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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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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에 하얀 꽃송이 송송

★하동 북천 직전마을 메밀꽃·코스모스
탁 트인 넓은 들판에 메밀꽃 활짝

  • 기사입력 : 2008-09-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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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북천 직전마을 들판에 메밀꽃이 만개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직전마을 개울에 설치해 놓은 섶다리.



    바람개비 공원.


    지난해 직전마을 코스모스 꽃밭.



    초가을 땡볕이 따갑다. 덕분에 들녘에는 가을 햇살을 잔뜩 머금은 벼들이 알알이 영글어 간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오는 9월은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아직 이른 이즈음 가을의 전령사로 메밀꽃과 코스모스를 만나는 것은 어떨까?

    국도 2호선을 따라 하동으로 가다 보면 ‘하동 북천 직전마을’을 만날 수 있다. 지금 이곳에서는 하얀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

    마치 하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 대지를 온통 하얗게 물들여 놓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

    산 아래까지 이어진 메밀밭은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얗다. 메밀꽃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쭉쭉 뻗은 소나무의 푸름이 하얀 메밀꽃과 절묘한 색의 조화를 이룬다.

    17만㎡에 이르는 넓은 메밀밭이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마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쪽빛 하늘과 뭉게구름 아래 넘실거리는 메밀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한 모습이 아름답다.

    아이들은 메밀꽃을 보고 팝콘 같다고 한다. 이효석은 소설에서 메밀꽃을 하얀 소금에 비유했는데 아이들은 팝콘 같다고 표현하니 확실히 세대 차를 느끼게 한다.

    어른 키 높이만큼 자란 메밀밭 안으로 들어서자 삼각형, 원형, 사각형 등 다양한 미로 형태의 메밀꽃 길이 조성돼 있다. 아이들은 메밀꽃 속에 숨어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즐거워 한다.

    너무 잘 자란 탓에 아이들이 숨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나 어른 모두 활짝 핀 메밀꽃의 향기에 취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메밀꽃은 밀원식물이라 멀리서도 꽃향기가 진동하기 때문에 메밀꽃밭을 헤치고 들어가서 산책을 하면 심신이 황홀해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보통 7월 말에 파종한 뒤 한 달쯤 지나면 꽃이 피기 시작해 20~30일 동안 만개하는 메밀꽃은 10월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밀꽃은 하나하나를 살피면 꽃이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줄기 하나에 십원짜리(?) 동전만한 꽃송이가 몇 개 어우러진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메밀꽃이 군락을 이루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얀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후드득 후드득 튀긴 팝콘 같기도 하고…. 말 그대로 하얀 메밀꽃이 장관이다.

    내주쯤이면 인근의 17만㎡ 코스모스 꽃밭도 꽃망울을 활짝 터뜨려 이곳 북천은 꽃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34만㎡의 메밀꽃과 드문드문 핀 코스모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하얀 물결과 알록달록한 코스모스 물결이 진한 감동을 전한다.

    밭 가장자리 초가집 원두막 지붕에는 탐스럽게 익은 박이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초가을 땡볕이 내리쬐는 동안에도 이마에 흐른 땀을 식혀주는 원두막은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오랜만에 동네 선후배 부부들과 나들이에 나선 여길호(53·의령군 화정면)씨 부부는 “메밀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정말 황홀하다”며 “시골사람들도 메밀꽃을 보고 반하는데 도시인들이 이 꽃을 보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갑자기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다. 원두막에 옹기종기 모여 소나기를 피하는 모습도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여기에 막걸리 한 잔과 두부 한 모만 있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며 한 사내가 너스레를 떤다.

    한편 하동군은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 동안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 앞 일대에서 ‘2008 하동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체험행사’를 연다.

    19일 오후 5시30분 북천 금촌농악회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전통혼례·품바공연(21일), 7080 음악회(27일), 신명난 우리가락(28일) 공연이 이어지고, 전시마당에서는 옛 선조들이 사용하던 농기구들과 조롱박, 수세미, 뱀오이 등이 주렁주렁 매달린 넝쿨터널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먹거리 마당에서는 메밀작목반원들이 지난해 수확한 메밀로 직접 만든 메밀묵, 메밀국수와 하동의 자랑거리 ‘하동솔잎한우’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교통편= KORAIL 경남지사는 ‘하동 북천 코스모스·메밀축제’ 기간인 오는 2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임시열차를 운행한다.

    ‘코스모스·메밀을 따라 떠나는 가을 소풍’을 주제로 주말·공휴일 한 차례 운행되는 임시열차는 오전 10시20분 마산을 출발해 정오인 12시께 도착하며,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6시께 북천 코스모스역을 출발해 오후 8시께 마산에 도착한다.

    KORAIL 경남지사는 1일 12회 운행되는 정기열차와 더불어 임시열차 운행으로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북천역 입구에서는 60년 전 추억의 철도원 제복을 입은 역무원이 관광객을 맞으며, 역사에 마련된 ‘맞이방’에서는 코스모스 성장 과정 등을 볼 수 있는 코스모스 체험전시회와 코스모스 그림 그리기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등이 마련된다.

    운임은 어른 마산 5500원(주말 5700원), 진주·하동 2500원이며 어린이는 50% 할인된다. 마산역 ☏250-4325 . 창원역 ☏250-4285.

    ▲먹거리 하동솔잎한우=‘하동솔잎한우’는 친환경 사료인 ‘솔잎사료’를 먹고 자란 최고의 육질을 가진 한우다. 솔잎사료는 솔잎생균제를 포함하고 있어 소의 소화력을 좋게 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솔잎 원균은 송이버섯 군락인 악양의 형제봉 일대에서 채취되는데 솔잎 미생물을 7일간 숙성시킨 뒤 다시 각종 영양소를 섞고 발효시켜 ‘솔솔크’라는 생균제를 만들어 낸다. 이 생균제를 사료에 넣어 솔잎사료를 만드는데 소에게는 요구르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하동솔잎한우는 생산이력제를 도입, 소와 쇠고기의 사육 유통과정 등 각종 정보를 기록·관리해 위생·안전상 문제가 발생하면 이동경로에 대한 신속한 추적과 원인 규명 및 조치를 통해 수입산 쇠고기와 차별화하고 국내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곤명IC→하동 북천면사무소→ 코스모스·메밀꽃 체험장. 북천면사무소 ☏880-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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