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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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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⑨ 와인과 글라스

와인잔에 2/5 이하로 와인 담고
나머지 3/5 공간은 향으로 채워

  • 기사입력 : 2009-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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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에서 글라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글라스는 중요한 소품이지요. 와인을 종이컵이나 머그컵처럼 투박한 잔에 받아 마신다면 와인다운 맛이 나지 않겠지요.

    와인을 즐기는 데는 그만큼 잔이 중요한데요. 과거 유리가 귀할 때에는 토기잔이나 주석잔 등 금속잔을 이용했고 최근까지 크리스탈에 각무늬를 낸 와인잔이 유행했지요. 아무래도 와인을 즐기려면 색, 향, 맛을 느껴야 하기에 투명 유리잔이 어울리지요.

    유리잔의 구조를 보면 크게 3부분으로 나누는데 사발 부분과 줄기 부분 그리고 바닥 부분이죠. 와인잔의 사발 부분은 유난히 다른 음료에 비하여 큰 편인데요.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 사발이 크다는 것은 그곳에 모두 와인을 담으라는 것이 아니라 2/5 이하만 와인을 담고 나머지는 와인의 향을 담는 부분입니다. 물잔의 경우는 4/5 이상 물을 담는데, 왜냐하면 물잔의 경우는 별다른 향기가 없기 때문에 굳이 적게 담을 이유가 없겠죠.

    와인 잔의 줄기부분을 길게 만든 이유는 손을 잡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죠. 와인잔을 잡을 때 잔의 줄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잡기가 가장 적당한데 하지만 사발부분을 잡거나 바닥을 잡아도 상관이 없습니다. 대개 보면 전문가일수록 와인잔을 기울여 와인의 색을 보기 편하도록 바닥을 잡는 경우가 있고 초보자일수록 사발을 잡는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줄기부분을 잡는 것이 보기가 가장 우아하겠죠.

    와인은 건배의 술이기도 하는데요. 와인을 건배할 때는 무엇보다도 건배하는 사람의 눈을 마주보는 것이 건배의 포인트입니다. 식탁에서 멀리 있는 분들과는 직접 부딪치는 건배가 어려우면 영화에서 보듯이 잔을 약간 치켜들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면 그것이 건배가 되지요.

    와인의 향을 맛보기 위해서는 와인 잔을 약간은 돌리면서 코를 잔 안에다가 대고 향을 맡아야 하는데, 사생결단하고 식탁 바닥에다 와인 잔을 뱅글뱅글 돌리는 모습은 피해야 하지요. 이러한 방법은 시음을 위하여 향을 도출하는 방법인데 공식석상이나 식사장소에서는 꼴불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와인은 아무래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요. 이처럼 와인을 즐기는 데 잔의 역할은 녹록지 않습니다. 와인은 고급이 아니어도 잔만은 고급이어야 한다는 소신은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이장환 마산대 교수 (국제소믈리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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