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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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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타고 바람 타고 바다 대탐험

★요트 체험

  • 기사입력 : 2008-07-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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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도남항 통영요트학교에서 수강생들이 딩기요트 체험을 하고 있다.



    돛에 바람을 한껏 안은 하얀 요트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스르르 나아간다.

    바람에 파도가 일렁이지만 아랑곳없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간 요트는 이내 통영항의 아름다운 비경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도심의 답답함을 뒤로한 채 시원한 바닷바람을 안고 요트에 몸을 실으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린 듯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요트’, 그동안 부의 상징인 고급 레저 문화로 인식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졌던 요트가 최근 요트클럽, 대학 요트 동아리 등 요트를 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요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남해안 시대를 맞아 통영, 거제, 진해, 마산, 고성 등 각 지자체에서 요트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요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해양레포츠로 변모하고 있다.

    ◇통영요트학교

    통영 도남항에 자리 잡은 ‘통영요트학교’

    요트계류장 앞바다는 10여 척의 딩기요트들이 바다 위를 빠르게 질주하며 수놓고 있다.

    한 손엔 키를, 다른 한 손에 밧줄을 잡은 동호인들이 순간순간 재빠르게 자리를 바꿔가며 바람을 맞는다.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달리던 딩기는 급회전을 위해 키를 밀치는 순간 기우뚱하지만 이내 줄을 세차게 잡아당겨 돛의 방향을 바람에 맞추자 다시 빠른 속도로 파도를 헤쳐 나간다.

    키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요트가 휘청하면서 요동을 치고 그때마다 배가 뒤집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한다.

    통영요트학교에서 만난 추동환 강사는 “요트는 바람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힘주어 말한다.

    “요트의 기본인 ‘딩기’를 직접 타보며 바람을 느껴보라”고 권한 추 강사는 10여분에 걸쳐 딩기요트의 작동법과 바람을 이용하는 파도를 헤쳐나가는 법 등에 관해 설명했다.

    추 강사는 “요트는 자연에 순응함과 동시에 자연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크게 돛과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는 세일링(sailing)과 동력을 이용하는 파워요트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세일링요트는 다시 크루즈(Cruiser)와 딩기(Dinghy)로 구분되는데 크루즈는 선실(침실, 주방, 화장실 등)을 갖춰 먼 바다로의 항해가 가능한 통상 24ft(7.2m) 이상의 큰 배를 말하며 딩기는 주로 연안 등에서 돛을 이용해 즐기는 1~2인승 요트를 말한다.

    세일링 요트는 삼각 돛과 바람을 이해하면 어떤 방향으로든 항해가 가능하다.

    삼각 돛(메인 세일)을 이용해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제대로 안으면 돛이 풍만하게 부풀면서 돛의 안과 바깥에 비행기의 양력과 비슷한 기압차가 발생하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추 강사는 “세일링 요트는 바람 방향의 좌우 45도 안쪽으로 전진할 수가 없는데 이 공간을 노고존(NO GO ZONE)이라 한다”며 “때문에 맞바람을 헤치고 요트가 나아가려면 노고존을 피해 지그재그 형태로 나아가는 태킹(Tacking) 기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간단한 설명 후 추 강사와 함께 오른 ‘딩기’.

    구명복을 착용했지만 왠지 불안하다. 어설픈 솜씨에 키를 잡고 줄을 잡아 당겨본다. 하지만 딩기는 자꾸만 육지로 향한다.

    추 강사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면서 키는 몸 뒤로 돌리고 줄은 항상 오른손으로 바짝 당겨 잡아야 한다”며 호통을 친다. 생각보다 딩기를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참을 실랑이하던 딩기호는 겨우 중심을 잡고 바람을 탄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제서야 느껴진다. 마음의 여유를 찾기도 잠시, 바람에 돛이 다시 펄럭인다. 바람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란다. ‘바람을 이해하라’는 추 강사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딩기 승선 체험을 마친 일행들은 본격적인 크루즈요트 체험에 나섰다.

