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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찾아가는 ‘배움 나들이’

  • 기사입력 : 2008-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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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에 깊게 주름이 잡힌 한 노병이 말 없이 홀로 서서 치열했던 6·25전쟁 전투현장을 재현한 조형물을 바라보며 깊은 감회에 잠겨 있다.

    지난 9일 6·25전쟁의 아픈 상흔을 간직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찾은 박길용 옹(80·광주광역시 동구지회 6·25참전전우회). “개성 송악산 10용사 전투에도 참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 옹은 “6·25전쟁 발발 하루 전인 24일 제1사단에서 진지를 구축하다 새벽 4시 포성과 함께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에 밀려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까지 후퇴해야만 했다”며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이후 국군은 유엔군의 도움으로 9월14일 반격을 시작해 북으로 향했지. 하지만 모택동의 부대인 중공군이 밀려와 피눈물을 흘리며 후퇴하고야 말았어. 그날따라 눈이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눈이 목 부분까지 차올라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광주광역시 동구지회 6·25참전 전우회’ 회원 40여명이 거제시 신현읍에 위치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찾았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둘러본 노병들은 “반공, 친공 포로와 색바랜 막사, 경비초소 등 6·25전쟁의 흔적과 동족의 아픔을 현실감있게 표현한 부분이 탄복할 정도로 놀라웠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뼈저리게 아픈 전쟁의 옛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거제포로수용소= 거제포로수용소는 6·25전쟁으로 발생한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유엔군에 의해 신현읍, 연초면, 남부면 일대 1200만㎡ 부지에 수용소를 짓기 시작했으며 이듬해인 51년 6월 북한군 15만명, 중공군 2만명, 여자포로, 의용군 등 17만3000여명의 포로들이 수용됐다.

    지금은 경비대 막사와 PX 및 무도장 등 잔존건물 일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이곳은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 사진,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들을 바탕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전쟁역사의 산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흥남철수기념비와 분수광장 등이 마련된 만남의 존과 프리쇼 존, 한국전쟁 존, 포로수용소 존, 포로수용소 유적관 등으로 나눠져 있다.

    프리쇼 존은 탱크전시관과 포로수용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오라마관이 있다. 특히 북한군의 남침 선봉에 섰던 소련제 T-34 탱크 모형으로 만들어져 6·25전쟁과 포로수용소의 배치상황, 생활상, 폭동현장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한국전쟁 존은 북한군 남침과 국군의 사수, 6·25역사관, 대동강 철교의 피란 모습 등을 생생히 재현해 놓아 6·25 전쟁의 발발과 전쟁의 전개과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포로수용소 존은 포로생활관, 체험의 장, 여자포로관, 포로사상대립관, 포로폭동체험관 등 테마별로 꾸며져 있어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을 가감없이 재현해 놓고 있다.

    특히 철모 모양으로 제작된 포로사상대립관은 친공포로와 반공포로의 사상 대립으로 2000여명이 희생되는 등 갈등과 증오로 인해 학살과 폭동, 투쟁의 현장이 되어버린 또 다른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창녕 박진전쟁기념관=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의 기습남침에 후퇴를 계속하던 국군과 유엔군은 개전 40여일 만인 8월 초 마침내 낙동강을 끼고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게 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왜관-상주-영덕을 연하는 전선은 국군이, 현풍-창녕-진동을 연하는 전선은 유엔군이 방어했다.

    박진지역은 부산을 점령하기 위해 낙동강을 도하하여 최후의 발악을 하던 북한 공산군과 미군이 2주간 사투를 벌였던 격전지.

    당시 북한의 최정예부대인 제4사단이 8월 5일 야간에 이목나루터를 이용, 은밀히 기습침투를 감행해 강변을 방어하고 있던 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8월 11일 한때 미군이 영산면까지 침공당하기도 했으나 9월 15일 일진일퇴를 겪는 치열한 혈투 끝에 마침내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끝까지 진지를 사수한 전투다.

    이 전투의 승리로 전세가 역전돼 아군이 낙동강을 건너 반격하게 되었으며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함께 압록강까지 진격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된, 전사에 길이 빛날 중요한 전적이다.

