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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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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죽음/김호철기자

  • 기사입력 : 2009-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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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여도 꼬여도 어찌 이렇게 꼬였을까….”

    지난 7일 창원 도계동 D빌라 일가족 4명이 참사한 화재사건 이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뜨거운 불길을 피하기 위해 5층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떠난 40대 아주머니의 “살려달라”는 애절한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이래저래 생각해 봐도 참 안타깝다. 꼭 필요할 때 에어매트가 없었으니 말이다. 에어매트를 보유한 구조공작차는 먼저 걸려온 구조 신고로 창원 남양동 한 병원으로 출동했다. 손가락에서 빠지지 않는 반지를 절단해 달라는 신고였다.

    왜 하필이면 이때 그런 신고가 들어왔는지, 위급상황도 아닌데 구조공작차를 보냈어야 했는지…. 창원소방서 관계자는 “절단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급차가 아닌 구조공작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화재현장에 처음으로 소방차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4시1분. 이후 4시3분 본대가 왔다. 에어매트를 보유한 구조공작차는 4시7분에 도착했다. 아주머니가 빌라에서 뛰어내린 시간은 오전 4시9분. 반지 절단 신고가 없었다면 구조공작차는 오전 4시3분에 도착해 최단 6분 만에 에어매트를 완전히 펼 수 있었다. 반지 하나와 소중한 한 생명을 맞바꾼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구조작업은 더 꼬였다. 오전 4시3분 도착한 굴절사다리 소방차도 무용지물이었다. 빌라에서 약 1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소방차는 아주머니를 구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에 있었으나 전깃줄 감전 위험에 가로막혀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다. 8~10분 동안 구조를 외쳤던 아주머니는 결국 구조를 받지 못했다.

    소방서 대원들도 우왕좌왕했다. 3차례에 걸쳐 40여명의 소방대원이 출동했지만 대부분 현관문을 여는데 집중했다. 에어매트 구조공작차도 아주머니를 구조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현관문이 열린 동시에 아주머니는 추락했다. 소방서 측은 “에어매트가 있었어도 손쓸 틈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시 지휘체계에 대한 의문은 떨칠 수가 없다.

    이번 아주머니의 죽음은 119에 사소한 일로 신고하는 시민들의 잘못된 인식, 화재에 무방비한 공공시설, 소방서의 잘못된 판단이 얽히고설킨 결과였다.

    김호철(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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