    크루즈는 딩기에 비하면 호텔급이다.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크루즈는 침실을 비롯해 화장실, 주방, 각종 전자장비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장기간의 항해가 가능토록 만들어져 있다.

    이날 크루즈 승선 체험에는 부산 다대중학교 학생 10여명이 함께 동승했다.

    ‘부릉~부릉~’엔진소리를 내며 요트계류장을 출발한 크루즈요트는 도남항을 벗어나자 곧바로 엔진을 멈춘다.

    추 강사의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요트의 선미(bow) 부분에 놓인 앞돛(Jip sail)을 펼치자 마스터(mast·돛대)에 의지한 돛이 바람을 받아 팽팽해지면서 요트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신이 난 듯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다음은 돛의 밑부분을 지탱하는 붐(Boom)에 큰 돛(Main sail)을 매달아야 할 차례. 하지만 이날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큰 돛을 펼치지 못했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바람에 돛을 맞기고 유유히 넓은 바다로 나온 크루즈요트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비경을 우리들에게 선보인다.

    저 멀리서 먼저 출항한, 선체가 쌍동형인 카타마린(25인승)이 하얀 돛을 활짝 펼쳐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며 푸른 바다를 누비고 있다.

    이날 크루즈요트 일일선장체험을 경험한 변한성(14)군은 “영화·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는 크루즈요트를 직접 운항할 수 있어서 참 신기하고 좋았다”며 “처음엔 큰 요트를 운항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가는 방향을 이해하니 생각보다는 수월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에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떤다.

    만선의 기쁨을 경험한 어부처럼 아이들에게 있어 크루즈요트에서의 소중한 첫경험은 오래 동안 기억될 것이다.

    현재 통영요트학교에서는 요트교육 경험이 15년 이상인 베테랑급 책임강사를 비롯해 5명의 강사진과 크루즈요트 2대, 딩기요트 5대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평일과 주말을 택해 요트의 역사 등 이론학습과 요트에 승선해 한산만 비진도 구간에서 체험 세일링과 요트 운용술을 배울 수 있다. 요금은 1인당 1시간 1만원이다.


    여러 명이 승선할 수 있는 크루즈 요트.

     

    ◇도내서 요트 즐길 수 있는 곳

    ▲고성 당항포 해양레저스포츠학교= 지난달 1일 문을 연 고성 당항포 `해양레저스포츠학교'(학교장 유흥주)는 크루즈요트 3척, 딩기요트 7척 카누 10척과 유능한 전문강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타 지자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딩기요트를 중심으로 카약, 카누, 래프팅, 스킨스쿠버, 윈드서핑, 수상스키 등 해양레저스포츠의 모든 종목을 개발·운영 중이다. ☏018-765-2762

    ▲마산 진동 요트장 = 마산요트협회가 지난 4월 문을 연 진동요트장은 크루저 3대와 세일링요트 3대, 윈드서핑 2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주말이면 동호인들과 가족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011-572-2124(엄정필 마산요트협회 부회장).

    ▲구복 요트장 = 마산 구산면 구복 콰이강의 다리 입구에 위치한 구복요트장(대표 윤태근)은 크루저 9대, 파워보트 4대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요트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체험행사를 수시로 갖고 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세일링의 이해와 돛 조절법 등 요트운항에 필요한 테크닉과 이론을 배울 수 있다.☏222-4561.

    ▲거제 사곡요트장= 거제 사등면 사곡리에 위치한 `사곡요트장'은 엔트프라이즈 1척, 470급 1척, 레이저급 1척, RS:X급 2척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일반인보다는 동호인과 선수 위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언제든 이곳을 방문하면 요트체험을 즐길 수 있다. 거제요트협회는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요트스쿨을 개설할 예정이다.☏016-571-5866(거제윈드서핑협회 김병원).

    글=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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