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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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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우리의 로봇과 경제 이야기-박명환((주)로봇밸리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09-04-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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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자동차 현장에 로봇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급성장기인 1990년대부터는 대한민국의 로봇 설치 대수가 세계 4~5위권에 진입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분야에는 어김없이 로봇이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로봇산업, 그 자체는 현재의 한국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상태다.

    1980년대 경제성장 단계에서는 로봇은 사업성과 더불어 첨단기술의 상징성도 갖고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은 모두 로봇사업에 진출했다. 지금은 대기업 중 1개사만 남아 있고, 당시의 우수한 인재들은 뿔뿔이 흩어져 산·학·연의 타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린 결과이다.

    반면에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은 미국과 스웨덴의 로봇을 모방하면서 1980년대의 그다지 우수하지 않았던 로봇기술을 일관성 있는 투자와 끈질긴 장인정신으로 세계에서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지금은 스웨덴·독일의 선진 로봇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 로봇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로봇왕국’이 되어 세계 로봇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왜 로봇강국이 될 수 없을까? 필자는 로봇 분야에 종사한 지 이제 25년째이다. 대한민국 로봇산업 1세대에 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로봇에 대하여 회한이 많기도 하다. 한국의 로봇산업이 일본보다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이 되어, 정책을 만드는 분과 실행하는 분들이 공감해 주었으면 한다.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를 예로 들고 싶다. 혼다자동차의 정밀공학자가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내는데 15년 이상의 각고의 노력과 정부, 기업의 일관성 있는 개발 투자가 있었다. 마침내 아시모는 두 발로 걷기 시작했고, 이제는 뛰고, 춤추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장애물을 피하고, 적당한 악력으로 악수도 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아시모에 대한 개발과 투자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고, 아마 그때는 로보캅이 일본에는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휴보’를 개발하여 한국의 미래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 산업이 된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아시모가 보행속도를 시간당 1.6km에서 2.7km로 높이고, 시간당 6km를 열심히 달릴 수 있도록 또 다른 아시모가 계속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의 휴보는 아직 같은 휴보이다. 어디를 보아도 다른 휴보가 안 보인다.

    우리 정부나 연구소, 기업은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술 개발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거 다 된 것인데 또 해?” “그거 다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식의 인식이 문제다. 로봇의 중요 부품인 서보모터와 정밀감속기 개발은 국내에서도 수차례 했지만 아직 우리는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로봇은 신기술을 먹고 산다.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를 전제로 하면 로봇은 그 자체 산업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다양한 산업군에서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러한 기반 조성과 함께 우리의 로봇이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경남의 로봇랜드가 시작된다. 로봇랜드는 인천과 같이 하지만 경남은 제조 분야, 인천은 서비스 분야를 주로 하게 된다. 마산 로봇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획단계에서부터 관련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세계 최고를 목표로 추진하여야 한다.

    그리고 로봇랜드 자체의 경제성과 이로 인한 로봇산업의 발전 여건 조성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단순히 해외의 신기한 로봇의 도입으로 일회성 관심 유발이 아닌, 관련 산·학·연이 우리의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이것이 마산과 경남, 대한민국 전체의 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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