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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기고] 어느 시골 농민의 101번째 운전면허증

  • 기사입력 : 2008-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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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3만달러 시대를 곧 두드릴 것이다.

    그러나 농어촌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의료, 교통, 문화 등의 문제는 지리적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물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잘 알 것이다. 여기에다 한-미, 한-칠레 FTA, 농촌진흥청 폐지, 추곡 수매 폐지 등을 생각하면 성난 황소처럼 울화가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고령화와 함께 젊은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 인구가 격감하면서 대중교통이 끊겨 산골의 교통은 너무 불편하다. 병원 치료와 장보기, 목욕 등을 위해 읍면사무소가 위치한 곳을 들르려면 하루해가 기운다고 한다. 몇십 년을 후퇴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이러한 농어민의 심정을 알아줄 것인가.

    덧붙여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많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자동차 보급이 제대로 안돼 경운기와 오토바이를 이용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어느 시골 할아버지의 운전면허증 따기 이야기는 우리를 찡하게 만든다. 노후에 할머니와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한 것이다. 70대 할아버지의 용기와 집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분의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였으니 한글을 겨우 알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자동차 운전면허 예상 문제집 50권을 구입, 바쁜 일상 속에서도 2~3시간씩 공부를 했고, 때로는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격의 영광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무려 5년의 시간을 투입했고, 100번을 떨어지고 101번째 만에 기적같이 합격을 했다고 한다. 합격을 하고 그 자리에서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격한 감정으로 펑펑 울었단다.

    젊은이들에게 많은 교훈이 되는 대목이다. 역경을 이기고 목적을 달성한 그 할아버지의 쾌감은 비록 자동차 면허증이지만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보다도 더 값질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서 꼭 101번째 성공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우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학력 수준이나 연령 등에 따라 필기시험의 경우 적정한 시간의 교육을 이수했을 때, 필기시험을 면제시켜 주고 실기시험은 일반인과 같이 하면 어떨까 싶다. 작은 부분이지만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윤한신(전 마창진 합천가회향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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