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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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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신별미] 쌈김치찌개

돼지김치찌개와 상추의 색다른 음식궁합

  • 기사입력 : 2008-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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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먹던 방식 응용해 개발 ‘대박’

    상큼하고, 얼큰하고, 쫄깃한 맛 일품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함께할 때 맛이 배가되는 ‘단짝’ 음식들이 있는 반면, 함께하면 하나만 먹는 것보다 못한 ‘원수’ 같은 음식들이 있는 법.

     사천 태생(?)의 한 김치찌개는 제대로 된 ‘짝’을 만나 대박이 났다. ‘짝’의 정체는 다름아닌 ‘상추’. ‘쌈 싸 먹는 김치찌개’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사천의 한 김치찌개를 맛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사천시 벌리동 ‘한일식당’, 메뉴판에서는 그 ‘짝’에 대한 단서의 실마리조차 찾아볼 수 없다. 메뉴판에는 삼겹살, 김치찌개, 된장찌개, 세 단어만 써 있을 뿐. 일단 김치찌개 2인분을 시킨다. 가격은 1인분에 6000원.

      잠시 후, 너무나 ‘평범한’ 김치찌개가 상에 오른다. 그리고 몇 가지의 찬거리와 ‘상추’가 가지런히 놓인다. ‘쌈 싸 먹는 김치찌개’라 했는데, 별다른 게 없다. ‘찌개 국물이 적지 않을까’, ‘김치가 크지 않을까’ 등등 사천으로 오는 길에 떠올렸던 이런 저런 상상이 무색해진다. 숟가락을 대기 전, 혹시나 싶어 주인에게 묻는다. “이게 전부가 맞냐고”.

     그러자 주인 반기갑(55)씨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불에 김치찌개를 올리고는 “찌개가 끓으면 안에 든 삼겹살을 상추에 싸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주인 반씨가 옆으로 오더니 불을 꺼준다. 그리곤 얼른 고기를 싸 먹어 보라며, 맛있게 먹는 비법(?)을 설명한다. 첫째, 상추에 찌개의 돼지고기와 김치를 얹는다. 둘째, 피클과 새우젓을 그 위에 얹는다. 셋째, 밥을 얹고 쌈장을 살짝 묻힌다. 넷째, 한입에 쏘옥 넣고 씹어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 어느 정도 넘긴 뒤에는 찌개 국물로 목을 적신다.

      시키는 대로 한입 꿀꺽 넘긴다. 상추의 상큼함, 김치찌개의 얼큰함, 그리고 돼지고기(삼겹살·갈빗살)의 쫄깃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평생 먹어오던 김치찌개의 색다른 발견이다. 시원한 국물은 쌈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얼큰한 소주 한 잔과 함께면 더할 나위 없겠다.

     김치찌개 1인분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160g이라고 한다. 메뉴판을 다시 본다. 삼겹살이 200g에 6000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치찌개를 시키는 게 이득이겠다.

     김치찌개를 다 먹기 전까지 상추와 밥은 무한 리필이다.
     김치찌개 맛있는 집이야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 하지만 상추와 새우젓을 내는 집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 하나로 색다른 맛을 개발(?)해 낸 것이다. 주인에게 아이디어를 어떻게 냈냐고 물었다.

     “집에서 먹던 걸 응용한 거예요. 6년 전인가, 김치찌개 장사를 시작하면서, 찌개에 좋은 고기를 넣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고기를 더 맛있게 먹는 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상추쌈을 생각한 거죠.

     매일 김치를 15포기씩 담고, 돼지고기를 40㎏씩 사들인다니, 김치찌개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나 보다. 게다가 분점까지 냈단다.

     통영 무전동에 6개월 전 문을 연 ‘한일식당’에서는 이미 그 맛이 소문나 본점(사천)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고, 현재 진주에서도 분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짝 잘 만난 김치찌개의 제대로 된 ‘대박행진’이다. 최근에는 그 인기몰이를 따라 사천 곳곳 쌈 싸 먹는 김치찌개집들이 생겼다고 한다.

     가게를 나서는 길, 집에 빨리 가서 돼지김치찌개를 끓여 쌈에 한번 싸 먹어 보고 싶다.과연 그 맛이 날까 의문이긴 하지만.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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