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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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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 실 토~ 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

★하동 영당마을 알밤 줍기 체험
바람 불 때마다 탐스러운 밤송이 후드득

  • 기사입력 : 2008-10-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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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화개면 덕은리 영당마을 김점수씨의 밤나무 밭에서 알밤 줍기 체험에 나선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알밤을 까고 있다.




    알밤 줍기 체험에 나선 진주여성회관 서예교실 주부 회원들이 밤송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가을이 깊어 간다.

    들녘엔 노랗게 익은 벼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짙푸른 녹음을 자랑하던 산은 어느새 갈색 옷으로 갈아 입는다.

    밤나무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알밤이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두터운 가시옷을 입은 알밤은 매끈한 속살을 드러내기 부끄러운지 살며시 고개 숙이며 손님을 반긴다.

    “와~ 알밤이다.”

    푸름이 갈색을 더해 가는 9월 말, 하동군 화개면 덕은리 영당마을 김점수(40)씨의 밤나무 밭에 30여명의 주부들이 몰려들었다.

    손에 흰 장갑과 커다란 비닐 봉지를 집어 든 주부들은 서둘러 밤나무 밭이 있는 언덕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밤나무 밭에는 요 며칠 새 떨어진 소담스런 밤송이들이 입을 쩍 벌린 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떨어진 알밤은 행여 누가 볼까 얼른 몸을 수풀 속으로 숨긴다.

    잠시 후 “알밤이다, 너무 맛있겠다. 여기도 있네. 아야! 가시에 찔렸다….” 여기저기서 알밤을 줍는 주부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이날 알밤 줍기 체험에 나선 주부들은 ‘진주여성회관 서예교실’ 주부 회원들.

    밤송이를 양발에 끼운 주부들이 꼬챙이를 이용해 알밤을 꺼내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바닥에 널린 알밤을 줍느라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지만 알밤이 늘어나는 재미에 모두들 신이 난 표정이다.

    밤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밤송이가 ‘후드득~’ 떨어지면 밤나무 아래서 알밤을 줍던 주부들이 얼른 밤송이를 피해 달아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가 머리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일순간 난리(?)가 난다. 주부들은 행여 머리에 밤송이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밤 줍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전국 최다 주산지인 하동밤은 지리산 자락의 백리밤골 청, 풍, 수, 림에서 생산돼 예부터 알이 여물고 단단하며 윤기가 흘러 임금님이 즐겨 먹던 명품에 속했다.

    하동밤은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섬유질과 타닌이 풍부한 알칼리성 영양식품으로 어린이 영양간식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화개면과 악양면의 밤나무는 항공방제를 하지 않은 친환경 농법으로 퇴비(유기질)를 이용해 재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개면 알밤에는 유난히 벌레가 많다.

    엄마와 함께 알밤 줍기 체험에 나선 도연(7·진주시 신안동)양은 “밤송이를 양발에 끼워 꼬챙이로 알밤을 까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오늘 저녁은 아빠랑 삶은 밤을 나눠 먹으며 낮에 있었던 일을 자랑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밤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김 씨는 “올해 밤 농사는 풍년이지만 가격 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올해 밤 수매가는 1kg 특대품 1200~1300원, 대품 1000원, 중품 800원, 소품 6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 씨는 “부부가 오전 내내 주운 알밤은 대략 120~130kg, 이 가운데 선별작업을 통해 남은 알밤 50~60kg를 시장에 내다 팔면 대략 5~6만원 선으로 하루 인건비도 제대로 안 나온다”며 “특대품 가격이 800원 선까지 떨어지면 밤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라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알밤 줍기 체험은 농협이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체험을 통해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농협중앙회 하동군지부 김육수 팀장은 “알밤 줍기 체험은 중국 농산물 수입 등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도시인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민들에게는 직거래를 통해 농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밤 줍기 체험은 가족 나들이로 제격”이라며 “3000~5000원가량만 내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비닐 큰 봉지) 주워 갈 수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고 덧붙인다.

    알밤 줍기 체험이 끝나갈 무렵 큰 대야에 한가득 삶은 밤이 간식으로 나왔다. 모두들 출출하던 터에 옹기종기 모여 선 주부들은 알밤을 입안에 ‘톡톡’ 털어 넣으며 하동밤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씩 늘어 놓는다.

    ‘밤이 참 달고 맛있다’, ‘밤에서 호박 맛이 난다’, ‘다른 지역 밤에 비해 윤기가 흐르고 고소하다’는 등 주부들의 입맛도 가지각색이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을은 이렇게 깊어만 간다.

    알밤 줍기 체험은 이달 중순까지 즐길 수 있으며 반드시 밤송이를 까기 쉬운 운동화를 신고, 긴팔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갑과 비닐은 현장에서 나눠 준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려 19번 국도를 따라 하동 화개장터 방향으로 가다 농협주유소 앞에 이르면 화개면 덕은리 영당마을 밤나무 밭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하동군지부 ☏ 055)88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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