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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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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바지 걷어붙이고 생생 진흙 속 보물찾기

■거제 일운면 지세포 갯벌 체험
호미 들고 소쿠리 끼고 질퍽질퍽 갯벌로 가자

  • 기사입력 : 2008-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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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일운면 지세포 앞바다에서 열린 갯벌생태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직접 캔 조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통 어로법인 ‘지인망’ 체험시간. 바다 한가운데 일렬로 그물을 친 뒤 양편에 선 사람들이 그물 줄을 잡아당기면 다양한 물고기가 끌려나온다.



    전통 어로법인 ‘지인망’ 체험시간. 바다 한가운데 일렬로 그물을 친 뒤 양편에 선 사람들이 그물 줄을 잡아당기면 다양한 물고기가 끌려나온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로 함께 떠나자.’

    게, 바지락, 주꾸미 등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갯벌은 생명의 원천이자 대자연의 보고이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오랜만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자연생태학습을 겸한 갯벌 생태체험을 나서보자 .

    풍부한 미네랄을 먹고 자란 싱싱한 조개와 다양한 해산물을 줍는 등 갯벌 체험의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색깔 예쁘다” “그건 구멍우렁이에요” “엄마, 나 게 잡았어요” “손 물리지 않게 조심해” “어 이건 뭐지…, 새우다” 손에 호미와 소쿠리를 든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거제의 한 마을 갯가에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앞바다.

    거제어촌민속전시관이 마련한 ‘갯벌생태학교’에 진주·창원·거제·통영 등 인근 지역 50여명의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참가했다.

    ‘갯벌’과 ‘조개’로 나눠진 참가자들이 선생님들이 나누어 주는 자그마한 소쿠리와 호미, 물 한 병을 각자 받아들고 갯벌로 향한다.

    ‘갯벌생태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갯벌의 소중함과 보존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고 잊혀져가는 어촌의 어구·어법, 갯벌의 생태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거제어촌민속전시관이 마련했다

    ‘야~ 조개다! 엄마, 나 조개 캤어요”

    바지를 무릎까지 ‘동동’ 걷어붙인 아이들이 호미로 갯벌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조개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조개를 처음 캐 본 아이들이 신기한 듯 여기저기서 탄성을 쏟아낸다. 어떤 아이는 ‘큰 조개를 캐겠다’며 아예 물 속에 첨벙 주저앉아 호미질을 해댄다.

    순간 저편에서 “와~ 게다”라는 고함소리가 들려 온다. 갯벌 속에 숨어 있던 게 한 마리가 아이들의 눈에 띈 모양이다. 놀란 게는 얼른 바위 밑으로 몸을 숨기지만 아이들이 그냥 둘 리가 만무하다.

    조심스레 게를 집어든 아이는 신기한 듯 게를 이리저리 살핀 후 ‘킥킥’거리며 웃는다. 모양새가 아무래도 이상한 모양이다.

    한 아이가 돌멩이에 붙은 이상한 생물을 들고 와 선생님에게 보인다. 아이는 “선생님, 이건 말미잘이에요?”라고 묻자 그는 “이건 해말이라고, 바다 속에서 정화작용을 하는 생물이란다”고 답한다. 아이는 그제서야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떡인다.

    아이들과 함께 갯벌체험행사에 참가한 홍창조(40·통영시 죽림동)씨는 “거제시청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갯벌생태학교가 열리는 것을 알게 돼 가족들과 나들이 겸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조개를 캐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말한다.

    큰아들 상진이(11)는 “갯벌 속에 이런 조개가 살고 있는 줄 몰랐는데 너무 신기하다”며 “큰 조개를 캐서 좋고 엄마 아빠와 함께 해서 더 좋다”고 말하며 자신이 캐낸 조개를 들어 보인다.

    거제어촌민속전시관 김종훈 학예사는 “처음에는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이 체험을 한 후에는 ‘내일 또 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아이들의 눈을 통해 갯벌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한 것 같다”고 말한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조개 캐기 체험이 마무리되자 참가자들의 자그마한 소쿠리에는 조개가 한가득이다.

    김 학예사가 “내일 드실 수 있는 조개만 남기시고 작은 조개는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주세요”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다시 갯벌로 향한다. 아이들은 ‘잘 살아라, 이 다음에 커서 만나자”라며 작은 조개를 바다로 향해 던진다.

    이번엔 ‘전통 어로’ 체험 시간. 바다 한가운데 그물을 일렬로 친 뒤 양편에 선 사람들이 그물을 잡아당겨 고기를 잡는 방법인 ‘지인망’은 옛 선조들이 고기를 잡을 때 즐겨 쓰던 전통 어로법이다.

    “어야디야!~, 어야디야!~ ” 갯벌과 조개로 나눠진 참가자들이 김 학예사의 구령에 맞춰 ‘어야’에 몸을 숙이고, ‘디야’에 몸을 일으켜 세우며 줄을 당긴다.

    그는 “양편이 호흡을 맞춰가며 줄을 당겨야만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며 “만약 한쪽의 힘이 강하거나 먼저 당기면 그물에 걸린 고기들이 모두 빠져나간다”고 설명한다.

    참가자들이 갯벌에서 호흡을 맞추는 동안 바다 한가운데서는 직원 3명을 태운 배가 갯벌에서 100m 떨어진 바다에 전통어구 ‘지인망’(40m)을 설치하고 있다.

    잠시 후 “자! 이제 갑니다”라는 신호를 하자 갯벌과 조개팀이 힘차게 줄을 당기기 시작한다. 그물이 포물선을 그리며 끌려오기를 10여분, 마침내 뭍으로 끌려 나온 그물 속에는 복어, 망상어, 볼락, 게, 쥐고기, 감성돔, 우럭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펄떡’거린다. 예상보다 많은 수확(?)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물 속 물고기를 손으로 잡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까운 내만에서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잡힐 줄 몰랐다”며 “아직 바다가 살아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한다.

    석양이 서편으로 기울어 갈 무렵 살아 있는 갯벌의 생생한 모습을 체험한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 오른다.

    이 밖에 도내에서 유명한 갯벌체험장으로 남해 문항마을(☏ 010-3442-8875 )과 지족갯마을(☏ 011-881-1993), 냉천마을(☏ 867-5220, 010-6429-9020 ), 유포마을(☏ 010-5060-0735) 등이 있다. 바지락, 쏙 잡이, 우럭·맛조개, 낙지잡이, 게잡이, 고동줍기 등 다양한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갯벌 체험은 무엇보다 물때가 중요하다.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문의를 통해 갯벌 체험에 나서야 한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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