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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소쿠리] 밥을 ‘퍼는’ 남편? 밥을 ‘푸는’ 남편?

  • 기사입력 : 2008-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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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할 때는 식탁을 닦고 수저를 내고 밥 ‘퍼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가만히 앉아서 밥을 받아 먹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다가는 설거지통의 그릇이 깨어지는 일이 잦을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후배에게 보내는 삶의 지혜’ 중 일부입니다.

    위의 글에서 밥을 ‘퍼는’은 ‘푸는’이 맞는 표기입니다.

    왜 그렇까요? 이는 학창 시절에 배운 국어문법의 ‘활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활용이란 용언의 어간이나 서술격 조사에 변하는 말이 붙어 문장의 성격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동사, 형용사, 서술격 조사의 어간에 여러 가지 어미가 붙는 형태를 이릅니다.

    속에 들어 있는 액체, 가루, 낟알 따위를 떠내다는 뜻의 ‘푸다’의 활용으로는 ‘푸고, 푸지, 푸며, 퍼, 퍼요, 펐다, 펐습니다, 펐었는데, 풀까’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퍼다’는 없습니다. 또 ‘퍼다’라는 단어도 없지요.

    참고로 ‘퍼’는 ‘푸다’에 어미 ‘-어’가 만나 [푸+-어>퍼]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 형태이며, ‘밥을 퍼라’의 경우는 ‘푸다’가 ‘-어라’와 만나 ‘퍼라’가 된 것입니다.

    큰 것에서 일부를 떼어 내다 또는 물속에 있는 것을 건져 내다 등의 뜻을 지닌 ‘뜨다’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뜨다의 활용으로는 ‘뜨고, 뜨지, 뜨며, 떠, 떠요, 떴다’ 등이 있지만 ‘떠다’는 없습니다.

    예문을 보면 ‘우리는 저쪽 산 밑에서 떼를 떴다, 양어장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떴다, 종지에 간장을 뜨다, 바가지에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셨다, 먼 길 가는데 아무리 바빠도 한술 뜨고 가거라’ 등이 있습니다.

    앞에 얘기한 ‘…삶의 지혜’에는 ‘아내가 해주는 밥은 무조건 맛있게 먹고 또 남기지 않도록 해라’, ‘식사가 끝나고 나면 재빨리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해라’ 등 여성들이 좋아할 말들이 많더군요. 남편들이 이 말들을 실천한다면 가정의 식사 시간이 즐거울 것 같네요.

    허철호기자 kob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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