    2004년 6월 25일 창녕군 남지읍 월하리에 개관한 박진기념관은 전투모형도와 피복용구 등을 진열한 전시실, 전쟁 영상물을 방영하는 영상실, 자료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실내전시장에는 박진지구전사, 총기류, 정찰장비, 침투장비 등 50여점의 장비와 자료 등이 진열돼 있으며 야외전시장은 당시 전투에 사용됐던 탱크와 장갑차,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찾아가는 길= 남지IC → 남지읍 방면(국도 5호선) → 남지읍 입구 5거리 →합천·의령 방면 6km → 박진교 → 박진기념관 ☏526-5677

    ★거창사건 추모공원= 거창사건은 지난 1951년 2월 초 국군이 공비 토벌 작전을 수행하면서 공비와 내통한 것으로 오인해 무고한 주민을 대량 사살한 사건으로 당시 거창군 신원면 청연골 주민 84명과 대현리 탄량골 주민 100명, 과정리 벽산골 주민 517명, 인근 주민 18명 등 주민 719명이 희생됐다.

    거창사건 추모공원은 집단으로 희생당한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2004년 16만2138㎡의 부지에 세워졌다.

    거창사건 추모공원을 찾으면 일단 일주문과 위패봉안각, 부조벽, 위령탑, 위령묘지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주전시실, 시청각실로 나눠진 역사교육관은 모형류·기록물·신문자료·판결문·사진류·작전일지 등 사료와 영상물·각종 자료시스템·그래픽·일러스트·애니메이션 등으로 혼용 제작해 사건 전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역사교육관은 한 맺힌 거창양민학살사건의 시대적 상황 등을 알아보는 제1공간 ‘사건 이전의 상황들’, 거창양민학살사건 당시 제11사단 제9연대의 지휘체계, 이동로, 토벌작전, 작전명령문 등을 소개하는 제2공간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가’, 사건의 발단, 장소별 사건, 생존자 증언에 이르기까지 거창양민학살사건의 전말을 다룬 제3공간 ‘거창양민학살사건’, 사건발생 이후 진실규명을 위한 유족들의 힘겨운 투쟁을 다룬 제4공간 ‘왜곡과 시련의 세월’, 특별법 제정으로 한을 풀고 새로이 시작하는 거창, 그리고 거창양민학살사건의 교훈을 담은 제5공간 ‘이제 한을 푸소서’ 등으로 구성해 역사적 교훈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찾아가는 길= 거창 IC → 정장농공단지 → 남상면 임불리 → 신원면 과정리 → 거창사건 추모공원 (거창 IC에서 25분 소요) ☏945-3736

    ★지리산 빨치산토벌 전시관= 지리산은 6·25전쟁을 전후해 활약했던 빨치산과 군·경 토벌대간의 전선을 따라 피로 얼룩진 민족상잔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1949년부터 5년 동안 1만717회에 걸쳐 이어진 지리산 교전에서 2만여명의 아까운 생명들이 처절하게 죽어간 곳이다 .

    이곳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중산관광단지 내)에 지리산과 빨치산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산교육장인 ‘지리산 빨치산토벌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전시관 1층(역사관)은 해방 이후부터 6·25전쟁이 발발하기 이전까지 이 땅에 비극의 역사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빨치산의 태동, 지리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빨치산 사건 등을 마련해 빨치산의 실체와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는 공간이, 2층에는 빨치산의 실체와 역사의 기초가 되는 빨치산의 생활을 알아보고 지리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지리산이 간직한 역사와 자연경관, 산청의 문화관광자원을 알아보는 공간 등 빨치산에 대한 역사적 사실, 유품, 사진자료, 문학작품, 영상물 등이 마련돼 있으며 외부전시관에는 실제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주거지 모형, 주요 아지트 재현물 등이 전시돼 있다.

    지리산 빨치산 토벌코스 체험은 제1 체험코스(중산리 방면) 중산전시관(두류동) - 경남자연학습원 삼거리 - 순두류 아지트- 법계사 아지트 -망바위-칼바위 아지트- 두류동 주차장, 제2 체험코스(대원사 방면) 소막골 주차장- 소막골 아지트- 대원사- 중땀암반굴 아지트- 윗새재-조개골 아지트 구간 등 4개 코스 체험이 가능하다.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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