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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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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패의 전형 농산물집하장] ② 르포

“농산물 보관한 적 없어”
꽉 닫힌 ‘쓰레기 창고’

  • 기사입력 : 2008-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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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기계·자재 등 보관 장소로 전락

    산지유통센터에 밀려 무대책 방치

    부농의 꿈은 없었다. 그곳은 쓰레기장이었다.

    12일 창원시 동읍 용전리에 있는 농산물 간이집하장.

    건물 상단에 ‘1994년 정부지원 유통시설’이라고 적힌 이곳은 외관상 조립식 건물로 깔끔해보였지만 내부는 겉과 달리, 신발이 묻힐 정도로 흙과 먼지가 가득했다.

    건물 안은 이미 트랙터와 콤바인 등 10여대의 농기계와 농약 저장탱크들이 자리를 차지해 있었고, 오래된 비닐뿐 아니라 찢겨진 천막도 귀퉁이에 버려져 오래도록 관리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에 위치한 간이집하장 마당에는 폐타이어와 빈 페트병, 과자봉지 등이 군데군데 수북이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민 이모(67)씨는 “농산물을 보관한 적이 사실상 없다. 가끔 농기계들만 들어가 있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도 관계자는 “이 집하장은 단감 선별장으로 출하철에는 활용하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고 집하장 공터에 가득한 쓰레기는 인근 공사장에서 같다 놓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의 모습은 방치 그 자체였다.

    인근 지역에 있는 또다른 간이집하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화를 주로 생산하는 화훼 재배장에 인접한 이 간이집하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마당에는 벽면을 꾸미는 각종 타일과 기와 등이 쌓여 있거나 깨져 있었다. 각종 생활 쓰레기도 버려져 있었다. 문 틈으로 본 집하장 내부는 각종 타일로 넘쳐 사실상 유통시설이 아닌 공장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화훼재배장 관계자는 “봄철에 잠깐 사람들이 와 문을 몇 번 여는 것만 봤을 뿐, 거의 문이 닫혀 있다”면서 “정부지원 유통시설이 공장 창고로 바뀐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지원금으로 지어진 농산물 간이집하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 유통시설을 설치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돕겠다던 당초 목표와 달리 현재 이들 간이집하장은 농기계 보관이나 다른 자재보관 창고로 쓰여지고 있다.

    심지어 농협의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 밀려 문을 닫은 곳도 여러 곳이 있다.

    창원시 농민회는 지난 2005년 농촌에 퍼부어진 ‘눈먼 돈’을 고발했다. 창원의 한 밀가루 공장이 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설립됐고, 유리 온실 역시 7억원이 투입됐지만 전혀 가동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 사업의 허상을 까발렸다.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지부 한 관계자는 “약 3억원의 정부지원으로 지어진 농산물 간이집하장의 경우, 도내 전체에 200여개가 있지만 창원시 농민회의 성명서 발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남도 농업유통과 정효균 계장은 “김영삼 정부 당시 농업시설 조성으로 지어져 관리가 지자체로 이관됐다”면서 “사용현황을 파악,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민기자

    isguy@knnews.co.kr

    [사진설명]  19일 창원시 동읍 용전리에 있는 한 농산물 간이집하장. 1994년에 정부 지원 유통시설로 설치된 집하장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농기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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