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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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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어느 중소기업인의 희망 쏘기-조문기(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09-06-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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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형, 이곳 창원에 부임하여 형을 처음 뵌지도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네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언제나 패기 있고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은 늘 저의 귀감입니다.

    K형,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5월 중순에 경기 조사를 한 결과, 제조업 업황과 소비자심리가 지난 3월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을 집계한 결과,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희망적인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중에 크게 늘어난 단기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고 최근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되는 등 우리경제를 둘러싼 위험 요인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럴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형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요즘 거시 경제지표들이 호전 기미를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 우리 경제 실상을 들여다보면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너무도 많이 눈에 띕니다. 밖으로는 전 세계적 동시 불황과 이에 따른 수출 부진, 안으로는 투자활동 미약과 실업자 증가 등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K형, 언젠가 형의 사무실을 방문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공장 한쪽에 책장을 칸막이 삼아 직원들과 함께 일하시고 결재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며 웃으셨지요. 직원들의 업무개선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형의 현장경영 철학이 곳곳에 배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장 안에 단아하게 표구된 명화와 조각품을 전시하여 자칫 딱딱하기 쉬운 작업 환경을 부드럽게 만들어 직원들의 피로를 덜어 주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손에 놓지 않고 늘 배우는 자세로 사업에 임하는 형,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경영 현황을 상세히 알려주고 발생한 이익은 성과상여금으로 돌려주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또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해주고 의료비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보조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형의 경쟁력이자 인간존중의 섬기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특히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이웃인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시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늘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지역에서 번 돈은 지역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단순명료한 철학이 고스란히 실천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형 같은 지역 중소기업인 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견인차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불경기 때에는 직원들과 똘똘 뭉쳐 경영합리화로 헤쳐나가고 호경기엔 발생한 이윤을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내실을 다지고 계시지요. 우리 경제의 저변을 떠받치는 형과 같은 건실한 중소기업인의 희망 쏘기가 있기에 한국 경제도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배출하고 세계 시장에 일류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표적인 경제비관론자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면서 ‘닥터둠’(Dr. Doom)으로 불리는 미 뉴욕대 루비니 교수가 최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틀이 튼튼해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1.5%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K형, 푸름이 깊어가는 신록의 계절입니다. 우리 경제도 생기를 더하여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모범 경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형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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