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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2% 부족한 다문화가정 보도-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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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방송에서 다문화가정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자주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 농촌을 중심으로 결혼 이주 외국여성이 늘어나자 이들의 생활을 다룬 것이 주된 소재였다. 외국 며느리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해 나가고 멀리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담은 것이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지금은 외국인 장기자랑이 전부였던 시절과는 달리 인기 오락프로그램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외국인들이 스타급 출연진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경남신문은 도내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다양한 기사를 게재해 왔다. 도내 다문화가정은 8000여 가구로 서울 경기 인천에 이어 전국 4위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여성결혼이민자가 9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안별로 기사화됐다. 최근 ‘이국생활 외로움, 다향(茶香)에…’(4/28)에서는 다문화가정 여성의 결혼 생활을, ‘다문화 가정 자녀 지원 늘린다’(4/18)에서는 초중고 재학 외국인 가정 자녀 지원책을, ‘행복한 다문화가정 만들기’(4/10)에서는 국제결혼 정보 제공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반면 ‘다문화가정 이혼율 급증’(3/19), ‘다문화가정 급증 대책 급하다’(1/5) 등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도내 외국인 증가, 대안 없는 수용’의 심층취재를 통해 다문화가정의 고통과 사회의 장벽 등 문제점을 노출시킨 바 있다.

    이같이 다문화가정에 내재된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노력과 흔적은 지면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선 신문이 사회적 공기로서 그들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앞장서야 함을 느낀다. 우리 사회에서 하루빨리 한국 사람이 되라는 주문만 많고 실제 그들을 위한 지원과 대책은 물론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방송과 달리 신문매체의 경우 지난 2006년 4월 미식축구스타 한국계 흑인 혼혈인 하인스 워드 모자의 방문이 다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 실태를 비롯 국제결혼, 인권문제 등이 지면에 실리기 시작했다. 계속된 여론매체의 보도로 다인종, 다문화를 수용하는 교과서 내용 개편도 검토되었으며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문화 시대가 현실임을 대개가 인식하게 됐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지는 하인스 워드의 귀국을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이 혼혈인들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 잘살고 못사는 나라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심한 편이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특히 우리는 사회 곳곳의 단합을 외쳐 왔지만 한국 속의 타민족에 대해서는 무척 배타적이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했다. 불법이라는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에서 보듯이 아직 우리 사회의 경계와 방호벽은 높기만 하다. 물론 그들이 한국사회에 온 것은 먹고 살기 위한 경제적 이유에서라지만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

    실례로 다문화가정 여성의 경우 무엇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말이 안되니 가족간에 편견의 벽이 높아져 간다. 이는 이들에 대한 냉대와 멸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세심한 교육적 배려가 요구되는 점에서 언어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장래는 물론 정체성과 사회 심리적인 문제점을 고려할 때 이런 유형의 문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완벽한 단일민족국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대다수의 사회학자들은 한국이 다문화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민사회인 미국이나 오래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인 프랑스 독일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모든 문화가 동시에 접촉하고 한 공간에 존재하면서 근본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려는 작업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 그들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고민과 아픔에 한걸음 다가서야 할 때이다. 문득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길거리의 현수막이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은 사회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진정한 다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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