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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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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계곡을 찾아서

산에 마음 씻고 물에 발 담그고

  • 기사입력 : 2008-07-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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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대원사계곡= 7월의 여름은 날씨가 변덕스럽다.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햇볕이 따갑게 내리쬔다.

    아름드리 소나무의 울창한 숲을 지나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오른 대원사계곡은 기암괴석을 감도는 계곡의 물소리와 숲의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대자연의 합창을 듣는 듯 정겨움을 전한다.

    본격적인 대원사계곡 탐방은 지리산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부터다. 대원사 사천왕문을 지나 지리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오른쪽에 자리 잡은 대원사계곡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재와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로 해서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한 계류가 암석을 다듬으며 흘러내리고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대원사계곡을 일컬어 ‘남한 제일의 탁족처’로 소개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게 마련인 법, 골 깊은 계곡마다 풍광이 빼어나다. 수정처럼 맑은 물과 울창한 숲, 너럭바위를 거느린 대원사계곡은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해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소로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가 거세 지척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폭이 넓고 너럭바위가 줄줄이 이어져 있어 가족들이 휴양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솔바람은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하고 빼어난 풍광은 옛 선비들의 풍류에 젖어들게 한다.

    세파에 시달린 둥근 너럭바위는 오랜 세월 인고의 경륜이 묻어난다.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단성IC-시천(국도20호선)-삼장면 명상(국도59호선)-대원사계곡.

    ★지리산 백운동계곡= 대원사 계곡에서 10여분 거리의 백운동 계곡은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가 살아 숨쉬는 계곡으로 유명하다.

    단성면 백운리 덕촌마을과 점촌마을을 지나 백운계곡에 이르니 시원한 계류와 함께 너럭바위와 기암괴석, 소와 담, 폭포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지리산 끝자락에 안긴 웅석봉(1099m)에서 흘러 내린 백운동계곡은 산세가 깊고 물이 맑아 자연 그대로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백운동계곡은 대원사계곡에 비해 규모는 웅장하지 않으나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흰바위 자락을 타고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과히 장관이다.

    계곡을 따라 길고 자연스레 생겨난 폭포들과 깊고 얕고 수정같이 맑고 짙푸른 물웅덩이(소)들이 줄줄이 이어져 마치 폭포와 소가 자신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비록 인근 대원사계곡, 내원사계곡, 거림계곡 등 지리산 자락의 장대한 골짜기의 유명세에 가려 외지인들에게 덜 알려진 계곡이지만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훌륭한 계곡임에는 틀림없다.

    계곡을 따라 중간쯤 다다랐을 무렵 골짜기 너럭바위에 ‘용문동천’이라 새긴 글귀가 눈에 띈다. 그 뒤쪽 바위에는 남명이 탁족을 하며 즐길 때 지팡이와 나막신을 둔 곳에 제자들이 새긴 글귀로 추정되는 ‘남명선생장구지소’와 목욕을 하면 절로 아는 것이 생긴다는 ‘다지소’(多知沼)가 있다. 평평한 바위로 이뤄진 다지소는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줄을 잇는다. 또한 백운폭포와 다섯 곳의 폭포와 담(潭)이 있어 불린 ‘오담폭포’를 비롯해 ‘영남제일천석’이란 글자가 새겨진 등천대(登天臺)는 계류의 물보라를 타고 하늘로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물살이 거세다.

    이처럼 백운동계곡은 발길이 닿는 곳마다 계곡의 형태가 변화무쌍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마을을 지나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협소해 마주오는 차량이 비켜가기가 어려워 주말이면 많은 차량이 뒤엉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밀양 호박소= 밀양 산내면 호박소는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재약산(1189m) 자락과 가지산(1240m)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진 백운산(885m) 자락의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호박소 계곡은 화강암으로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며, 그 위를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백옥 같은 화강암이 수십만년 동안 물에 씻겨 커다른 소(沼)를 이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절구(臼)의 호박같이 생겼다 하여 호박소 또는 구연(臼淵)이라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호박소는 오랜 가뭄이 계속될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祈雨所)였다고 전한다.

    ★거창 월성계곡= 거창 월성계곡은 남덕유산(1507.4m)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길이 5.5㎞의 계곡이다. 흔히 거창의 피서지로는 수승대와 금원산 일대를 최고로 꼽지만 호젓하기로는 월성계곡이 최고다.

    웅장한 산세와 넉넉한 기품을 가진 남덕유산의 병곡리와 산수리의 갈림길 삼거리에서부터 시작되는 월성계곡은 계곡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주변 산세가 워낙 깊어 수량이 풍부하다. 계곡물은 바위 사이를 헤집으며 작은 폭포도 만들고 여울도 만들면서 갈계리의 위천계곡과 수승대계곡으로 흘러 내린다. 상류로 올라가면 장군바위쉼터 등이 나타나고 월성1교에 이르기까지 계곡욕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들이 계속된다.

    글·사진=이준희기자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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