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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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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② 오래된 와인은 맛이 없다

전 세계 생산량 10%만 장기숙성 가능
보졸레누보는 2개월 지나면 수명 끝

  • 기사입력 : 2009-0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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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개 우리는 와인과의 첫 만남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텁텁한 맛, 코르크를 열다가 병 속에 빠뜨림, 종이컵에 부어 원샷하는 황당한 매너, 마시고 난 뒷날의 숙취. 사실 제대로 된 와인이나 황홀한 와인을 고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사전에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와인은 무조건 오래 보관하면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90%는 2~3년 안에 소비된다. 왜냐하면 오래될수록 맛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10%의 와인만이 장기숙성이 가능하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싼 와인들이다.

    그러므로 집에 선물로 받은 와인은 확인 후 가급적 빨리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그냥 오랫동안 보관한 후에 마신다면 그때는 이미 맛이 가버린 뒤가 된다. 극단적으로 보졸레누보 와인은 햇포도로 만들므로 병입한 지 2개월이 지나면 수명이 다해버린다. 지난해 11월에 출시된 보졸레누보 와인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어떤 와인부터 시작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달콤한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리슬링이라는 품종부터인데 향기로운 과일 향이 가득하고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여성으로 비유하면 10대의 발랄한 소녀이다.

    리슬링이 여의치 않다면 이탈리아의 유명한 스위트와인인 모스카토 다스티를 마셔보자. 모스카토라는 품종으로 만든 이탈리아 아스티라는 지방에서 나오는 와인을 모두 모스카토 다스티라고 부른다. 당연히 다양한 포도원에서 다양한 상표를 가지고 나오지만 가격대는 대개 1만원대 내외이다.

    와인의 맛은 김치와 비유된다. 둘 다 발효식품이다. 와인에서도 갓절인 맛부터 묵은 김치의 맛까지 다양한 맛의 단계가 있다. 리슬링이나 모스카토는 바로 갓절인 맛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김치의 맛도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듯이 와인의 맛도 내공이 쌓일수록 변하게 된다. 와인에서 묵은지 김치에 해당하는 맛은 어떤 맛일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상상한 맛을 찾아가는 길이 와인에 빠져드는 길이다.

    이장환 마산대 교수 (국제소믈리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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