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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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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전하는 가을 이야기

  • 기사입력 : 2007-1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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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욕지도 순환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여도(가운데) 전경. 위쪽은 펠리컨의 주둥이를 닮은 펠리컨바위. /전강용기자/

    쌀쌀함이 더해지는 계절이다. 거리의 가로수들이 잎을 떨구고 있다.

    벌써부터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녀석들도 눈에 들어온다.

    도심을 벗어나 저 멀리 산을 바라보면, 얼마 전까지 반짝반짝 윤기를 냈던 산의 빛이 바래고 있다. 수확을 마친 들녘은 누런 바닥을 내보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오히려 춥게 느껴진다. 창원에서 섬나라 통영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늦가을 풍경들이다.

    가을의 섬은 어떤 모습일까. 통영의 소매물도와 등대섬, 연화도, 욕지도를 둘러봤다.

     

    뭍에선 보지 못했던 섬의 축제 시간이 멈췄으면…

        

    소매물도 등대섬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하루 두 번 '모세의 기적'

    자갈길 따라 등대섬까지

    #소매물도와 등대섬= 늦가을 선상에서 바라본 하늘은 높고 투명하고, 바다는 푸르다 못해 비취빛을 낸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달릴 때면, 뱃머리에 산산조각난 새하얀 물보라가 선상을 덮친다.

    확 트인 바다와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구경하려고 선상에 나서면, 차가운 바닷바람이 코 끝을 훔치게 만든다. 왠지 이 모든 풍경이 시리다는 생각이 든다.

    통영항에서 배로 1시간 채 못가면 소매물도에 도착한다. 섬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해금도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섬은 거센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수많은 세월을 파도와 싸운 흔적이 역력하다. 해안 곳곳이 파도에 깎이고 또 깎여 절벽으로 변했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북쪽 해안선을 따라 오르면, 하나는 섬 안에 다른 하나는 바닷가에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바위를 볼 수 있다.

    남매바위다. 태어나자 부모에 의해 헤어지게 된 쌍둥이 남매는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고, 해서는 안되는 사랑을 해 바위가 돼 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깃든 곳이다.

    소매물도엔 하루 두 번 물이 빠질 때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70여m 자갈밭이 열려 바로 옆 등대섬과 하나가 된다.

    자갈길 넘어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면, 기암괴석으로 연결된 바위 전체가 거대한 공룡을 닮았다.

    등대섬에도 하나의 전설이 내려오는데, 바로 글씽이굴이다.

    옛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라고 신하 서불을 동쪽으로 보냈는데, 서불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란 글을 새겨 놓았다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섬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어김없이 그 속에 많은 이야기들을 남겨 놓았다.

    그리고 등대섬 주위엔 형제바위와 용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가 섬을 찾는 늦가을 여행객들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한결같이 굽어보고 있었다.

    등대섬에 오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새하얀 등대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언덕 위에 우뚝 서있다.

    등대까지 난 나무데크를 따라 한발 두발 언덕 위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다는 그동안 숨겨둔 대자연의 걸작품을 조금씩 공개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뱃길을 확보하려고 세웠다는 말을 들으니, 등대섬의 아름다움에도 서글픔이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방이 절벽.기암괴석

    바다에 핀 연꽃잎 모양

    #연화도= 욕지도에 속해 있는 연화도는, 바다에 핀 연꽃이란 뜻을 지닌 섬이다.

    북쪽 바다에서 바라보면 꽃잎이 하나 둘씩 떨어진 연꽃 같다.

    연화포구를 둘러싼 사방이 기암절벽이고, 동쪽으로 절경을 이어간다.

    동머리(네바위섬)는 금강산의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온갖 군상의 바위들이 자리했다. 그중 장도바위 틈 속엔 낙락장송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섰다.

    조선시대에 이 섬에서 연화도사가 도를 닦다가 숨져, 바다에 수장하자 곧바로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 승화하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최근엔 불교 도량인 연화사가 건립돼 불교 신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산 허리엔 제철 만난 귤 '주렁'

    순환도로 따라 환상 드라이브

    #욕지도= 욕지도는 언제 찾아와도 볼거리와 먹거리, 잠자리가 있는 곳이다.

    북쪽으론 두미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등 섬들이 호위하고 있고, 남쪽으론 태평양이 떡하니 버티고 섰다.

    제주도와 남해도, 거제도에 이어 국내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드는 큰 섬이지만, 육지 사람들에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늑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섬 주위론 호수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한려수도의 고운 물결이 정겹다.

    이맘때 욕지도는 고구마 수확을 막 끝내고, 황토빛 바닥을 드러낸다.

    산 허리엔 제철을 만난 귤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노란빛을 발한다.

    산 정상은 때 늦게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아래서부터 위로 섬을 찬찬히 훑어보니, 바다는 비취색이고 섬은 황토색, 노란색, 단풍색으로 차곡차곡 쌓여 빛을 낸다.

    눈이 마냥 즐겁다.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의 색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그렇다.

    욕지도엔 섬 전체를 두른 순환도로가 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면, 순환도로는 한번쯤 돌아보길 권한다.

    섬 드라이브만 하겠다면, 1시간 정도면 된다.

    그렇지만 휑하니 지나치기엔 아까운 풍경들이 너무 많다.

    바다는 배가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바람이 바람길을 내며 그림을 그린다.

    해안가를 따라 연이은 절벽과 기암괴석이 여행객의 발을 붙잡는다.

    덕동해수욕장엔 보기 드문 밤자갈밭이 펼쳐지고, 선착장 주변에 있는 모밀잣밤나무숲(천연기념물 제343호)과 욕지도 패총(경남도기념물 제27호)은 지나칠 수가 없다.

    글= 박영록기자 pyl21c@knnews.co.kr

    사진= 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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