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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62) 진화하는 논술 따라잡기

  • 기사입력 : 2009-0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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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論’이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논술’이 보인다

    論(논)= 言(말·글), 人(사람), 冊(책), 一(생각의 잣대)


    글짱: 올해 고1 올라가는 학생이에요. 대학입시 정책이 자주 바뀌어 이제 어떻게 논술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요.

    글샘: 글쎄다. 각 대학의 대입 요강이 흔들리고 있지만, 입시 정책은 최소한 3년은 간다고 봐도 될 것 같아. 논란 속에서도 3불정책(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논술시험은 그 옛날 본고사 수준으로 진화된다고 봐야겠지.

    글짱: 그러면 논술 출제 유형이 어느 정도 달라지는 건가요?

    글샘: 논술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대비를 하고 있어. 부산초암아카데미 우만용 원장이 작년 말 경남신문 교육박람회 강연에서 그런 대목을 언급하더구나. 그동안 각 대학에서 논술시험의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하던 ‘창의력’은 이제 채점 기준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어. 문제 유형은 제시문 요약과 연관관계 찾기,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쓰라는 방식이 이어질 것 같다고 했어. 하지만 문항이 5~6개쯤으로 늘고, 영어제시문이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게 달라지는 점이야.

    글짱: 신문기사를 보니 그런 유형은 2012학년도 입시부터 도입한다고 하던데요?

    글샘: 그건 순진한 생각이지. 서울의 어느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뽑았니? 특목고 출신을 우대했다는 주장이 나와 요즘 시끄럽잖아. 그 대학 입시 담당자가 작년에 “독해력과 이해력이 있는 학생을 뽑고 싶다”고 입시 방향을 설명했다지. 입시논술에서는 출제 측이 내건 ‘조건’에 유의해서 써야 한단다. 쓰라고 한 내용만 써야 해. 비슷한 주제에서 다뤄 본 내용을 적는다면 ‘출제 측의 요구를 벗어난 글’로 판정받아 감점처리될 거야. 결국 대입논술은 글쓰기이면서도 글쓰기가 아닌 셈이지.

    글짱: 그러면 저처럼 이제 고교생이 되는 학생들은 어떻게 논술을 공부해야 하나요?

    글샘: 논술 공부를 할 바엔 큰 틀에서 하라고 권하고 싶어. 논술(論述)이란 한자에서 ‘論’자를 풀어보자. 말씀 언(言), 사람 인(人), 한 일(一), 그리고 아래에 남은 한 개는 책(冊)자를 닮지 않았니? 논한다는 것은, 글이나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거야. 물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말)이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책을 통해 많은 지식이나 정보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글짱: 그런데 왜 한 일(一)자의 의미는 설명 안하고 빠뜨리나요?

    글샘: 지금 설명할거야. 글샘은 이 ‘한 일(一)자’를 잣대로 보거든. 눈금자 있잖아? 논술에선 ‘생각의 잣대’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나처럼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논술공부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학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논술 대비는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점검하는 잣대를 대보는 거야. 글쓰기 훈련을 할 기본 수준은 됐다고 판단되면, 철학 관련 기본 서적은 한 권쯤 읽어야지. 친구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수야. 조금 짬을 더 내어 교양서적도 틈틈이 읽어 두는 게 도움 되고, 신문을 읽는 게 취미라면 더할 나위 없지.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은 수험생이 됐을 때 논술이나 구술면접에 큰 부담을 갖지 않을 거라고 장담한단다. 어릴 때부터 대비하는 게 좋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지금 초등학생들은 만화책이라도 좋으니 책을 끼고 사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겠지.

    글짱: 저는 논술 준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더 궁금해요.

    글샘: 서울대 구술면접을 할 때는 주어진 논제(과제)로 10분 정도 얘기할 ‘거리’가 있어야 한단다. 그 ‘거리’라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떠오르는 창의력과는 완전히 달라. 고교시절 그 ‘거리’를 준비하는 방법으론 4~5명씩 그룹을 만들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게 가장 효과적이란다. 토론 주제를 고를 땐 신문 칼럼글이 좋아. 사설은 잘 요약된 주장글이지만, 논거가 부족한 게 단점이거든. 이런 토론 내용을 잘 정리해서 글로 쓰면 논술이 되고, 말로 하면 구술이 되는 거지. 신문칼럼은 보통 2000자 내외인데, 이를 100자 정도로 요약하는 연습도 겸해 보렴. 그리고 앞서 글샘이 대입 논술시험이 진화한다고 얘기했지만, 여전히 서울대 논술시험은 5시간 동안 4500자를 써야 하는 장문의 글이야. 400~500자부터 글을 쓰는 훈련을 계속 하다 보면 고교 3년이란 시간 동안 장문의 글쓰기에도 자신감이 생길 거야.

    글짱: 그리고 경상도 학생이 면접장에서 사투리를 쓰면 감점처리한다던데요?

    글샘: 말투가 논리정연해 보이지 않아 다소 손해볼 수는 있겠지. 그러나 말을 심하게 더듬는 학생도 서울대 구술면접에서 합격했단다. 면접이란 수험생과 면접관 간의 의사소통이라고 봐.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가 중요하단다.

    글짱: 영어지문 얘기를 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글샘: 영어지문이 나올 땐 당황스럽겠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 영어도 언어일 뿐이야. 이미 대입 논술시험에 영어지문 한두 개는 나왔거든. 3년 후쯤 대입논술엔 100% 영어지문이 나올지 몰라. 그래도 서울 강남 학원가의 논술반에서는 영어를 보완하는 게 아니라 언어공부를 많이 시킨다더구나. 물론 영어실력이 일정 궤도에 올라 있는 학생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이야. 어느 대학 입시 담당자가 얘기한 것처럼 ‘독해력과 이해력’을 갖추는 게 관건일거야.

    글짱: 논술은 특목고 출신을 뽑기 위한 편법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리던데요.

    글샘: 축구경기에 비교하자면, 지방의 일반고 학생들은 어쩌면 원정경기를 치른다고 볼 수 있어. 경기에서 이기려면 결국 실력이 더 뛰어나야 한다는 거지. 교과과정에서 배웠든 책이나 신문을 보고 지식을 습득했든 간에, 기본 기량을 잘 갖춰야만 논술 시험지에 쓸 게 많겠지. 그러나 입시논술도 중요하겠지만, 차근차근 쌓아 온 ‘생각의 잣대’가 훗날 내 인생의 항로에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야. 대입논술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글이나 말로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는 마음으로 논술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 오늘 ‘논(論)’이란 한자를 예로 들어 논술의 의미를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란다. 글을 쓸 때 ‘생각의 잣대’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는 다음 논술탐험 시간에 다루기로 하자꾸나.  (경남신문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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