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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68) 문화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는?

  • 기사입력 : 2008-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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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경남신문사 강당서 열린 NIE지도사 양성과정 수료식에 참석한 수강생들./경남신문DB/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 ‘르몽드’ 창간자 뵈르메리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 우리는 어머니 젖을 빠는 동물적 생존 본능 이외에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존재였어요. 우리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어머니와의 거듭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조금씩 언어를 깨치고 자아와 타자를 구분하며 차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사회 규범들을 익히게 되는 거예요. 즉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거죠.

    이렇듯 인간이 동물적 수준에서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비롯한 주위의 존재들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말, 그림, 책과 TV 등 많은 수단을 통해 우리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행동양식, 사고방식을 익히게 되는 거예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의 수단들을 우리는 미디어라고 불러요. 그리고 그런 미디어를 통해 인간들 상호간에 정보와 지식, 감정과 의사가 교환되고 공유되는 과정을 커뮤니케이션이라고해요. 이렇듯 인간의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어요.

    하나의 미디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인간들 상호간에 약속의 공유가 이루어져야만 해요. 이를테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약속에 의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민족에 따라, 장소에 따른 다른 언어가 사용되는 것은 역사 속에서 각기 다른 약속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약속의 체계를 문화라고 불러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 즉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그런 약속의 체계, 즉 문화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됨을 의미해요.


    마산 내서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17일 학교 도서관에서 ‘경남신문 NIE 순회 특강’을 듣고 있다./경남신문DB/

    문화는 한 인간이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해 주고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사회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주는 필수적인 요소랍니다.

    문화라는 말은 다양하게 쓰이죠. 문화라는 말은 ‘경작하다, 재배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lore’에서 파생되었어요. 자연 상태의 어떤 것에 인간적인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에요. 그래서 가장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자연에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이루어낸 모든 역사의 산물, 거기에는 정치, 경제, 법과 제도, 문학, 예술, 종교, 풍속 등이 다 포함되어 있어요.

    지금 우리는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나요? 최근 신문과 방송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에 많이 나와요. 몇몇 신문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에 따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정, PD수첩 왜곡보도 파문 등 쇠고기 촛불집회의 시민참여가 언론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많이 혼란스럽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에 언론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문화가 단지 오락거리만이 아니라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 했어요. 문화는 우리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여러분은 우리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고 싶나요?

    19세기 영국의 기자 헨리 메이휴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어요. 빅토리아 시대 런던 거리를 배회하며 ‘거리의 사람들’의 삶을 취재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어요. 언론은 이렇듯 ‘사회에 보이지 않는 구석’을 조사할 의무가 있고, 가장 중요한 또 하나는 권력을 감시하는 거예요.

    ‘문화민주주의’라는 말이 있어요. 문화민주주의는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까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는 권력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 제도와 관습의 문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문제, 의식적·무의식적 검열과 규제의 문제, 자본과 상품의 논리 등 모든 것이 사실은 정치적인 문제이고, 이러한 관심이 우리의 문화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해요. ‘좋은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인 셈이죠.

    선거 때마다 이어지고 있는 언론인의 정치권 입문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저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예요. 언론이 권력과 밀착된다면 우리는 어떤 정보를 접할 수 있을까요?

    어느 사회에나 ‘좋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존재해요. 그 기준들은 사회 내에 공존하면서 갈등하고 경쟁해요. 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단들은 각기 나름의 조건에 따라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맞추어 ‘좋은 문화’를 판단해요. 세대에 따라, 성별에 따라, 직업이나 계층에 따라, 교육 수준에 따라 ‘좋은 문화’를 선택해요.

    하나의 잣대로만 좋은 문화를 정의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문화는 나쁜 문화로 매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독선이며, 그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에요.

    ‘좋은 문화’란 내 자신의 삶이 고립된 삶이 아니라 사회적인 삶이어야 해요. 나에게만 좋은 문화가 아닌 사회적으로도 좋은 문화여야 하고요. 결국 문화를 수용하고 실천하는 우리들 자신, 즉 대중이 주체가 되는 문화이며 그때 비로소 문화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거예요.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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