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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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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 금빛 물결, 검은 섬… 황홀한 빛의 축제

■ 사천 실안 낙조
전국 9대 일몰 중 하나…매달 15~18일 가장 예뻐

  • 기사입력 : 2008-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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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꼴 모양의 죽방렴과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사천 실안낙조.



    창선·삼천포대교



    대방진굴항



    한려수도 유람선



    노산공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에 그림처럼 펼쳐진 섬들, 그리고 가을 은빛 바다와 황금빛 노을이 아름다운 ‘사천 실안 낙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9대 일몰 중 하나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실안 낙조는 부채꼴 모양의 죽방렴과 쪽빛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바다 위 어선들은 황금빛 물줄기 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해안의 절경과 출렁이는 푸른 바다, 오밀조밀한 해안선을 자랑하는 실안 해안관광도로는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쉼 없이 맑고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며 흰 물살을 그려내는 어선들과 삶의 희망을 꿈꾸는 어부들. 이들은 그 속에서 삶의 생명을 느끼고 희망을 키워간다.

    햇살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 노을빛이 아름다운 실안 낙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사천을 찾았다.

    가을 햇살이 한창인데도 바닷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제법 매섭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현장에 도착한 일행은 실안 낙조 감상에 앞서 인근 명소와 유적지 등을 둘러보며 사천의 비경을 감상했다.

    우리를 제일 먼저 맞은 것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창선·삼천포대교’. 웅장한 자태와 위용을 자랑하는 창선·삼천포대교는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연륙교로 총연장 3.4km에 달한다. 삼천포대교, 초양교, 늑도교, 창선대교 등 제각기 다른 공법으로 시공된 교량은 특산물의 원활한 유통은 물론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우리 지역의 명물로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야간 경관조명은 푸른 바다와 빛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푸른 바다와 대교가 조화를 이룬 창선·삼천포대교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하고 인근 실안 해안도로를 찾았다. 사천 남양에서 대방동까지 6km에 걸친 실안 해안관광도로는 해안선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가히 일품이다. 무엇보다 섬과 섬 사이에 죽방렴이 펼쳐진 사천만의 그림같은 해안 풍경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죽방렴은 빠른 조수의 흐름을 이용해 물고기를 그물망 안에 가두어 뜰채로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다. 마치 V자 대형으로 이동하던 기러기 무리들이 그대로 바다에 내려앉은 듯한 죽방렴은 300여개의 참나무를 갯벌에 박아 놓은 것으로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아 고기들이 일단 대나무망에 걸려들면 빠져 나오지 못한다. 어민들은 썰물 때를 기다려 고기를 뜰채로 퍼 담는다.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자연의 이치를 제대로 활용한 재치가 넘친다. 남해의 지족해협에 20여개, 사천 실안 해안도로 인근 사천만에 10여개의 죽방렴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잡은 멸치는 비늘이 손상되지 않아 신선도와 품질이 우수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발길을 돌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숨겨 두었다는 인근 ‘대방진굴항’(도지정문화재 제93호)을 찾았다. 고려시대 우리나라 연안을 빈번히 침범하는 왜구의 노략질을 방비하기 위하여 설치한 구라량(仇羅梁)의 영(營)이 있던 곳으로, 수군만호(水軍萬戶)가 있었다고 한다. 후에 구라량이 폐영(廢營)이 되면서 소규모의 선진으로 남은 것을 조선시대 말 순조 때 비로소 이곳에 굴항을 축조하였다. 역사(役事)에는 진주목에서 관내 72개 면민을 동원, 부역(賦役)을 시켰으며 굴항이 축조된 다음에는 이곳에 2척의 전함과 300명의 수군병력이 상주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차량으로 5분 거리의 인근 유람선 선착장에는 초대형 삼천포 유람선 크루즈 ‘한려수도호’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 번에 10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유람선은 선착장을 출발, 창선·삼천포대교-실안죽방장-비토(별주부전)-단항대교-신수도-삼천포화력발전소-코끼리바위-남일대 해수욕장-씨앗섬을 돌아오는 2시간 코스로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김영분(66·전남 순천)씨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하기 위해 친구들과 왔다”며 “창선·삼천포대교의 웅장함과 남해안의 자그마한 섬들이 너무 아름다워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찾고 싶다”고 말한다.

    유람선에 몸을 실으면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맑고 신선한 바닷바람은 세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확 풀어줄 정도로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노산공원에 올라서니 삼천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노산공원 망루에 서서 바라본 한려수도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쪽빛 바다에 수놓은 크고 작은 섬들, 오밀조밀한 해안선, 그 바위 위에 부서지는 은빛 파도와 등대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오후 5시, 해질 녘이 가까워오자 검게 변한 섬들과 잔잔하게 넘실거리는 황금빛 바다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타오를 듯한 붉은 해가 섬 뒤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자 밝게 빛나던 푸른 하늘이 파스텔 톤 빛깔로 바뀌고 이어 노랑에서 밝은 주황빛, 어두운 황토빛, 옅고 짙은 갈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층을 이루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세상의 어느 색깔이 붉게 물든 저녁 노을과 비교할 수 있을까. 감탄이 쏟아진다.

    이곳에서 만난 사진가 정중상(65·사천시 사천읍)씨는 “오늘은 박무현상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낙조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다”며 “한달 중 15~18일이 낙조가 가장 예뻐 이맘때가 되면 인근 각지에서 몰려 든 사진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빈다”고 말했다.

    저녁 노을이 아름다움을 다하고 사라질 무렵 저 멀리 산 정상에서 달빛이 고개를 살며시 치켜든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사천IC-창선·삼천포대교-실안해안도로

    ▲주변 가볼 만한 곳

    ◇ 봉명산 다솔사= 군립공원 봉명산(408m)에 위치한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때 창건한 고찰이다. 한용운 선생을 비롯한 독립 운동가들의 은신처였고 대양루, 응진전, 극락전, 적멸보궁과 보안암석굴이 있어 등산, 삼림욕, 약수를 즐기려는 발길이 늘고 있다.

    ◇남일대 코끼리바위= 신라 말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이 남녘 땅에서는 제일의 경치라고 하여 ‘남일대’라고 이름 지었다. 코끼리바위와 조개껍데기 모래의 해수욕장, 진널전망대는 많은 피서객의 휴양지가 되고 있다. 사천시청 문화관광과 ☏83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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