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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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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진정한 상생(相生)을 위하여-오병후(창원기술정공 대표)

  • 기사입력 : 2009-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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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부터 ‘상생(相生)’이란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상생은 말 그대로 서로가 이익되게 하여, 좋은 결과로 살아가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나 웬만한 기관, 대기업까지 이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은 그들이 말하는 ‘상생의 연막(煙幕)’ 안에서 더 어려운 경영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상생을 주제로 한 많은 세미나에도 참석해 봤고, 대기업과 정부에서 하는 얘기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의 대부분은 상생이란 유행어에 무늬만 입혀 꼭 대외홍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현실성에 접근할 수 있는 일부 내용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었습니다.

    지금 경기가 아주 안 좋습니다. 우리 중소기업은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나래를 펴고 승승장구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이 요즘 중소기업 대표들의 생각입니다. 한 예로 제 주변에 아주 유망한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모기업이 경기가 호황일 때도 매년 단가인하를 단행해야만 했고, 이번 같은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에도 모기업에서는 모기업이 살아야 협력사도 살 수 있다는 그 상생의 논리로 지금도 단가 인하 요청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중소기업의 현실이고, 미래에도 자기의 브랜드가 없는 중소기업은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상생이 제대로만 된다면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이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집니다. 지금의 상생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더욱 강도 높게(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관련된 주변의 모든 기관에서) 중소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시중에는 상생과 관련, “상생하러 가는 게 살생당하러 갈 수도 있다”는 우스갯말이 있습니다. 별 도움은 없고, 부담만 가득 안고 온다는 것입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이런 말을 듣습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고, 은행도 살고, 지방자치단체도 살고, 경제가 다 좋아진다고들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실제로 ‘돌에 맞는 개구리 신세’가 되어 보지 않아서 중소기업의 입장을 잘 모른다고 봅니다. 그분들은 중소기업이 살아야 하는 건 아는데, 그 중소기업이 꼭 당신 회사는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 회사가 아니어도 중소기업은 또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중소기업인이 느끼고 있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두 번째로, 기능직 직원들과의 상생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요즘 숙련된 기능직 직원 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숙련된 기술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능공의 부족현상으로 직원을 채용하려면 입사하고자 하는 기능공의 요구 조건에 임금을 맞추어줘야 합니다. 물론 우수한 기능인을 채용할 경우, 충분한 임금이 책정되어야 하지만, 일부 저(低)수준 기능인들의 잦은 이직으로(한번 이직할 때마다 기능과는 상관없이 임금을 올려 받아 임금 상승의 원인이 됨) 저(低)수준의 기능공까지 임금이 상승되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상생이 사용자와 직원 간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기능인에서 출발했을 것이고, 지금의 기능인도 향후 CEO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능인들과도 상생의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씩만 서로 양보하자고, 그리고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하면서 오랫동안 관계가 지속되어 서로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자고 말입니다.

    이 같은 제 생각이 전체 중소기업인들의 생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부탁드립니다. ‘갑(甲)’의 입장에 계시는 모든 분들께서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이 어떤 것일까 하고 한번쯤 생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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