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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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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⑥ 와인을 보면 예우가 보인다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의 와인 대접
김대중은 ‘최고급’ 노무현은 ‘중저가’

  • 기사입력 : 2009-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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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스 황태자와 피카소는 와인병 라벨에 그림을 그려준 작가입니다. 명성을 날리던 시절에 24병의 와인을 받고 기꺼이 그려주었고요. 또한 윈스턴 처칠은 프랑스 샴페인을 너무 좋아하여 와인업체는 아예 윈스턴 처칠경이라는 와인을 만들지요.

    마릴린 먼로는 샴페인 350병으로 목욕을 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오고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와인 저장고에는 이미 1000병이나 되는 와인이 있다고 하네요.

    이처럼 천하의 명사들은 기꺼이 와인을 즐기고, 와인을 사랑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데요. 국가원수의 외국 순방에서 어떤 와인을 접대했느냐를 보면 실제로 얼마나 예우를 받는가를 알 수 있는데요. 수십만 가지의 종류를 가진 와인만큼 어떤 종류를 접대했느냐가 방문 원수에 대한 예우의 수준을 말해 주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일본을 국빈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일본 수상은 오부치 총리였고 일본은 프랑스산 최고급 와인을 정찬메뉴로 사용했지요. 물론 일본에도 자체 와인용 포도 품종이 있을 정도지만 예우 차원의 대우였어요. 그런데 오부치 총리가 한국으로 답방을 왔을 때 우리는 가격이 7000원 정도 하는 국내산 와인을 제공했다고 하지요. 외교적으로는 상당한 실례를 범한 것이었고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인식만 가지고 있었지요.

    와인의 외교적 의미는 북한에서 알 수 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을 제공한 반해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유통도 되지 않는 중저가형 프랑스 와인을 대접했지요. 무엇 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이 다르게 예우를 받는지를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두 대통령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와인이 이렇게 외교 코드로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하게 인식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대 이후부터입니다. 귀한 모임이나 큰 행사에 참석할 경우에 여러분도 제공받는 와인이 어떠한 와인인지를 알게 되면 그 모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이장환 마산대 교수(국제소믈리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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