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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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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수정산단과 ‘곤(坤)’/이상목기자

  • 기사입력 : 2009-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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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시 구산면 수정리는 태평양 바다가 깊숙이 파고 든 마산만 서쪽 작은 내만에 맞닿은 항아리형 자연마을이다. 평화롭던 반농반어촌에 20년 전 변화가 시작됐다. 마산시가 뒤로는 무학산, 앞으로는 바다인 지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을 통한 개발여력지 확보에 나서면서다.

    수정만 매립은 택지 확보를 위해 시작됐다. 경남도로부터 23만여㎡ 매립 승인을 받았고, 실수요자인 두산산업개발은 1991년 택지용도로 매립에 들어갔다. 그러나 10년여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택경기가 하강, 전환기를 맞았다. 두산은 2000년 들어 매립공사를 중단, 6년여 방치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이에 마산시는 수정만을 공업용도로 전환키로 하고 세계 4위의 조선메이커 STX중공업을 설득, 공업용도 변경을 조건으로 매립사업권을 양도받게 했다. 양측은 소위 윈윈을 한 셈이었으나,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데는 소홀한 점이 없잖았다. 이후 수정주민대책위원회가 발족해 생활권 침해 등을 이유로 기업유치를 반대했고, 뜻을 달리하는 찬성단체가 생겨나면서 368가구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갈등했다. 지난해 여름 반대주민 설득에 나섰던 황철곤 시장은 계란 세례까지 받았다.

    그러기를 19개월째, 공업용지로 매립목적이 변경됐고 지난주엔 산업단지 조성계획도 조건부 가결됐다. 이로써 사실상 행정절차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반대측 주민들은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석곤 위원장은 5일부터 가톨릭 마산교구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기업유치를 통해 시세를 키우려는 ‘황철곤 시장’과 생존권을 절규하며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박석곤 위원장’. 두 사람의 이름엔 ‘땅 곤(坤)’이 들어간다. 우주론적 지혜를 담은 주역(周易)에 보면 곤은 ‘땅, 여름, 서쪽, 의(義)’ 4가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수정산업단지 지정 공방이 경남도의 판단으로 일단락된 마당에 이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처럼 ‘마산의 서쪽에서, 땅으로 촉발된 갈등을, 6월 초여름날, 의롭게 풀기’를 기대한다.

    이상목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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