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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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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① 와인은 막걸리였다

수질 나쁜 유럽서 음식과 먹던 음료
우리나라 국.숭늉.막걸리 같은 역할

  • 기사입력 : 2009-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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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환 마산대 교수(국제소믈리에과)

    이탈리아에서는 술에 취한 사람들 두고 하는 말이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네”라고 한다. 그만큼 와인과 당연히 음식과 함께 해야 하는데 식사는 하지 않고 음료(?)만 들었다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사실 와인은 별도로 마시는 알코올성 음료라기보다 수질이 좋지 않은 유럽에서 음식과 함께 하는 음료로 발전하였다. 이것은 수질이 좋지 않은 중국에서 음료대용으로 차문화가 발전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럽에서는 차보다 와인을 택하게 된 것은 자연환경의 덕택이지만 얼마나 로맨틱한가. 그야말로 식용수가 좋지 않은 나라들이 택하는 지혜라고 여겨진다.

    고대 로마제국시대에 로마군이 진군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포도를 심는 일이었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당시로서는 물이 다름으로 해서 오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포도밭은 당연히 마실거리를 제공하는 보급창고가 되어야 했다. 이집트시대에 접어들어 와인은 귀족 중심의 음료이며 제전용으로 쓰이는 음료였다. 특히 성서에 언급하는 예수가 직접 말씀한 이는 내 피의 잔이며 이를 기념하라는 이야기는 와인이 기독교문화와 함께 생활음료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노동자들이나 하급 군인들에게도 작업의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와인을 보급한 기록이 있다. 와인은 우리 음식에서 마치 국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국과 밥을 함께 한다면 유럽에서는 요리와 와인이 함께 한다.

    이렇듯 음식이란 먹을거리와 마실거리가 함께 있어야 음식이 되는데 마실거리에 해당하는 것이 물 좋은 우리나라에서는 국이나 숭늉이나 막걸리였다면 유럽에서는 와인이었다. 어린 아이들에게나 노동자들이 작업 중 식사를 할 때 마시는 경우에는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것이 대체적인 관행이었다. 이렇듯 와인은 유럽에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 우리가 어릴 적에 자연스럽게 막걸리와 친해지듯이 유럽에서도 자연스럽게 식사과정을 통하여 와인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세계화의 영향으로 이국적인 위스키나 맥주를 즐겨 마시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은 음료문화 조차도 돌고 도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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