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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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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어요... 꽃이 피네요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 기사입력 : 2008-03-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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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의 골목길에 매화가 활짝 피어 남녘의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승권기자/

    봄의 여신은 섬진강 강바람을 따라 올라와 긴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매화나무의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분주하다.

    농촌 들녘은 따스한 봄햇살과 함께 봄농사 채비를 서두르는 농부들로 부산하고 들판에서는 봄소식과 함께 피어난 `쑥’과 ‘봄나물’ 등을 캐는 아낙네들로 울긋불긋하다.


    지난해 광양 매화마을 전경. 매화꽃이 활짝 피면 온 마을이 하얀 눈꽃세상으로 바뀐다.



    따사로운 봄햇살과 ‘벗’ 되어 매화축제로 유명한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매화마을)로 향했다.

    길을 재촉한 지 2시간여 만에 다다른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군의 경계 섬진교.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은 포근하고 따사로운 엄마의 품처럼 다가오고 봄햇살에 반사된 백사장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섬진강변 양지녘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한 마을은 하얗게 핀 매화꽃과 섬진강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섬진교를 건너 강변을 따라 10여분 만에 도착한 백운산 자락의 ‘매화마을’.

    매화축제(8~16일)가 한창인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전국에서 몰려온 상춘객들과 차량들로 붐빈다.

    하지만 하얀 꽃잎으로 뒤덮인 매화마을을 연상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우리 일행의 마음을 낙담케 했다.

    아직 때이른 성급함에 군데군데 매화나무에서는 하얀 꽃잎을 드러내며 봄을 맞았지만 대부분의 매화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잔뜩 움츠리고 있다.

    잔뜩 움츠린 꽃눈은 당장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지만 아직은 찬바람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인 매화동산을 기대하기는 일렀다.

    보통 3월 중순이면 섬진강변에 자리 잡은 매화마을은 온통 매화꽃으로 뒤덮인다. 매실농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매화꽃의 어우러짐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이곳 매화마을에서 가장 많은 매화나무가 심긴 언덕 위 ‘청매실 농원’을 찾았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니 군데군데 피어난 매화꽃들이 멀리서 온 손님을 맞는다.

    하얀 솜털처럼 눈부신 백매화, 흰색에 푸른 기운이 감도는 청매화, 복숭아꽃처럼 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

    다압면 매화마을 ‘청매실 농원’은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백운산 자락의 돌산 기슭 척박한 땅을 현재의 매화낙원으로 바꾼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66) 명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 홍 명인의 시아버지(작고)인 김오천 선생이 일본 광산에서 일해 번 돈으로 사온 밤나무와 매화나무(각 5000그루)를 백운산 자락의 둔덕과 산비탈에 심은 것이 청매실 농원의 시초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홍 명인은 좀 전까지도 흙일을 하다 왔는지 밀짚모자를 쓴 모습이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1965년 12월, 19세의 어린 나이에 부산에서 이곳 산골벽지로 시집온 홍 명인은 이듬해부터 매실나무를 심기 시작해 43년 동안 돌산을 오르내리며 손이 호미가 될 정도로 열심히 가꿔 현재의 ‘청매실 농원’을 일궜다.

    백운산 자락의 매화마을 언덕에는 수령 70년이 넘는 매화나무를 비롯해 모두 10만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매년 봄이면 마을 전체를 하얀 눈꽃으로 뒤덮는다.

    홍 명인의 ‘매화 사랑’은 밭일을 하다 배가 고파 매실 열매를 주워 먹은 것이 계기가 됐다.

    “벚꽃이 유명한 진해 군항제를 생각하다 보니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꽃이 매화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악산(惡山)을 매화꽃이 만발한 지상천국으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어요”라고 말하는 홍 명인.

    매화꽃은 딸, 매실은 아들, 아침이슬은 보석으로 여기며 생활하는 홍 명인은 때로 꽃들과 대화를 나누며 매화사랑을 시로 표현하기도 한다.

    ‘슬플 때나 괴로울 때 같이 울어주던 내딸들아, 꽃샘추위와 봄비에 꽃잎마다 방울방울 맺힌 너의 눈물이 이 애미의 가슴을 적시는구나…, 애미의 손이 시리고 굳어서 보듬어 주지 못할 만큼 추운 이 봄날의 꽃샘추위가 오면 이 애미는 새벽같이 버선발로 뛰어나가 네 꽃잎을 어루만지며 나의 눈물이 내 가슴을 한없이 적시곤 했지….’(‘사랑하는 나의 꽃잎들’ 중에서)

    홍 명인은 후회없는 농사꾼, 영원히 시들지 않는 농사꾼으로 ‘꽃잎 같은 인생’을 살다 가고파 한다.

    청매실 농장 마당 앞으로 나서자 2000여개에 이르는 많은 장독들이 일행의 눈길을 끈다. 장독 안에는 매실장아찌, 된장, 고추장, 매실 원액 등 매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숙성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흙길을 오르다 보니 따사로운 봄햇살에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톡톡’ 터뜨리며 하얀 속내를 드러낼 것만 같은 매화나무가 너무도 아름답다.

    대나무 숲을 지나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면 시원한 봄바람과 함께 매화마을, 섬진강,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살~랑 살~랑 부는 봄바람에 가족·연인과 함께 매화꽃이 하얀 구름처럼 마을 전체를 뒤덮은 섬진강변에서 봄의 향취를 느껴보면 어떨까….

    다압면 매화꽃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글=이준희기자

    사진=김승권기자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나들목→ 19번 국도(하동 방면)→ 섬진교→ 매화마을(창원에서 2시간 소요).

    광양매화축제 홈페이지 www.maehwa.org. 청매실농원 홈페이지 www.maeesil.co.kr. ☏061-772-4066

    ★먹거리

    △참게탕= ‘봄에 제 맛이 든다’는 섬진강 참게를 메기와 토란줄기, 고사리, 취나물, 표고버섯 등으로 보글보글 끓여 우려낸 참게탕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섬진강변 전원가든에서는 주인이 직접 잡은 참게를 탕에 넣어 만드는 참게탕은 크기는 작지만 기름지고 고소한 참게맛이 별미다. 4인 기준 3만~3만5000원.

    △천하일미 마로화적 ‘광양전통숯불고기’= 광양의 대표적 먹거리인 ‘광양전통숯불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 연하고 부드러운 고기와 고유의 비법이 어우러져 ‘천하일미 마로화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맛이 좋다. 광양읍의 장원회관과 삼대불고기, 대호불고기, 금목서회관 등이 광양불고기 요리로 유명하다. 1인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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