과 위징. <초한지>의 한 고조(유방)와 장량을 얘기하면서 위징을 중용한 태종을 격찬한 점은 그래서 도드라진다.
위징은 태종에게 “신으로 하여금 충신이 되게 하지 마시고 양신이 되게 하옵소서”하고 간한다. 태종이 놀라 묻자 그는 “양신은 순 임금때 직과 설 같은 신하이며 충신은 한나라 걸왕때 용봉이나 은나라 주왕때 비간”이라며 “양신은 후세의 존경을 받고 군주에겐 성천자라는 칭호를 남기지만 충신은 군주는 포악하게 타락하며 나라와 집도 망할 뿐 이름만 남는다”고 말한다.

<정관정요>는 “성신(聖臣)은 국가 존망 위기를 예방하며 주군의 안전을 지키는 신하를. 양신(良臣)은 마음을 비우고 도리에 따르며 좋은 계획을 진언하며. 충신(忠臣)은 훌륭한 자를 추천하고 훌륭한 행적을 이야기 하며 주군을 격려한다”고 적고 있다.
위징은 이세민의 형 건성 태자의 측근으로 “세민을 죽이자”고 주장했으나 태자의 묵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태종은 그러나 ‘현무문의 변’으로 집권한 후 “태자가 내 말을 들었더라면 절대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위징의 솔직한 답변에 그를 간의대부로 기용한다.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이 후보에게 이세민식 용인을 기대한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위징이고 싶었나. 이도 아니면 많은 위징이 나오길 바랐든지.

이병문(정치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