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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담벼락 갤러리로 떠나는 色色 나들이

☆통영 동피랑마을
푸른 통영항 내려다보이는 언덕마을

  • 기사입력 : 2009-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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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동피랑 마을을 찾은 연인이 골목길을 걸으며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둘러보고 있다.



    통영 동피랑 마을 벽화



    통영 동피랑 마을 벽화



    통영 동피랑 마을 벽화



    마산 오동동 벽화거리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살며시 물러나자 이번엔 황사가 봄의 발목을 잡는다.

    마치 옅은 안개가 온 세상을 뒤덮은 것처럼 온통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 이런 날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지만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갯내음)이 그리워 한달음에 통영으로 향한다.

    봄바람이 벌써 도착한 바닷가에는 어부들이 서둘러 그물질을 하며 조업 준비에 여념이 없고 활어 시장은 아낙네들의 고함 소리에 생기가 흘러넘친다.

    통영의 봄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통영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망산 조각공원에 오르니 ‘동양의 나폴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통영항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푸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봄바람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맞은편 언덕 위의 아름다운 마을 ‘동피랑’은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 ‘동피랑’.

    통영시 태평동과 동호동 경계 언덕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마을 ‘동피랑’은 통영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달동네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철거 예정지로 마을 입구조차 찾기 어려웠던 곳이었으나 ‘벽화’ 하나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통영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동피랑’은 동쪽의 벼랑이란 뜻의 통영지역 사투리. 일제 강점기 시절 이 벼랑 끝에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집 없는 외지 하층민들이 기거하면서 마을이 생겨났다고 한다.

    ‘동피랑에 꿈이 살고 있습니다’는 안내 문구를 따라 벽화가 그려진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1960~1970년대 슬레이트 지붕과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50여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골목길은 좁고 꼬불꼬불해 한 사람이 겨우 비껴갈 정도다.

    ‘통영에 아직도 이런 마을이 있구나!’하는 놀라움도 잠시. 담벼락과 집, 골목 등 곳곳이 물고기와 동백꽃, 기린, 만화캐릭터 등 다양한 종류의 그림들로 채워진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초라한 집들의 벽과 담벼락이 캔버스가 됐고, 알록달록한 벽화로 누추한 집들을 감쌌다. 골목 이곳저곳에서는 관광객들이 벽화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골목길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담벼락에 그려진 물고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연인에게 “오늘 저녁 반찬 할긴데 다 가져가면 우리는 뭐하고 밥 묵노!, 몇 마리 남겨 두레이…”라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는다.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젊은 연인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킥킥’ 거리며 웃는다. 골목길이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 마을엔 나이 든 노인들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이 마을도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한다.

    ‘동피랑’. 2006년 초 통영시는 판잣집을 밀어 버리고 이곳에 통영성 동포루(東砲樓)를 복원하는 등 주변을 정리해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당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던 ‘푸른통영21’이 마을 철거를 막기 위해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골목문화를 보존하자’며 벽화공모전을 벌였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젊은 화가 19팀(36명)이 일주일 동안 집과 골목,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해서 허름한 달동네는 바닷가의 벽화마을 동피랑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평일에는 40~50명, 주말에는 하루 평균 200~300여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대구에서 통영을 찾은 연인 박명규(29)·서지수(여·29)씨는 “통영이 아름다운 섬과 바다로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이런 색다른 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이왕이면 관광객들이 동피랑을 찾기 쉽도록 안내 간판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피랑을 한바퀴 돌아본 후 마을 입구로 내려오자 하얀 벽면에 노란 국화꽃이 그려진 ‘동피랑 파고다 cafe’가 눈에 띈다. 허름한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져 있지만 카페지기 백태기(73)할아버지가 두툼한 손으로 직접 타 주시는 커피 한 잔에 세월의 삶이 묻어난다. 카페 메뉴는 커피, 컵라면, 아이스케키다.

    백 할아버지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말에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지난 주말에는 커피를 하루에 200잔을 팔았다”고 자랑한다.

    시는 동피랑을 문학과 예술을 접목시킨 마을로 리모델링해 나갈 계획이란다. 이를 위해 11억원을 들여 이주를 희망하는 13채를 사들였고 이 중 6채를 화가, 시인 등 예술가들에게 매월 10~15만원을 받고 임대할 예정이다. 마을 위쪽 허문 두 채는 통제영 누각 동포루를 복원하고 바로 밑 두 채는 쌈지공원으로 꾸며진다.

    ▲동피랑 가는 길= 통영 IC- 시내 방면- 통영시민문화회관·남망산 조각공원 방면으로 좌회전- 통영 활어시장- 동피랑.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Tip. 마산에서 만날 수 있는 벽화거리

    -오동동 통술골목, 아귀찜 골목, 창동거리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마산의 오동동 통술골목과 아귀찜 골목 등에서 아름다운 벽화거리를 만날 수 있다.

    젊은 미술작가들로 구성된 공공미술연구소 ‘프로젝트 쏠’(대표 유창환)이 지역 상인회와 더불어 4년여 전부터 지역민들의 애환과 정겨움이 담긴 오동동 통술골목, 아귀찜 골목, 창동거리 등을 미술이 살아 숨쉬는 거리로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오동동 통술골목의 벽면은 덕지덕지 붙어있던 벽보 대신 원목으로 옷을 갈아입힌 후 오브제를 꽃으로 바꿨다. 골목 안쪽에는 수출품을 가득 싣고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담은 대형선박을 그려 마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오동동 아귀찜 골목은 삭막했던 콘크리트 벽면 대신 실제 아귀 모습과 같은 크기의 아귀들이 물속을 헤엄치듯 벽면에 꿈틀거리고 있어 순간 착각에 빠지게 한다. 또한 거리 곳곳의 전봇대는 아름다운 나무가 심어진 것처럼 원목으로 감싸 안았고 광고물을 붙이지 못하도록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을 붙이는 센스도 발휘했다.

    80~90년도 번창했던 마산 창동 골목길은 마산의 이미지와 옛 마산 문인들의 시, 자연에 대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벽화들로 채웠다.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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