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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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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다시 35년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가지자-이경범(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09-05-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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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국가산업단지는 2500만㎡가 넘는 면적에, 현재 입주기업이 1800개사를 넘고 생산 44조원, 수출 207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첨단기계산업단지로 1974년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중공업과 방위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조성한 곳임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35년 전에도 지금의 창원단지처럼 각종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반듯한 모습이었을 것이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조성 초기에는 파격적인 입주조건에도 불구하고 희망하는 기업이 없어 대기업에게 거의 강제로 공장을 짓게 했다고 한다. 대기업이 입주하게 되니 협력업체들이 입주하게 되고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의 모습이 갖추어진 것이다.

    지금은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넘치고 공장 증축을 위해 문의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창원단지 내 공장용지가 부족해 그 수요를 다 수용할 수 없으니 참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했던 시절,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자 했을 때는 분명히 반대도 많고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을 텐데, 한 세대 후 자손들의 먹거리를 걱정하여 산업단지를 조성했던 그 원대한 꿈은 돌이켜보면, 정말 혜안(慧眼)을 가지셨던 분이 아니었나 싶다.

    업무의 특성상 창원단지 내 기업 관계자를 만날 일이 많은데,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부지기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10∼20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1∼2개월 관점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4월 이후 생산 현장에 활기가 조금씩 돌아오고는 있으나, 아직은 한겨울 얼음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처럼 그 활동이 너무 미미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도 기업지원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산업단지 클러스터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기관 및 기업지원기관 등이 서로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각 부문에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고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사업을 뜻한다. 현재 창원단지는 678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지난해에는 420여회의 미니클러스터 활동을 통해 162건의 기업애로 과제를 해결하였다.

    물론 지난 4년간 클러스터 사업으로 모든 회원기업이 급성장했다거나 창원산업단지가 몰라보게 변모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지원이 아주 작은 밀알이 되어 기업활동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창원클러스터의 지원을 받아 기술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또 다른 사업에 밀알을 뿌리고, 그 사업이 융성하게 되어 다른 기업이나 지원기관과의 연계사업으로 뻗어가고 있다. 기업과 기업, 기업과 연구소, 기업과 대학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기업지원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지자체와 유관기관에서도 많은 기업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지능형기계, 첨단로봇, 융합부품, 신재생 에너지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모두 한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피부로 와 닿지는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당장 이익이 생기는 사업이 아니라고, 나의 사업 분야와는 연관이 없다고,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35년 뒤의 창원산업단지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과거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 한 기업 한 기업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허둥대지 않고 차근차근 내일을, 그리고 10년 후를 준비한 것이 모여 외환위기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도 창원단지로 출근하는 인원은 10만명에 달한다. 많은 주민들에게 있어 창원에서의 삶의 질은 바로 창원단지의 발전과 변화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해서는 정답도 없으며 누군가 제시할 수도 없는 것이라 본다. 다만 과거를 거울삼아 반복되지만 구태의연하지 않은 비전에 따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은 바로 남은 우리들, 창원에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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